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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질시스터즈 Mar 25. 2021

<하루만 네가 되고 싶어>가 로판의 법칙을 부수는 방법

▶ 3월 세 번째 에디터 강졔의 Pick, "로맨스 판타지물"


최근 가장 양산되고 있는 장르는 단연코 로맨스 판타지가 아닐까? 갑작스러운 비극으로 인해 귀족가의 영애로 빙의하거나 회귀하는 여주인공을 못 해도 일주일에 7번은 보는 기분이다. 여주인공이 남들은 알지 못하는 지식을 바탕으로 고난을 이겨내고 황태자와 이루어지는 결말도 이제는 아침 드라마만큼이나 뻔한 플롯으로 자리 잡았다.


<하루만 네가 되고 싶어> 표지


-<하루만 네가 되고 싶어> 작품 소개-

'완벽한 인생이었다, 그 애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치밀한 궁중 서스펜스


<하루만 네가 되고 싶어>를 처음 감상했을 땐 익숙한 중세 배경과 제목 폰트를 보고 카카오페이지 풍의 흔한 로판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네이버가 드디어 카카페풍 로판 장르에 힘을 쓰나? 라고 생각했던 예상은 1회부터 보기 좋게 빗나간다. 이에 그치지 않고 <하네되>는 연재를 이어가는 내내 기존 로판 장르에서 흥행했던 모든 클리셰를 완전히 비틀어버린다.




| 로판의 법칙을 부수는 3가지 방법



메데이아 벨리아르


1. 악녀를 가장한 세계관 최강자, 여자 주인공



공녀님은 세상에 적이 많은 사람.
그리고 그 모든 적을 합한 것보다 강한 사람.

-3화 프시케의 대사 中-



1화부터 클리셰가 깨진 이유는 여자 주인공으로 추정되는 메데이아가 악녀 포지션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악녀인 여자 주인공이 선한 캐릭터와 영혼이 바뀌며 우위를 점하는 설정은 기존 로판에서는 보기 힘든 전개였다. 또한 지금까지 <악녀의 엔딩은 죽음뿐>, <악녀는 모래시계를 되돌린다>와 같이 타의에 의한 악녀는 많았지만, 자의에 의한 진짜 악녀 포지션의 여자 주인공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메데이아는 상당히 신선한 캐릭터임과 동시에 독자들에게 혼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2화에서는 프시케와 영혼이 뒤바뀐 메데이아의 악랄한 표정 때문에 프시케를 안타깝게 여기는 독자들까지 있었으며, 웹툰 썸네일에 그려진 메데이아는 프시케가 빙의된 메데이아가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을 정도로 메데이아라는 캐릭터는 일반적인 여자 주인공으로 생각하기 어려웠다.


실제로 메데이아는 일반적인 주인공들처럼 정의와 상식만 추구하기보다는 선악이 공존하는 입체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또한 지력과 무력의 측면에서 다른 남성 캐릭터들을 모두 압도하는 능력치를 보여주며 독한 카리스마를 풍기는 이색적인 여자 캐릭터로 많은 독자들을 매료시켰다. 이미 경험한 내용이나 알고 있는 미래를 바탕으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기존 여주인공들과 달리, <하네되>는 오로지 메데이아의 높은 능력치만을 활용하여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이때 보여주는 메데이아의 상황 판단력, 연기력, 무력은 독자들에게 높은 사이다를 선사한다. 이처럼 어떠한 웹툰에서도 보기 힘들었던 선악이 공존하며 강인한 여주인공의 특성이야말로 <하네되>가 로판의 법칙을 부술 수 있었던 첫 번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메데이아와 프시케 7화(좌), 44화(우)


2. 두 여자 주인공 간의 관계성



메데이아 님은 제 편이시잖아요?

-44화 프시케의 대사 中-



<하네되>는 극 초반부터 황태자비 자리를 두고 메데이아와 프시케가 대립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메데이아가 여주인공으로 굳어지는 상황에서 독자들은 프시케가 <재혼 황후>의 라스타처럼 순진한 얼굴 뒤로 계략을 꾸미는 일반적인 악녀 캐릭터가 아닐까 하고 추측했다. 큰 인기를 끌었던 로판 웹툰인 <그녀가 공작저로 가야 했던 사정>의 레리아나와 베아트리스, <악당의 아빠를 꼬셔라>의 예레니카와 솔레이아처럼 여주인공과 악녀 포지션의 여자 캐릭터가 대립하며 서사를 이끌어가는 경우가 상당히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네되>는 두 여자 주인공이 대립해야 하는 관계인 것처럼 독자들을 속이고서 실상은 완전히 다른 노선을 걸어간다. 악녀라 생각됐던 프시케는 외유내강형 캐릭터로, 황태자를 순수하게 사랑함과 동시에 메데이아를 깊이 동경하는 인물이었던 것이다. 이후 자신이 메데이아와 같은 적을 두었다는 것을 깨달은 프시케는 메데이아의 완전한 아군으로서 전심전력을 다한다. 또한 두 사람은 신뢰를 기반으로 동맹 관계를 이어가며 서로의 영혼이 바뀐 것을 통해 각자의 사정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관계로 변한다.


메데이아랑 프시케 관계성에 미친다
-7화 베스트 댓글-

여캐 맛집 오졌다 미쳤다
-6화 베스트 댓글-



깊은 우정과 신뢰를 나눈 두 여성 캐릭터의 케미에 독자들의 반응 역시 뜨겁다. 두 여자 주인공이 새로운 관계성을 토대로 자신들에게 주어진 운명에 맞서는 모습은 기존 로판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색다른 재미를 주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아로스 오르나 에페란토


3. 최종 흑막, 남자 주인공



신이 될 심산이다.
신성으로 제 국민을 돌보는 척하지만
거슬리면 누구든 개미처럼 죽여버릴 신

-44화 메데이아의 대사 中-



연재가 시작될 무렵, 이아로스는 아무 사실도 깨닫지 못한 평범한 남주인공으로 보였다. 다소 우스운 이야기지만 두 여자 캐릭터가 쟁취하고자 하는 황태자가 남자 주인공이라는 것은 당연한 국룰처럼 여겨지니 말이다. 많은 독자들은 아마 이아로스가 진정한 사랑을 선택하여 프시케를 황후로 받아들인 황태자라고 깜빡 속아 넘어갔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황태자는 <하네되>에서 모든 음모와 계략의 중심에 서 있는 최종 보스였다는 것이 드러난다. 이아로스는 프시케의 신성을 차지하여 신이 되겠다는 심산으로 프시케를 사랑하는 척 연기하고, 암살을 시도한다. 그는 자신의 야망을 위해 다른 캐릭터들을 기만하고 이용하며, 동시에 만만치 않은 지략가로서 메데이아, 프시케와 대립한다. 이처럼 이아로스가 메데이아와 심리전을 펼치며 대립하는 것 또한 이 웹툰의 큰 묘미이다.




결론적으로 <하네되>는 일반적인 로맨스 판타지의 캐릭터 설정을 타 작품들과 차별되게 구성하는 것을 통해 로판의 법칙을 비틀 수 있었다. 즉 일반적인 클리셰와 이를 변주한 클리셰에서 완전히 벗어난 새로운 인물 관계도를 형성한 것이다. 또한 <하네되>에서는 2명의 여자 캐릭터와 2명의 남자 캐릭터가 등장하지만 이들의 4각 관계 로맨스보다는 캐릭터들이 자신의 과거를 딛고 진취적인 성장을 이루어내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점에서도 색다른 특징이 있다.


<하루만 네가 되고 싶어>는 이미 충분히 유명한 작품이지만, 매주 읽을수록 전개 방식이 참 새롭다는 생각이 들어 오늘 소개할 작품으로 선정했다. 지금까지 카카오 페이지 풍 작품만이 범람하던 로판 장르에 드디어 네이버 웹툰만의 색다른 로맨스 판타지 작품 선보였다는 생각이 든다.








| 번외. 입덕 포인트


1. 화려한 작화

<하네되> 연재작 중 상당히 높은 퀄리티의 작화를 선보이고 있다. 다소 까다로운 중세풍을 충분히 살리는 것은 물론이고, 캐릭터들을 매력적으로 돋보이게 하는 화려한 작화와 이들의 표정 연출이 압권인지라 베스트 댓글에는 매주 캐릭터들에 대한 찬양이 주를 이루고 있다.


2. 적재적소에 배치된 반전과 연출

1화부터 30화까지 보는 동안 몇 번이나 예상이 빗나가는 건지, <하네되>는 생각지 못한 전개와 반전을 지속적으로 보여준다. 이를 뒷받침하는 그림작가의 화려한 연출 또한 눈이 심심할 틈을 주지 않는다.


3. 직진 연하남 헬리오

<하네되>에서 헬리오와 메데이아는 어릴 때부터 함께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온 특별한 사이로 그려진다. 작중 메데이아의 영혼이 바뀐 것을 한눈에 알아본 것도 헬리오가 유일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냉정한 헬리오가 무조건적으로 메데이아를 따르고 사랑하는 모습은 독자들에게 안정감과 만족감을 주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헬리오와 메데이아


 

 


글. 강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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