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할 작품은 다음 웹툰에서 연재되고 있는 YOON(글), 검둥(그림) 작가의 <유부녀 킬러>이다. 오해하지 마시라. 이 작품은 그림 속 단란한 가정이 파탄 나는 불륜 로맨스가 아니라, 유부녀인 주인공 ‘유보나’가 킬러로 활동하는 만화다. 1화 후반에 드러나는 이 반전에 독자들은 예상치 못했다며 반응이 뜨겁다. ‘유부녀’, 그리고 ‘킬러’라는 상상해본 적 없는 낯선 단어의 조합이 뒷이야기를 기대하도록 만든다.
지금 여기 우리에게 필요한 히어로물, <유부녀 킬러>
육아휴직이 끝나 복직하게 된 유보나는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고 평범한 출근길을 나선다. 유보나는 회사 건물에 들어설 때는 3년이라는 시간을 체감하며 낯섦을 느끼기도 하고, 동료들과 인사 후 자신의 책상으로 와서는 사회에 다시 자신의 자리가 생겼다는 것에 묘한 뭉클함을 느낀다.
이렇듯 보통의 사람들처럼 감정을 느끼고 일상을 보내는 유보나는, 클라이언트 미팅에 나가서는 옥상에서 총을 쥐고 타겟을 향해 총구를 겨눈다. 그 순간이면 유보나는 악명 높은 스나이퍼 ‘킹피셔’가 되어 경찰들을 긴장하게 한다. 유보나와 보나의 팀은 대기업 영업 3팀이라는 가짜 신분 아래서 비밀스러운 심판을 거행한다. 그리고 그들은 저지른 죄에 비해 턱없이 적은 형량을 받은 범죄자들을 노린다.
누구도 이 작품을 두고 히어로물이라 칭하진 않았지만, 개인적인 소견으로 이 작품을 ‘시의적절한 한국형 히어로물’이라 붙여볼까 한다. 변신한 히어로가 도시에 해를 끼치는 괴수들을 처단하고, 다시 보통의 사람들 사이에 섞여들어 평범하게 행동하는 것처럼 유보나와 보나의 팀은 반성할 줄 모르는, 죄질이 나쁜 범죄자들을 은밀하고 완벽하게 단죄한다.
작품 속 경찰들은 법을 깨고 누군가를 심판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고 말한다. 킹피셔의 살인은 피해자의 범죄와는 또 다른 범죄일 뿐이고, 개인이 범죄자를 심판하고 다니는 순간 사회는 더 큰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라 말한다. 모두 맞는 말이다. 하지만 피해자의 인권보다 가해자의 인권이 더 존중받는 것만 같은 현실, 끔찍한 악행에도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가해자가 풀려나는 상황 등 부조리한 현실을 염증적으로 접해왔기에 유보나와 보나의 팀이 행하는 ‘클라이언트 미팅’을 응원하게 된다. “법이 심판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심판자를 비난할 자격이 있는지” 되묻는 12화의 댓글처럼 나 역시 되묻고 싶다.
조경숙 만화평론가는 이 작품이 대리만족을 선사하면서도, 지금 현실은 그렇지 못하기에 씁쓸함을 느끼게 한다고 말한다. 작품 속에서 유보나와 보나의 팀이 누구보다 타겟이 된 범죄자들을 사이다처럼 시원하게 단죄할 때마다 거꾸로 우리 사회가 갖추지 못한 정의로움을 반추하게 된다. 씁쓸하지만, 그렇기에 이 작품은 어떤 히어로물보다2020년 한국, 지금 여기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히어로물이 아닐까 싶다.
유보나와 보나의 팀 활약 요소 외에도 재미있는 거리가 많다. 보나의 팀 동료들은 하나 하나 매력적이고 푸근하다. 특히, 보나를 따르는 두 마리 고양이 같은 해커 ‘기 대리’와 독약 전문 ‘현남’과 보나와의 관계성도 재미있다. 또, 보나와 가부장적인 시댁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역시 흥미롭다. 투표를 통한 제사 폐지에 이르기까지 벌어지는 이야기들은 현재에 꼭 유효한 이야기라 생각한다. 또, 보나의 곁에 있으면서 정체를 모르고, 킹피셔를 쫓는 기자 남편의 모습은 보는 사람을 쫄깃하게 만든다.
무모하지 않고 듬직하게 사회와 가정 속의 부조리를 풀어가는, 유보나와 보나의 팀의 이야기. 또 다른 구원이자 사이다 같은 이야기, 다음 웹툰 <유부녀 킬러> 소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