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덕질시스터즈 Nov 14. 2020

네이버웹툰 <화장 지워주는 남자>가 포착해 낸 동시대성

화장을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에 대하여

▶ 11월 세 번째 에디터 Sue의 Pick, "성장 드라마물"

웹툰가이드 인터뷰 이미지


이번에 소개할 작품은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 중인 이연 작가의 <화장 지워주는 남자>이다. 고작 두 번째 작품을 소개하는 시점이지만 소개하고 싶은 작품이 너무 많아 고심을 했다. 그러다 외전 두 편까지 모두 연재되며 완결을 갈무리 중인 이 작품을 소개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 연재가 갓 마무리된 시점에서 느낀 감흥을 고스란히 담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화장을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에 대하여

이 작품은 독특한 포지션을 가지고 있다. 작품을 뒤늦게 접했지만 1화 베스트 댓글을 보면 그 당시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작품명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는 조심스럽지만 <외모지상주의>나 <여신강림>과 같이 루키즘을 부추기는 작품들이 범람한다는 지적을 받던 시점에 <화장 지워주는 남자>는 '또' 이런 작품이냐며 비판을 받았다.


'또'라고 언급하는 댓글들과 그에 동조하는 무수한 '좋아요'에서는 외모 지상주의를 부추기는 작품에 대한 독자들의 누적된 피로감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이야기가 풀려갈수록 드러나는 본래 제작 의도는 독자들의 이러한 불만을 완전히 상쇄시킨다.


초반 회차만 보면 천재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남주인공이 평범하고 자신감이 낮은 대학생 주인공에게 모델을 제안하고, 그 뒤 주인공은 아름다운 모습에 자신감을 얻고 둘 사이 로맨스가 벌어지는 작품으로 예측하기 쉽다. 일종의 신데렐라 스토리이자 구원 서사인 것이다. 그러나 화보를 준비하며 왜 여전사는 강한 느낌인데 섹시하기까지 해야 하느냐고 묻는 주인공과, 예쁜 여자에게서 예쁨을 빼면 무엇이 남는지 딜레마를 겪는 등장인물들로 인해 작품의 행보는 기존의 로맨틱코미디물과는 완전히 노선을 달리한다.


작품 스토리의 큰 뼈대로는 서바이벌 메이크업 화보쇼인 '페이스 오프 신데렐라'가 있다. 이를 중점으로 주인공 팀뿐만 아니라 등장인물들은 고심해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데, 그 속에는 20대 전후 여성들이 고민하는 여러 담론들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화장 지워주는 남자>, 제목의 진가는 최종 무대를 다룬 126화에서 빛을 발한다.


작품이 다루는 메시지들에는 예쁨이 부여하는 권력이란 무엇인지부터 점차 어린 연령대로 가해지는 성적 대상화의 기괴함, 진정한 여성성에 대한 의문과 고발, 중년 여성에 대한 부조리한 사회 통념 등이 있다. 이를 등장인물의 상황 속에 치밀하게 배치하여 작품 속 퍼포먼스로까지 승화시켰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었으며, 이 같은 메시지들이 독자들로부터 깊은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을 보며 웹툰의 동시대성의 힘 역시 느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꾸밈 노동을 비롯한 작품에서 주요하게 다룬 담론에 대해서는 익숙하게 여기고 나서 이 작품을 접하게 되어서, 작품이 주는 메시지에 큰 반향을 받았던 그런 독자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담으려고 기울인 사회적 메시지와 치밀한 구성 방식에 대해서는 호평하고 싶다. 또한, 여전히 이런 이야기를 하는 작품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직 세상 모두가 이를 당연하다고 여기지 않으니까.


여담


여담으로 작품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했던 부분은 주인공 예슬이 가진 능력이 은근히 드러나는 부분이었다. 주인공 예슬은 스스로 평범하다고 생각하고 자신감도 낮지만, 카메라를 잡을 때면 예슬만이 포착해낼 수 있는 장면들을 잡아낸다. 주인공이 가진 능력이 크게 부각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스스로의 잠재력을 잘 모르는 채로 원석 같은 재능을 발휘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은 작품을 따라가며 보기 좋았던 장면으로 기억된다.


메이크업 화보쇼를 통해 역설적으로 아름다움에 대한 부조리한 사회적 통념을 고발하고 성장하는 인물들을 그린, <화장 지워주는 남자> 소개였다.



글. Sue



이전 08화 마블 저리가라, 국산 히어로물! 다음웹툰<유부녀 킬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