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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질시스터즈 Dec 05. 2020

네이버 평점 9.9점, 힐링 웹툰 추천 <마음의 숙제>

콘수프 같이 따뜻하고 속이 든든한 작품

 ▶ 12월 첫 번째 에디터 Sue의 Pick, "힐링 로맨스물"

출처. 출판사 <미래엔> 블로그 포스트


웹툰을 요리에 비유해보자. 맵고 자극적이지만 은근히 그 중독되는 마라탕처럼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웹툰도 있고, 한 끼라도 없으면 허전한 밑반찬 김치 같은 웹툰도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을 비유해본다면 단연컨대 따뜻하게 데워진 달짝지근한 콘수프가 아닐까.


오늘 소개할 작품은 고아라 작가<마음의 숙제>이다. 네이버 웹툰에서 올해 7월까지 연재된 작품이다. 연재 당시 챙겨보았던 작품인데, 매주 목요일마다 모든 장면을 느릿하고 천천히 곱씹은 뒤 베스트 댓글란으로 가서 댓글 하나하나까지 살펴보며 작품의 여운을 뭉근하게 느끼던 기억이 난다.


작품 설정 소개
출처. 고아라 작가님 트위터(@nob_ara)


작품 이야기는 13년 전, 사라진 첫사랑이 흡혈귀가 되어 나타났다는 설정으로 시작한다. 배너에 소개된 카피라이팅만 본다면 <트와일라잇> 시리즈와 같은 강렬한 운명적 사랑에 사로잡히는 뱀파이어 로맨스물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러나 이 작품은 흡혈귀라는 판타지 설정을 가지고, 로맨스 장르 특유의 극적인 만남과 설렘으로 한껏 극화시키기보다는 오히려 현실 인물이 느낄 법한 혼란스럽고, 애틋하기도 한, 그런 복잡 미묘한 감정들과 고민들로 치환해낸다.


우리는 종종 과거의 기억과 경험에 얽매여서 벗어나지 못할 때가 있다. 무슨 일이든 그에 필요한 절차가 있는데 그 절차를 충분히 밟지 못하면 온전히 정리되지 못한 채 계속 앞을 가로막는다. 이루어지지 못한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마음의 숙제와도 같은 이 미결감 때문이다.

- 단행본 <마음의 숙제> 소개글 中 -


작품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작품 제목인 '마음의 숙제'로, 등장인물들의 마음속에 쌓인 미결감이다. 주인공 이경은 중학교 시절 짝사랑하던 반 친구 호선에게 고백한 뒤 생각할 시간을 달라지는 수줍을 답을 받는다. 그러나 다음날부터 호선이 실종되며, 이경은 호선을 영영 만나지 못하게 된다. 듣지 못한 고백의 답과 호선의 실종은 이경의 마음속에서 흉터 자국 같은 그리움과 슬픔으로 자리하게 된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직장을 다니는 성인이 되고 집을 구하러 낯선 동네로 가게 된 이경은 호선을 만난다. 그리고 호선은 늙지 않은, 중학교 그 시절 그 모습 그대로 이경을 마주한다.


감상평
"예전부터 뭘 하든 여백을 많이 넣었어요. 그 안에 생각을 넣고 싶어서요. 설명을 너무 많이 하기 보다는 안하는 편이 보는 사람의 생각이 들어가기 더 쉬운 듯해요. 그래서 여백을 두는 편이죠."

"'시나브로'라는 말을 아주 좋아해요.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삶에 스며들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갖고 있는 생각이나 제가 그린 캐릭터들이 읽어주시는 분들께 조금씩, 조금씩 배어갔으면 좋겠어요."

- 오마이뉴스, <물빛 아날로그 감성이 번지다>, 2011.12.29


작품을 콘수프에 비유했듯이 작품에서 시종일관 느껴지는 시선은 햇볕을 품은 온기처럼 따뜻하고 애틋하다. 판타지와 일상의 경계를 훌쩍훌쩍 넘나들고, 작품 속엔 여백이 많지만, 행간 사이의 긴 여백 속에는 인물들의 감정선이 빼곡히 자리하고 있다. 풋풋하게 사랑을 속삭이는 이경과 봉원의 이야기도, 이경과 마을 사람들과의 우정도, 이경과 호선이 오랜 마음의 숙제를 정리하는 과정들도 모두 애틋하다. 작가님의 인터뷰처럼 작품 완결 무렵에는 등장인물들이 깊게 스며들어, 오래 알고 지내던 사람을 떠나보내는 듯했다.


작품 속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상반되는 감정을 이어붙인 것과 같은 장면들이다. 특히, 정든 마을 이웃과 작별해야 하는 순간에 즐거운 모습으로 보내주려 웃으며 시간을 보내다 이내 모두 슬픔에 잠기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이런 부분들은 감정선을 잘 연결하지 못했다면 상반된 감정이 어색하게 느껴졌을 법한데, 하루에도 몇 번씩 변하는 사람 마음처럼 현실의 감정을 그대로 옮겨온 듯해서 서사의 감동과 여운이 크게 부풀었다고 느꼈다.


추천작 소개



<마음의 숙제>를 재밌게 보신 독자님들에게는 고아라 작가의 전작 <어서 와>를 추천한다. 미소년으로 변하는 고양이를 기르는 대학생이라는 로맨틱 판타지와 같은 설정이지만, 여기에서도 로맨스물보다는 일상적이고 공감되는 장면들로 인한 여운이 더 많이 남는다. 작가님의 이전 그림 스타일과 2010년대 대학가를 구경하는 듯한 감흥을 작품 전체에서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수채화로 된 옅고 몽글몽글한 채색, 작품 전체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시선, 그 속에서 관계를 쌓아가며 성장하는 인간적이고 솔직한 인물들.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속이 든든해지는 <마음의 숙제> 소개였다.



글. S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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