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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질시스터즈 Mar 15. 2021

네이버 웹소설 원작 <마른 가지에 바람처럼> 웹툰 추천

혹독한 겨울 끝에 봄이 오는 이야기

▶ 3월 두 번째 에디터 Sue의 Pick, "로맨스 판타지물"


로맨스 판타지 장르(이하 로판)의 경우 "로판은 카카오페이지(현 카카오엔터테인먼트)"라는 인식이 일반적이었는데, 요새는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네이버웹툰사도 자사 웹소설 플랫폼에서 연재하던 작품들을 웹툰화시키며,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색깔의 로판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눈에 띄는 작품으로는 네이버 시리즈 광고 영상으로 화제가 된 <재혼황후>, <하렘의 남자들>,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등이 있으며, 이 작품들 모두 웹툰화하여 현재 절찬리에 연재 중이다.


오늘 소개할 <마른 가지에 바람처럼>은 네이버웹소설 공모전에서 로판 부문 특선을 차지하고, 네이버웹소설에서 2019년 7월에 완결된 동명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삼고 있다. 현재 베이스스토리사를 통해 원작자, 웹툰 PD, 웹툰 작가가 팀을 이뤄 웹툰화 중이다. 최애 작품이지만 이 웹툰을 제대로 리뷰한 글이나 영상이 드물어, 제대로 소개해보자는 마음으로 입덕 포인트 3개를 꼽아보았다.


<마른 가지에 바람처럼> 웹툰 단행본 표지


| 입덕 포인트 1 : 흔하지 않은 캐릭터

로판 웹소설 하면 '양산화'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는 것 같다. 로판 웹소설이나 이를 원작으로 한 웹툰들은 대개 한국인 여주인공이 사고나 우연적 사건으로 인해 로판 배경을 가진 책 속의 인물(주로 황족 혹은 귀족 영애)빙의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여주인공은 이미 본 책의 내용을 통해 앞으로 일어날 사건들과 주변 인물들에 대해 소상히 알고 있고, 그를 통해 닥친 문제들을 척척 해결해나간다.


웹소설은 상호텍스트성에 기반한 장르 내의 비교하며 읽기*가 이루어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각 작품이 개별적인 작품일지언정 유사한 장르 군에 속하는 작품들을 끊임없이 비교하며 이야기를 진행하고 재미를 느끼게 한다. (마치 <흑설공주>를 읽을 때, <백설공주>와 비교해가며 재미를 느끼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여러 작품들이 비슷한 요소들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흔한 일이고, 이런 것들이 'OO물'이라는 장르로 굳어지기도 한다. 또한, 이러한 로판 클리셰 설정을 가진 작품들이 꾸준히 나온다는 점은 그만큼 매력적인 후킹을 제공하는 플롯이라는 점을 의미하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플롯의 반복이 '양산화'의 지점까지 가면 독자들은 피로감을 느낀다.

* 손남훈 (2018). 웹소설, 우리 시대의 표정. 오늘의 문예비평, 132-151


그래서 로판 장르에 있어서는 그런 클리셰를 따르는 부분과 차별화를 줄 부분에 대한 균형점을 잘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 작품은 등장인물과 소재의 측면에 있어 이런 균형을 잘 살렸다고 생각한다.


여주인공, 리에타
여주인공, 리에타

여주인공 리에타는 일단 과부라는 점에서부터 보통의 로판 여주인공과 거리가 멀다. 리에타는 평범한 평민으로 금슬 좋은 남편과 어린 딸아이를 키웠지만, 못된 영주의 집착으로 남편과 딸 모두를 잃었다. 그녀의 수려한 외모가 도리어 리에타의 인생을 불행으로 몰아넣은 것이다. 그리고 그런 영주의 무덤에 순장될 위기에 처한 그녀는 죽어가는 불씨처럼 허망한 눈을 가지고 있다. 사이다 전개를 좋아하신다면, 초반의 리에타의 행동이 답답하게 느껴지실 수도 있겠지만 이런 짠내 나는 서사는 그녀의 설움을 이해할 수밖에 없게 한다.


남주인공, 킬리언

그럼 남주는 어떨까. '미친 폐황자', '정신 나간 폭군'으로 불리는 킬리언은 죽은 영주에게 빚을 독촉하러 왔다가 빚 대신 리에타를 데려가기로 한다. 이 방탕하고 잔혹한 북부 대공에게 팔려간 리에타의 삶은 얼마나 더 기구하고 참혹해지는 것일까?

남주인공, 킬리언

하지만 킬리언은 온갖 흉흉한 소문은 다 몰고 다니지만, 알고 보면 진국인 전형적인 벤츠 남주 캐릭터이다. 황실의 권모술수에서 살아남기 위해 포악하고 흉포하게 보이도록 꾸몄지만, 자신이 다스리는 땅의 백성들과 기사들에게는 신임과 존경을 얻고 있다. 킬리언은 그만큼 자기 사람들을 확실하게 지키고 예우하는 등 흠잡을 데 없는 이상적인 군주이자 남주인공이다. 


하렘의 정체


하렘의 정체

마찬가지로 방탕하다는 소문 역시 꾸며낸 것으로, 회차가 진행되며 킬리언의 여러 애첩들이 살고 있는 하렘인 '동쪽 별관'은 실은 킬리언을 지키는 무장 기사들의 거처였음이 드러난다. 여성으로만 조직된 킬리언의 비밀 기사들은 각자 무예 혹은 마법, 약제 조제 등의 능력으로 멋지게 주군인 킬리언을 지켜낸다.


| 입덕 포인트 2 : 쌍방 구원물

이 이야기는 리에타가 킬리언을 만나 새로운 삶을 시작하며 슬픔을 딛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킬리언 역시 리에타로부터 도움을 받고 위기를 모면하며 서로에게 얽혀 들어간다. 웹소설 결말까지 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킬리언 역시 황비와 얽힌 과거 트라우마가 있는 만큼 리에타를 통해 그런 과거의 시간들을 보듬어가며 함께 성장해나가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영주와 백성 관계의 두 사람




악시아스에 적응해가는 리에타

악독한 영주로 인해 남편을 잃고, 딸도 노예상에 팔리며, 자신마저도 순장당할 위기에 처한 리에타. 킬리언의 측은지심으로 목숨을 부지했지만, 리에타는 앞으로의 삶이 어떻게 될지 몰라 언제 죽어도 세상에 대한 미련이 남지 않을 것처럼 슬픔과 불안, 긴장 속에서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킬리언의 영지, 악시아스에 도착하고 나서는 그녀의 인생은 확연히 달라진다. 원래 살던 곳의 영주처럼 몸을 원하거나 폭력적으로 구는 대신, 킬리언은 영주로서 책임감 있게 리에타가 백성으로 적응해서 살 수 있도록 집과 지원 정착금을 주고, 생업을 유지할 수단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리고 주민들과 동쪽 별관의 아가씨들은 그녀에게 살갑고 친절하게 맞아준다. 빚지고는 못 사는 리에타는 윗사람 대하듯이 은혜를 갚겠다며 킬리언을 향해 조아리지만, 킬리언은 정수리 대신 눈을 보고 얘기하라며 핀잔을 준다. 그렇게 리에타는 새로운 보금자리에 적응하며 점차 삶을 살아낼 힘을 얻게 된다.


최고의 비즈니스 파트너인 두 사람


리에타를 이용해 위기를 모면하는 킬리언

둘의 관계는 이렇게 영주와 백성의 관계로 그치는 듯했지만, 리에타가 축성 능력자(작중 신성 능력의 일종으로 질병과 악마를 일부 막을 수 있는 희귀한 능력을 가진 이를 뜻함)라는 점을 생업으로 활용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달라진다. 킬리언은 대단한 능력까진 아니더라도 외부 세력과 무관하여 신뢰할 수 있는 리에타를 눈여겨보게 된다. 그러다 위기의 순간 리에타는 킬리언이 가장 아끼는 애첩으로 가장하며, 최고의 케미를 보여준다. 킬리언은 리에타의 뛰어난 임기응변과 희생으로 위기를 모면했으나, 자신을 묵묵히 희생하는 리에타가 안쓰러워 자꾸 마음을 쓰게 된다.


킬리언의 제안

급기야 킬리언은 리에타에게 대외적으로는 하렘이지만, 비밀 기사단으로 조직된 동쪽 별관으로 들어오지 않겠냐는 스카우트 제안을 한다. 킬리언은 죽을 운명에 처해있던 리에타를 구했고, 리에타는 킬리언의 사람으로서 능력을 인정받으며 킬리언과 그의 사람들을 지켜낸다. 이런 쌍방 구원의 관계는 보는 독자들을 흐뭇하게 만든다.


| 입덕 포인트 3 : 역병과 힐러가 나오는 독특한 세계관

작품은 역병과 악마, 언데드가 등장하는 독특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특히 역병에 대한 이야기는 작중 초반부터 꾸준히 나오는데, 리에타는 이에 맞서 신성 능력자로서 악마(작중 병원균과 같은 역할)를 물리치고 전염된 사람들을 치료한다. 힐러 여주인공과 전염병에 대한 소재는 로판 소재에서 드물어서 흥미를 유발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또, 웹툰 속에서 마스크 같은 두건이 나오는 점과 방역 수칙을 지키며 전염이 커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등장인물들은 현재 코로나 상황의 우리들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 여담: 영미권 영상화 제작 예정?

웹소설보다 웹툰이 제작자들에게 작품을 보여주기 용이하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BBC, 워너브라더스 드라마 제작자들과 미팅 중 한국의 웹소설을 소개하게 됐고, 짤막한 스토리 이상을 보여주고 싶어 그 작품을 웹툰으로 제작 중이다. 그 작품이 달새울 작가의 『마른 가지에 바람처럼』이다.

- 채널 예스, [숏폼 특집] 베이스스토리 김정미 “웹소설의 현재 진행형 확장”, 2020.03.10
정말 꿈같은 이야기일 수 있지만 〈반지의 제왕〉,〈트와일라잇〉 같은 작품을 우리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중세 유럽을 배경으로 한 판타지물인〈마른 가지에 바람처럼〉은 7~8월 즈음 웹툰을 연재하고, 이후 영미권에 아이템을 제작할 수 있도록 원천 소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한국에서 탄생한 이야기라고 해서 꼭 한국에서 제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외국 프로덕션과 손잡고 제작할 수 있는 시장과 가능성이 열렸고,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재미있는 이야기’, 그 자체니까.

- ELLE, 요즘 콘텐츠를 다루는 여자, 베이스스토리 김정미, 2020.06.19

제작사 인터뷰를 살피는 과정에서, 웹툰 <마른 가지에 바람처럼>이 영미권 영상화 판권 판매를 염두하고 작업한 작품이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재혼황후>만 하더라도 독자들 사이에서 서양 고전 판타지의 화려한 배경을 한국식 드라마화로 바꾸기엔 무리가 많다며 우려의 목소리가 많이 나온 바 있다. 이 작품도 서양권을 배경으로 한 작품인 만큼, 김정미 대표님의 포부처럼 영미권으로의 수출로 좋은 영상화 작품으로 만나보기를 기대해본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이 없다'라는 속담처럼 주인공들의 수난은 끊이질 않는다. 하지만 겨울이 가면 봄이 오듯이 잔잔히 스며들며 상처를 치유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보고 싶다면, 이번 봄과 함께 <마른 가지에 바람처럼>을 일독하기를 추천하고 싶다.



글. S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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