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냄새 나고 유머러스하기까지 한 일상툰
나, 에디터 Sue는 소소한 일상 개그툰을 즐겨보는 편이다. 출퇴근에 치이는 '바쁜 현대인의 삶'을 살다 보면…… 이전 스토리를 모두 꿰고 있어야 하거나, 방대한 세계관의 스토리를 몰입해서 보는 것이 부담이 될 때가 있다. 일상개그툰은 에피소드별로 회차가 구성되어있다는 점에서 자투리 시간에 보기 적절하고, 또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어 퇴근 후에 손이 많이 간다.
그중에서도 육아를 주제로 한 일상툰은 대개 "부모로서의 인생은 처음이라" 겪을 수밖에 없는 좌충우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육아 일상 속 현실적인 어려움과 고민을 웹툰 특유의 유머러스함으로 승화하여,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또, 출산과 육아에 있어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에 대해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기도 하고, 그와 맞닥뜨리는 사회 문제를 꼬집어내기도 한다.
결혼 생활과 양육에 대해 다루다 보니, 독자층은 30대의 주 양육자 분들이 많다. 그에 비해 결혼도, 육아도 먼 일처럼 느껴지는 나로서는 30대 인생 선배들의 삶과 고민을 엿보고, 일상툰 특유의 일상 속 소소한 재미들에 즐거움을 느끼며 미래를 덩달아 고민해보게 되는 것 같다.
이와 관련해 육아 일상툰 <닥터앤닥터 육아일기>, <결혼생활 그림일기>, <어쿠스틱 라이프>를 추천해보려 한다.
이 작품은 공학박사 학위(닥터)를 가진 베르와 산부인과 전문의(닥터)인 안다의 육아 및 일상을 담은 일상툰이다. 박사가 연재하고, 의사가 감수하는 고학력자 부부의 일상툰이라는 독특한 포지션이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작가님께서 공학박사인 걸 강조하지 않아도 모를 수가 없는 게, 작품 곳곳에는 공대 개그와 대학원 랩실에 대한 비유가 자주 등장하는 편이다. 가령 아이 양육을 '아빠 학위'를 받을 수 있는 대학원 랩실의 기계 '알파똥'을 관리하는 일에 비유하질 않나, 웹툰 중간중간에는 논문을 인용하거나 양육과 관련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플로우 차트까지도 등장한다.
이 외에도 남편이 주 양육자일 때 겪는 일상을 비롯해 작가님께서 걸어오신 독특한 삶의 이력(공대생으로 연애 소설 써서 판권 계약하기, 트램펄린 타다 전신마비되기, 코스프레 대회 1등 하고 서울대 가기 등등)을 엿볼 수 있다. 세련된 그림체는 아니더라도 아이와 함께 생활하며 얻었던 감동, 기쁨, 그리고 슬픔, 무력감까지 모든 일화를 재치 있고 또 감동적으로 풀어내는 역량을 갖추셨다고 생각한다. 댓글에서는 닥터베르 작가님이 인생 N회차는 아닐지, 심리학을 복수 전공하신 건 아닐지 의심하는 것처럼 인간적으로도 멋진 작가님의 일화를 볼 수 있는 웹툰이다. (그렇지만 대학원은 안 가요……)
이 작품은 위와는 또 다른 분위기로 장난기 많은 부부와 아이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에피소드로 하고 있다. 아내 수달과 남편 홀앵이의 아웅다웅 장난치고 다투는 결혼 생활 이야기부터, 아이가 태어나고 자라는 일들을 다루고 있는 결혼 및 육아툰이다. 사소하고 재치 있는 장난과 반응을 보다 보면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자리 잡는다.
덕질 포인트를 꼽으라면 캐릭터들 특유의 째려보는 눈빛과 독자들을 중독되게 만든 '~예용' 말투, 그리고 캐릭터 중 하나가 과거를 회상하며 꺼내는 '일기장'이 있다. 거의 매 회차 꼭 등장하는 포인트들이므로 웹툰을 보시고 왔다면 무슨 말인지 이해하시리라 생각한다.
재밌게 본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하라면, 아이인 수랑이가 포클레인에 푹 빠져서는 엄마인 수달에게 포클레인 그림만 내내 그리게 하는 장면이 있다. 이에 수달과 홀앵이는 아이와 노는 것마저도 이상과 현실이 달랐다며 씁쓸해하는데…… 슬픈 상황을 희화적으로 표현한 장면에 웃지 않을 수가 없는 에피소드인 것 같다. 아무튼 <결혼생활 그림일기>는 이런 식으로 귀여운 캐릭터들의 야림과 장난을 실컷 볼 수 있는 일상툰이다.
<어쿠스틱 라이프>는 오래 연재한 작품인 만큼 어디서 본 것 같은 익숙한 그림체로 느끼실 것 같다. 작가님의 가족인 게임 회사 아티스트(였다가 1인 개발자가 된) 남편과 엉뚱하고 사랑스러운 딸, 쌀이의 이야기를 볼 수 있다. 소소한 그림체와 일상 속 유머러스함으로 무장한 이 웹툰은 결혼 생활과 육아에 대한 섬세한 관찰력으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순수했던 4살 시절을 지나 말썽꾸러기가 된 5살 시절을 보내는 아이를 보고 짱구를 떠올리는 장면이나, 딸과 궁합이 잘 맞는 것을 보고 '스스로 친구를 창조해'냈다고 말하는 편은 독자로서도 훈훈하면서도 오묘한 기분이 들게 한다. 단행본은 물론이고, 다음웹툰에서 시즌 12까지 볼 수 있다. (2018년도에 내년에 돌아오겠다던 작가님… 언제 오실까요……)
이 외에도 출산과 육아의 고충을 잘 담아낸 쇼쇼 작가님의 <아기 낳는 만화>, <아기 키우는 만화> 시리즈, 순두부 작가님의 <나는 엄마다>를 비롯해 다양한 육아 소재 기반 인스타툰들이 있다.
개인적으로 놀라웠던 건, 2008년~2013년에 연재될 때 재밌게 봤던 <일상날개짓>에 대한 소식이었다. 아기새(가람이)가 벌써 올해 18살이라니……! 질풍노도의 사춘기 시절을 보내고 있다는 게 신기하면서도 기분이 묘하다. 최근 소식은 아래 작가님 블로그에서 더 볼 수 있다.
사람 냄새가 나고, 유머러스하기까지 한 육아 웹툰들, 바쁜 생활 속에 소소한 행복을 찾고 싶을 때 일독하기를 권하고 싶다.
글. S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