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비행과 설렘

by 너일론

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직업이 있다.


고소득 전문직의 경우 누군가의 아픔과 갈등, 분쟁을 해결하며 수익을 얻는 경우가 많다. 소득은 많더라도 부정적인 상황에 늘 노출되는 직업에는 그로 인한 무게가 분명 있을 것이다.



다행히도 내가 일하는 공간에는 설렘을 안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출국장에는 여행 가방이 있고, 탑승구에는 들뜬 표정이 있다. 비행기를 타는 사람들의 기본값은 대체로 밝다. 어딘가로 떠난다는 사실만으로도 표정이 달라진다.



| 긴장의 시간


몇 달간 이어지는 훈련과정은 긴장의 연속이다. 수많은 매뉴얼을 보고 또 보고, 절차를 숙달하고, 머릿속으로 상황을 그려본다. 준비는 아무리 해도 끝이 없다.


훈련의 마지막인 평가비행 전날은 대개 잠을 설치게 된다. 침대에 누워도 머릿속에 자동재생되는 수많은 상황들로 쉽게 잠에 들 수 없다. 자는 둥 마는 둥 하고 출근하면 심장의 두근거림이 귓가에 들릴 정도다.


흥미로운 장면은 그때다.


긴장으로 두근두근하는 나와 같은 공간에, 설렘으로 두근두근하는 사람들이 앉아 있다. 같은 고도, 같은 기체 안에서 서로 다른 심장이 뛰고 있다.



| 나만의 매직 워드


그때 나는 속으로 한 마디를 되뇌었다.


'신난다.'


긴장으로 뛰는 심장을 설렘 때문이라며 스스로를 속였다. 효과는 의외로 컸다. 부정적인 생각은 조금 누그러지고,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 덕분인지 무사히 평가비행을 마치고 부기장 생활을 하고 있다.



이처럼 긴장과 설렘은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둘 다 심장이 빨리 뛰는 상태지만 해석이 다를 뿐이다.


일상에서도 힘들 때면 그 말을 꺼내 쓴다. 일이 몰릴 때, 피로가 쌓였을 때, 마음이 복잡할 때. 일부러 또박또박 말한다.


“신난다.”


가끔은 너무 힘들어서 어금니를 꽉 깨문 채 발음하다 보니 ‘슨는드’가 되지만 괜찮다. 입 밖으로 내뱉고 나면 균열이 생기고 방향이 조금 바뀐다.


긍정적인 사고는 늘 자연스럽게 찾아오지는 않는다. 때로는 만들어야 한다.

같은 두근거림이라면, 긴장을 셀렘으로 바꾸어보는 나만의 매직워드를 장착해 보자.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