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보잉과 에어버스

by 너일론

| 양대 여객기 제작사


민간 여객기를 만드는 회사 중 가장 큰 두 곳은 보잉과 에어버스다. B737, B747처럼 B로 시작하는 기종은 보잉, A330, A380처럼 A로 시작하면 에어버스라고 생각하면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보잉은 1차 세계대전 중 미국에서 설립된 오래된 회사다. 군용과 민수용 항공기를 모두 제작해 왔고, 1990년대 말에는 맥도널 더글라스를 합병하며 독점에 가까운 위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에어버스는 1970년, 프랑스를 중심으로 독일·영국·스페인·네덜란드가 참여해 출범한 다국적 기업이다. 보잉보다 한참 늦게 출발했지만 지금은 근소하게 앞서는 회사가 되었다.



| 철학의 차이


같은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만들지만, 두 회사의 설계 철학은 꽤 다르다. 보잉만 타던 조종사가 에어버스로 전환하면 애를 먹기 쉽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윈도우에 익숙한 사람이 맥북에 처음 앉았을 때의 어색함과 비슷할 것이다.


보잉은 “컴퓨터는 실수할 수 있다”는 철학을 갖고 있어서 조종사에게 최종 권한을 준다. 예를 들어 선회를 위해 조종간을 기울이면 일정 각도 이상에서 컴퓨터가 제어하고 경고를 준다. 하지만 조종사가 더 강하게 입력하면 그 한계를 쉽게 넘어설 수 있다. 선택지는 많고, 스위치도 복잡하다. 조종사가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뜻이다.


반면 에어버스는 “사람은 실수할 수 있다”고 본다. 조종사의 입력이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컴퓨터가 명확하게 개입한다. 그만큼 선택지는 단순하고 인터페이스도 간결하다. 양력장치인 플랩만 보더라도 보잉 787은 10단계지만, 에어버스 330은 6단계다. 철학의 차이가 구조의 차이로 이어진다.


그래서인지 737의 조종석은 복잡한 기계장치로 가득 찬 기계실의 느낌을 주고, A320의 조종석은 컴퓨터로 일하는 사무실처럼 보인다. 물론 A320이 737보다 20년 정도 늦게 개발된 기종이긴 하지만 최신 기종인 B787과 A350을 비교해도 근본적인 방향성은 크게 다르지 않다.



| 조종사들이 선호하는 제작사는?


그렇다면 조종사들은 어떤 회사를 더 선호할까? 아마도 자신이 오래 타온 기종, 혹은 처음 탄 기종에 따라 의견이 극명하게 갈릴 것이다.


둘 다 타 본 나는, 조심스럽게 에어버스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늘 피로에 시달리는 조종사에게는 선택권조차 또 하나의 스트레스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