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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준 Dec 13. 2022

엄마의 온기가 점차 사라져가는 집 안에서

엄마가 집에 없는 시간이 어느덧 보름이 지났다. 가뜩이나 일어나지도 않을 일에 걱정을 많이 하는 성격 탓에  많은 생각을 하였다. 애간장도 많이 탔고 그만큼 눈물도 많이 흘렸다. 작지만 너무도  변화도 생겼고  내키진 않았지만 생각해 보면 그래도 좋은 방향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같다.



일을 하는 날을 제외하곤 쉬는 날 중 적어도 하루는 집에만 있게 된다. 밀린 빨래와 청소를 하고 밥을 짓고 설거지를 한다. 단순한 노동으로 보내는 시간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쉴 틈 없이 형태가 바뀌어가는 재활용 박스를 들곤 1층을 오르락내리락하는 내 모습이 마냥 나쁘지만은 않다.



오늘 꿈엔 엄마가 나왔다. 아침 7시 27분에 잠시 눈을 뜨자마자 전화를 걸어 8분간의 통화를 하고 창밖을 보니 안개가 짙게 깔려있었다. 밤 새 눈이 조금 온 모양이다. 쌓이진 않았지만 차라리 잘 된 거라 생각했다. 가볍게 흩날리는 눈처럼 마음도 그리되면 좋겠다 생각했다.


해가 질 즈음엔 한파주의보에 눈까지 많이 내렸다. 차가운 공기와 내리는 하얀 눈을 보니 이젠 정말 겨울이구나 싶었다. 너무 추운데 그래서 참 따뜻한 이상한 계절이다. 이젠 서른이 정말 머지않았다. 서른을 다른 말로 “이립(而立)”이라 부르는데 ‘말 이을 이(而)’ 와 ‘설 립(立)’을 합한 말로 ‘마음이 확고하게 도덕 위에 서 흔들리지 않는다’는 의미다. 의미를 곱씹어 생각해 보니 자의로 봉사를 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는 것 같다. 생각보다 많이 각지고 바운더리가 강한 나라서 내 주변 사람들은 그 각진 변에 기대거나 누울 때도 있지만 모서리에 자주 베이고는 하였다. 둥글게 살고 싶지만 좀처럼 쉽지 않고 실제로도 동그라미 모형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난 참 네모난 사람이다. 정해진 선을 넘는다면 정말 끝이기에 미련 없이 뒤돌 수 있는 성격은 어쩌면 확실한 상대에 대한 배려이다. 선행을 베푸는 게 곧 내 추운 몸을 따뜻이 녹여준다는 걸 난 알긴 하는 걸까. 도덕 위에 서 있는 난 다리가 하나뿐이다. 날이 풀리기 전에 연탄을 날라야겠다.



자연스레 올해가 가고 내년이 오는 것처럼 버릴 건 버리고 헤어질 건 헤어지게 두면 새로운 내가 찾아올 걸 안다. 이기적인 나를 조금은 버리고 타인의 눈을 바라보면 그 눈동자에 비친 시선은 정작 반대로 나라는 걸. 잔잔한 재즈와 캐럴처럼 따뜻한 연말이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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