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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wa Mar 23. 2024

<작은일터 이야기>  카페의 인연



오전일을 마치고 난 후 전철을 타고 다음 일하는 곳, 신주꾸로 이동한다.

역에서 바로 통하는 지하에 내려가 오니기리와 미소된장국을 먹고 (찹쌀 붕어빵도 자주 함께 먹음) 바로 옆에 있는 커피숍에 간다.

커피숍에 있는 의자 중에서도 편안한 팔걸이가 있는 일인용 소파자리에 앉아서 피곤한 심신을 달랜다. 벌써 이 카페를 다닌지도 일년이 넘었다.

내가 일을 시작한지가 일년이 되었으니까.


언제부턴가 , 몇명의 알바생중에서도 내가 주문을 하러 가면  '아메리칸 커피지요? '라며 먼저 말을

건네어 주는 아가씨가 있다.

일년이 지나도록 항상 마스크를 하고 있어서  얼굴을 본적은 없지만 호감있는 눈웃음과 마스크 밖으로 풍겨나오는 상냥한 말씨는 숨길수가 없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대접받는 느낌이라서

마음 한켠에서 감사함이 올라온다.

상냥함이 담긴 커피를 받아 들고 자리에 와서 아주 편안한 마음으로 꿀같은 휴식을 즐긴다.


같이 일하는 야마다 상이 피부에 관심이 많은 듯

이것저것 묻길래  집에 있는 한국 마스크팩 2종류를  주려고 챙겨 갔는데 마침 그날 쉬는 날이어서 주지 못했다.

일을 마치고  신주꾸에 가서 '상냥한 커피'를 주문하고 있는데, 퍼득 마스크 팩이 생각이 났다. '이거 혹시 쓰실래요? ' 하고 마스크팩을 건넸다.

'정말요? 진짜 받아도 되요? 너무 고마워요"

라며 엄청 좋아했다.

나야말로 너무 기분이 좋았다. 항상 뭔가 하나 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데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물건이었다.


그리고 나서 2주쯤 지났을까?

나도 이제 신주꾸에서의 일이 다음주 마지막 하루를 남겨놓고 있는 시점이다. 언제나처럼 오니기리 식사를 하고 커피숍으로 향했다.

' 아, 정든 이곳도 이젠 안녕이구나. 그 동안 나를 잘 품어 줬는데..'

또 언제나처럼  '상냥한 커피'를 받아들고 자리에 앉아서 쉬고 있는데, 왠일인지  '상냥한 아가씨'가

다가왔다.

맛있어 보이는 쿠키 2개를 내 테이블에 살며시

올려놓더니,

"제가 오늘 여기서 일하는 마지막 날이예요." 라고 말하는게 아닌가.

난 얼떨떨 하면서도

" 아~ 그래요?  실은 저도 이제 앞으로 하루만 여기에 와요. 저도 일이 끝나서요"

" 아 그러세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아, 상냥씨도 마지막이구나.

이대로  인사만 하고 헤어지기 아쉽다.

말이 유창했으면 감사의 말이라도 충분히 전했을 텐데 말이 부족하니 몸이 나서준다.

덥석 악수 손을 내밀었다.

" 고마웠습니다."

'상냥씨'는 내가 내민 손을 상냥하게 두 손으로 잡아주었고 나도 다시 두손으로 맞잡아 주었다.

커피 손님이 뭐라고 마지막 인사까지 이렇게 상냥하게...


짧게 스쳐가는 만남이었지만 참으로 마음이

따뜻해지는 만남이 아닌가.

그리고 나는 오늘 '악수'라는 것을 만들어준  인류의 조상에게 참으로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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