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렌디퍼 Nov 01. 2023

당신의 흔적들을 기억해 줘.

결국 해피엔딩일 나의 인생.

지난가을께는 남편의 생일과 추석이 함께 돌아오는 날이었습니다. 평소 아이들과 납골당을 찾지 않고 저희 끼리 생각하고 애도하는 시간을 가져 보았었지만, 마음 한켠이 편하진 않더라고요.


그러다 지난여름휴가 때 부안 내소사에 기와공양을 하고 온 것이 생각나, 집 근처 절에 등이라도 올리고 아이들과 종종 찾아오기로 하고 드디어 실행에 옮겼다지요.


아이들도 생소하고 낯설지만 아빠의 이름을 곧 찾아내고, 셋이 각자 앉아 기도를 하고 왔었어요.  둘째 아이는 굉장히 어려워하고 혼란스러워 보였지만 큰 딸은 익숙한 듯 아빠를 추모하는 모습에 마음이 시큰 해졌답니다.

위풍당당해보이네

그래도 생일이든 기일이든 가까운 곳에서 기도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아이들에게, 그리고 저에게도 작은 위안이 되기를 바란다고 할까요.


그런데 오늘은 저 혼자 왔네요.

최근 여러 일들이 복잡하게 꼬이고 얽혀, 경제적인 문제들로 잠 못 이루는 밤이 많았습니다.


누구 한 사람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밤들이 익숙해지기는 했으나, 홀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숙명이 때론 가혹하게 느껴지기도 하더라고요.


결국 해피엔딩일 내 인생이라는 것을 꿈꾸고, 확언하고 상상해 보지만 가끔은 아지랑이처럼 흔들거리네요.


그래서 넋두리하러, 남의 편을 찾아왔나 봐요.


'두고 봐, 내가 어떻게 아이들을 키우는지_'라고 이 악물던 5년 전에 저는 어디 가고

그래도 동지이자 배신자가 된 남의 편을 만나고 갑니다.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면 거짓말이겠지요.

그래도, 그가 잊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너무 그곳에서 혼자 편하게만 쉬지마.

아직, 지구에는 당신의 흔적들이 생생하게 살아나아가고 있음을 기억해 줘.



작가의 이전글 오롯이 혼자 나와 아이들을 양육해 나간다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