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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렌디퍼 Mar 28. 2024

엄마, 나 비밀이 생겼어.

N번째 이혼이라고?

그렇게 아직 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2023년을 서둘러 보내며 2024년을 하얗 시작하고 싶었습니다.


우리 셋.

여자 셋.

내가 대장인 우리 가족이 그저 아프지 않게 살아가되, 난 대장이니까 조금 더 단단하게 살면 돼 지모_이런 마음으로요.

 

말아먹은 돈이야, 다시 시작하면 된다고 다독거렸고 작은 아이의 잔병은 그만하면 다행이라 인정했습니다. 그리고 그만큼 저는 성장했고 단단해졌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어요.


그리고, 두 조카를 키우고 있던 제 피붙이인 남동생도 우리가 그들에게 배운 학습효과 따위와 무관하게 아이들을 사랑으로 키우며 가정을 지켜나가는 또 한 가정의 가장으로 살아내고 있는 줄  알습니다. 적어도 그날 밤까지는요.


가끔 명절이면 소주 한잔 기울이며

"그래도 너와 난 그들과 다르게 내 새끼들을 지키고 사랑할 줄 알잖아. 그럼 그걸로 우린 된 거야."

라며 자화자찬하던 도 더러 있었습니다.


그런 녀석에게 잡음이 들리기 시작했던 건 지난가을께였습니다.  소주 한 잔 사달라며 오겠다던 녀석을 저는 제가 힘들다는 이유로 몇 번 거절을 한 적 있었어요.


둘째가 아직 어려 맞벌이하는 부부들이 겪는 전쟁.

와이프와의 갈등이 생겼나, 하고 넘겼습니다.

누구나 그 시절엔 다 한 번쯤은 부부싸움도 하고 갈등도 생기잖아요. 그런 시간을 거쳐 견고해지고 의리도 생기고 그런 거잖아요. 부부라는 게...(물론 저는 의리까지는 못 갔지만요.)


이후 새해를 맞이하여 새 다짐으로 다시 출발선에 다부지게 서있는 저에게 남동생은 카톡으로 자신의 이혼 소식을 알립니다. 


조정기간이라는 게 있으니 저녁을 먹으며 이야기나 들어보며 다독거려 보자라고 시작한 자리는,

저에게 큰 타격감을 주고 끝나버렸어요.


"난 어쩔 수 없는 그 사람 아들이 가바. 그리고

너 , 누나 너는, 엄마랑 똑같이 아이들에게 집착하며 학대하는 거라고. 너랑 나도 그 사람들이랑 다를 게 없다고."


지금 생각하면 한 대 치고 나올걸 후회되네요.


마지막 한 방은 더 가관입니다.

"힘들다 정말... 너랑 나랑 같이 죽을래? 죽어버리자."


그렇게 제 남동생은 2번째 이혼을 하며 그들(부모님)처럼 n번째 이혼을 하는 경력을 쌓게 되었네요.( 아, 저는 빼고요.)




마흔이 넘은 우리지만,

방 너머 전쟁이 시작되면 초조해하며 긴 밤을 공포에 떨던 초등학교 4학년, 1학년으로 돌아간 애들 같았습니다.


정신없이 집으로 돌려보내고, 아프더라고요.

솔직히.

네. 아팠습니다.


내 앞에서 "죽음"을 말하는 녀석이나,

술 취한 녀석이 내뱉은 잡소리에 아직도 가슴 한편이 아린 제게 화도 났고요.

(이혼 자체를 실패한 인생이라 말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저 또한 이혼을 하려다, 여기까지 온 거잖아요. 다 말할 수 없는 배경과 후일담들이 있어서요.)


공든 탑이 무너질랴?

네 공든 탑이 무너지는 소리가 제 마음속에서 들리더라고요. 적벽돌로 한 층 한층 쌓아 올렸는데 지나가는 미풍에 다 무너진 기분이요.


(어쩌면 아기돼지 삼형제의 첫째 돼지와 둘째 돼지도 나름 최선을 다해 집을 지었을지도 모릅니다. 제가 첫째 돼지였나 싶네요.)


음_

그리고 정리했습니다. 저만의 방식으로요.

당신의 방에 아무나 들이지 마라


[당신의 방에 아무나 들이지 마라]라는 책을 읽으며, 이미 내 방에 들인 사람이기에 방구석 한쪽 상자에 넣어두기로요.


상자 안의 사람은 나에게 더 이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사람으로 규정합니다. 제일 좋은 방법은 내 방의 관리인을 통해 검증된 사람만 들어오게 하는 방법이지만 이미 들어온 사람은 안타깝게도 다시 나갈 수 없는 규칙이 있으니 상자에 넣어 가두어 둡니다.



아무도 저에게, 누구도 더 이상 상처 주지 못합니다.

그게 설령 가족이더라도, 그들의 영향력은 미비한 수준에 그치도록 제가 성장할 거니까요.



남동생에게 고마워할까요?

방구석 정리하는 힘을 기를 수 있게 해 주어서요.


그나저나 고민입니다.

아들과 크게 싸우고 몇 년 전 연락을 끊고 사는 친정엄마에게 이 어마한 뉴스를 전해야 할까요.

모른척해야 할까요.


종종 전화너머 해맑은 친정엄마의 행복한 목소리에 저는 홀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말 못 하는 두건 기술자처럼 고약한 비밀을 안고 있는 것 같아,

무거워집니다.


그래도 저는 당분간 모른 척하렵니다.

그게 제 인생을 효율적으로 사는 방법걸 제가 잘 아니까요.


오늘도 여기 이곳에 감정의 쓰레기를  툴툴 털어놓고 도망갑니다. 응원해 주시는 여러 분들에게 송구하지만  이렇게 털어내야 또 살아지더라고요.


감사합니다. 숨 쉴 수 있게 응원해 주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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