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닝포인트. 또는 분기점. 갈림길.
누구나 뒤를 돌아보면 터닝포인트라고 할 만한 지점들이 있다. 그게 좋은 방향이던 아니던. 원했던 원하지 않았던. 인생에서 큰 영향을 미쳤다고 느껴지는 터닝포인트를 겪는 그 당시에는 잘 모른다. 그 순간이 터닝포인트였다는 것을.
내 30여 년 삶에도 수많은 터닝포인트가 있다. 웨딩드레스 입은 아내와 손잡고 축가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듣던 어느 멋진 날. 목 투명대 둘레가 두껍다고 해서 정밀검진을 받았던 첫째가 건강하게 태어나 안아본 순간. 첫 아파트 투자로 잔금을 치르고 나서 잘했는지 몰라 아내와 옥신각신 하던 어리숙함. 그리고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들추어 보던 그때.
나에게는 좋은 습관이 있는데.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갈망이 항상 내면에 있었고. 그러한 갈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책을 많이 읽으려고 애써왔다는 점이다. 시간이 좀 있으면 학교 도서관에 들러 책을 읽곤 했다. 도서관에 들를 때면 책으로부터 풍겨 나오는 퀴퀴한 그 냄새. 그 냄새가 내게는 고대의 보물이 묻혀 있는 보물지도의 냄새로 느껴졌다.
그 날은 바쁜 중에 잠깐 시간이 남아 도서관에 들렀고, 그 도서관에서 뽑아 든 그 책이 내게는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그런 걸 기대한 것은 아니었는데 말이다.
두꺼운 책이었다. 이런 두꺼운 책은 좀 부담스럽지라고 속으로 혼잣말을 하면서 책을 스르륵 손가락을 활용해 빠르게 넘겼다. 그리고 넘기다가 책장이 갈라지며 멈춰 선 종이 위로 보이는 글씨. 이런 구절이 눈에 들어왔다
'태어나기 전, 지금의 내가 되기 위해 오랜 세월 진화했으며, 부모까지도 택했다고 믿는다. 그렇게 되면 현재 닥친 상황이나 어려움이 무엇이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나의 과거가 지금 꼭 필요한 것이라고 가정한다. '
어... 현재 처한 어려움도 필요한 것이라고 가정을 해본다고... 내가 사기를 당한 것도 내 성장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가정을 해본다고... 정말 그렇게 될까? 정말 이렇게 가정을 하면 뭐가 달라질까? 헛소리일까.
책의 내용이 더 궁금하기도 했고, 뻔한 소리로 이어져있을 것 같기도 했다. 자기 계발서라는 것들이 그렇다. 간절하게 필요할 때에는 간절하게 다가오지만, 간절하지 않을 때에는 다 뜬구름 잡는 소리로 들린다.
찰나의 갈등. 그 순간에 떠오른 건 첫째 아이의 웃을 때 생기는 콧잔등의 주름이었다.
아이의 콧잔등의 주름이 떠오르자 나는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는 것처럼 갈급하게 책을 빨아드리고 싶어 졌다.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집으로 돌아왔다. 이제 아이를 재우고 난 어느 날 밤 10시. 내 손에는 두꺼운 책과 노트 그리고 펜이 들려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