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때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있는 그대로 파악하는 것이니 무척 쉬워 보이는데 이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사실에 대한 관련자들의 이해관계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그 사실을 전하는 사람의 성향도 중요한데 인간은 사실을 전할 때 자신에게 유리한 것은 과장해서 표현하고 불리한 것은 축소해서 전달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고를 받을 때는 팩트와 의견을 구분해서 들어야 한다. 팩트는 미약한데 그에 대한 표현을 과장되게 하는 사람도 있다. 이것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면 자칫 판단을 그르치게 될 수도 있다.
오늘 나도 그런 잘못을 저지른 것 같다. 지난 주 현장 콜센터 실장들과의 대화중에 PC 노후화에 따른 교체 요청을 받았다. 대체 어느 수준이냐고 물으니 2012년도 보급된 PC로 사용하다 멎으면 나사를 풀어 먼지를 털고 사용한다는 얘기를 하기에 그 정도 수준이면 당장 교체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유관부서와 협의를 진행하는 중에 나의 논리가 많이 부족함을 알게 되었다. 우선 교체 대상 PC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또한 이전과는 많이 달라진IT환경을 고려 못했다. 요즘 회사의 PC는 단지 단말의 수준이고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클라우드 환경과 내부망에서 돌아가기에 개인의 PC 성능에 업무가 크게 좌우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다시 파악해 보겠노라고 꼬리를 내렸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생각해 보니 나의 의욕이 너무 앞선 탓이다. 한 마디로 팩트 파악이 부족했다.
이참에 팩트를 파악할 때 주의할 점을 정리해 본다.
첫째, 보고를 받았을 땐 과연 그런가 의심해 본다.
특히 구두로 하는 보고는 대화중 개인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있음을 감안하고 들어야 한다. 어쩌면 그 실장은 하나의 문제 PC를 보고 전체를 문제라고 여겼을지도 모를 일이다.
둘째, 팩트와 주관을 구분해서 봐야 한다.
대부분의 PC가 2012년도에 보급되었다는 보고자의 말에는 이렇게 되물었어야 했다. 전체 PC가 몇 대이고 연도별 현황은 어떠한지 그리고 말썽을 일으키는 PC는 몇 대 정도인지 말이다. 팩트에 대한 보고를 들을 때는 보고자의 주관을 걸러내고 들어야 한다.
셋째, 네이밍, 통계적 비교 등에 주의한다.
이름은 그 실체와는 벗어난 환상을 심어 줄 수 있다. ‘에이전트 오렌지’ 라는 이름을 얼핏 듣자면 마치 맛있는 오렌지 품종을 연상하게 되지만 이것은 베트남 전쟁당시 수많은 기형아를 양산했던 고엽제의 다른 이름이다. ‘리틀보이’라는 이름도 귀여운 소년을 떠올리겠지만 이는 히로시마에 떨어져 7만 8000명의 사망자를 낸 원자폭탄의 다른 이름이다. 이름에 속아서는 안된다. 통계적 수치도 전년대비 50% 증가한 수치라면 언청난 것 같지만 전년의 수치가 2였다면 올해는 한 개 증가한 수치인 것이다.
넷째, 권위를 의심해야 한다.
우리는 전문가에 대해 지나친 확신을 하는 경향이 있다. 의사처럼 특정 유니폼을 입고 있으면 그의 실체와는 상관없이 그냥 믿어버린다. 금융사기의 대부분이 아주 화려한 사무실에서 전문적인 어려운 용어를 써가며 사람을 현혹하는데 의외로 사람들은 여기에 많이 넘어간다.
팩트파악은 중요하다. 모든 문제의 해결은 이 팩트파악에서 출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