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7. 리더라는 페르소나

by 장용범

사람이 가장 어렵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 다양한 가치관과 생각들. 이 사람에겐 아무런 문제가 없는 말이 저 사람에게는 민감한 상처가 되기도 하고, 자기주장이 강하여 어지간해서는 다른 사람의 의견을 수용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동안 너무 많은 사람들을 대해서 일까. 직장 은퇴하면 좋아 보이는 것 중 하나가 이해관계 첨예한 사람들을 많이 대하지 않는 것도 있다. 부서의 특성상 금융소비자보호라는 부문과 민원처리로 나누어져 있다. 두 영역의 성격이 참 다르다. 금소법 대응과 업무기획 부문은 다소 정적인 반면 민원반은 하루 종일 다이나믹하다.

어제는 퇴근 무렵 민원 파트의 한 직원이 죄송하다며 어떤 고객에게 전화 한 번 내어 주시면 어떻겠냐고 했다. 보통 이런 경우에는 상당히 강한 성격의 민원 상대를 만난 경우이다. 내용을 듣고는 상대방과 통화를 했다. 다른 내용도 있었지만 민원 파트의 그 직원 교육 좀 잘 시키라는 내용도 있었다. 그 직원 때문에 더 열 받았다면서. 결국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마무리 지었다. 통화를 하다 보니 민원인이나 직원 둘 다 비슷한 다혈질 성향이다. 이번 업무분장에서 그 직원의 성격을 감안하여 다른 업무를 주고 싶었는데 본인이 한사코 그 업무를 하겠다기에 맡긴 건데 그야말로 대략 난감이다. 그래도 그 직원의 장점도 적지 않아 모자라는 부분은 보완하며 가고 있는 중이다. 사람은 안 바뀐다는 것을 전제로 하기에 누군가를 바꾸어 가며 일을 한다는 생각은 애당초 없다. 새로운 부서장으로 발령이 났고 나와 함께 할 직원들이 배치가 되었으니 여기서 최상의 조합을 맞추어 성과를 만들어 내는 게 나의 일이기도 하다.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중 직장 내 리더십에 관해 다음과 같은 조언이 있었다. ‘직장 내 리더십이란 업무관리와 사람관리로 나누어지는 것 같다. 업무적으로만 몰아치면 초반에는 성과가 날지 몰라도 사람들이 이내 지쳐버려 효율이 도리어 떨어지고, 사람관리만 하다 보면 분위기는 좋은데 성과가 나지 않으니 여기에도 둘을 적절히 섞는 중도가 필요하다. 이를테면 직장 내에서는 업무적인 상하관계지만 회식을 한다거나 할 때는 그냥 평등한 사람과 사람의 느낌이 나는 관계가 좋다. 리더가 일의 범위를 정해주고 책임은 내가 질 테니 맘껏 일하라고 하면 사람들은 열정적으로 일을 하겠지만 하나하나 개인에게 책임을 물으면 위축되어 소극적으로 일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일의 결과 공(功)은 직원들에게 돌리고 과(過)는 나에게라는 자세가 그나마 좋은 리더 같다’는 말씀이었다. 참 어려운 말씀이다. 초급장교로 임관하다 보니 20대 때부터 리더의 길을 경험한 셈이다. 하지만 아직도 사람에 대해서는 배우는 중이다. 어쩌면 관 뚜껑이 덮힐 그날까지 배워야 할 것 같다. 가끔은 나는 정말 리더의 성향이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내가 가장 마음 편할 때는 조용히 혼자서 무언가를 할 때인데 다만 사회생활 중 맡겨진 역할로 인해 리더라는 페르소나(가면)를 하나 만들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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