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보이는 세계에서 에너지는 위치에너지와 운동에너지로 나뉜다. 에너지는 그 자체로 힘을 의미하는데 운동에너지는 빠를수록 커지고 위치에너지는 크고 높을수록 커진다. 작은놈이 큰 놈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빠른 운동에너지로 승부하는 수밖에 없다. 세계 열강의 틈바구니 속에서 대한민국이 이 정도로 살고 있는 것은 빠른 운동에너지가 충만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다이내믹 코리아라는 말이 우리의 정체성이라 본다. 빠르려면 큰 것보다 작은 것이 유리하다. 한 때 이 지구를 공룡이 지배하던 시기가 있었지만 그 공룡들은 빙하기에 접어들어 먹을 것이 줄어들자 작고 민첩한 포유류들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만다. 작은 것이 꼭 불리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어떻게 환경에 적응하는가의 문제이다.
나는 물리학의 위치에너지와 운동에너지를 사람의 일생에 비유해 보았다. 요즘 할아버지들은 집에서 손자들을 봐주는 경우가 많은데 얼마 전 집 근처 살고 계신 은퇴하신 선배 한 분이 손자들 보는 일이 많이 버겁다고 하셨다. 작은 녀석들이 얼마나 빠른지 힘에 부친다는 말씀이었다. 어릴 때의 아이들은 어디로 튈지 모르기에 늘 조심스럽다. 금방 안에 있다가 주방의 불 근처에 가기도 하고 갑자기 후다닥 뛰기도 한다. 어린아이들은 빠른 속도가 제어되지 않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라나서 질풍노도의 청소년기를 보내고 청년기에 접어들면 속도는 여전히 빠르지만 제어가 가능한 시기가 된다. 청년기는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참 많은 시도를 하는 시기이다. 여전히 운동에너지가 왕성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또 시간이 흘러가면 40대 이후의 중년기에 접어드는데 이제부터는 자신의 속도가 점점 줄어드는 것을 느끼게 된다. 대신 어느 정도 안정적인 위치가 되는데 이때부터는 가정이나 직장에서 자신의 위치에 걸맞은 위치에너지를 갖게 된다. 이 시기에는 에너지를 사용하는 방법이 달라져야 한다. 지금껏 스스로 무언가를 하는 운동에너지를 사용했다면 이제부터는 자신의 위치에서 선한 영향력을 통해 일을 해야 할 시기이다.
지금껏 자신의 운동 에너지로만 살아왔던 터라 위치에너지로 역량을 발휘하는 일이 어색할 수도 있다. 위치에너지는 운동에너지와는 좀 다른 에너지이다. 그래서 위치에너지를 사용하는 방법을 따로 익혀야 한다. 위치에너지는 그 위치에 있기 때문에 생겨나는 에너지이다. 한 회사의 CEO라 하더라도 퇴임하고 나면 그 에너지는 사라진다. 한때 큰 에너지를 지녔던 두 전직 대통령도 그 자리에서 물러나니 아무런 에너지도 없는 노친네가 되고 만다.
그러면 위치에너지를 사용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위치에너지는 그 위치에 있을 때 발휘되는 잠재적이고 정적인 에너지이기 때문에 동적인 에너지를 가진 이들과 함께 해야 한다.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가끔 위치에너지를 지닌 이들이 답답한 나머지 스스로 움직이기도 하는데 그때는 그 위치에서 벗어나게 된다. 위치에너지가 운동에너지로 변환되었기 때문이다. 조직에는 든든한 위치에너지를 가진 중년이 있고 그 주변에 빠른 운동에너지를 가진 청년들도 있다. 구성원들의 위치에너지와 운동에너지가 적절히 섞여 조화로운 조직이 잘 되는 조직일 것이다. 인생의 에너지는 이처럼 시기에 따라 달리 쓰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