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는 분류하는 능력이 있다. 나는 여태껏 다른 동물들이 분류하는 능력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어쩌면 이러한 분류하는 능력은 인간만의 고유한 특성이지 않을까 한다. 그런데 분류하는 방법은 기준을 어떻게 설정하는가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해질 수 있다.
‘딸기, 사과, 바나나, 멜론, 복숭아, 키위, 단감, 수박, 참외’의 과일들을 분류해 보자. 먼저 외국 이름인지 아닌지로 분류해 본다.
* 외국이름 : 바나나, 멜론, 키위
* 한국 이름 : 딸기, 사과, 복숭아, 단감, 수박, 참외
다음은 껍질째 먹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의 분류로 나누어 보자.
* 껍질째 먹는 것 : 딸기, 사과, 복숭아, 참외
* 껍질째 안 먹는 것: 바나나, 멜론, 키위, 단감, 수박
이번에는 새콤한 맛이 있고 없고로 나누어 본다.
* 새콤한 맛 : 딸기, 사과, 키위, 복숭아
* 새콤하지 않은 것 : 바나나, 멜론, 단감, 수박, 참외
이처럼 어떤 기준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분류의 항목들이 달라진다. 이 분류가 중요한 이유가 있다. 인간의 인식은 분류를 하고 나면 그것에 얽매이는 경향이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인종 구분이다. 피부색으로 백인과 흑인, 황인종으로 구분한다. 인류가 저지른 인종차별의 부작용을 생각해보면 분류가 꼭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것 같다. 이외에도 종교, 사는 지역, 고향, 언어, 경제적 수준, 출신 학교 등등 인간은 이처럼 다양한 분류에 따라 무리 지었다 흩어졌다를 반복한다. 그러면서 나와 다른 것을 배척하고 대립의 각을 세우기도 한다.
그런데 일을 할 때 이러한 분류 기능을 적절히 활용하면 꽤 능력 있다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달리 말하면 그룹핑을 한다는 건데 하나에서 열까지 쭉 나열하지 않고 유사한 것끼리 그룹 지어 나누는 것이다. 위의 과일의 예처럼 분류기준을 하나 만들고 그에 맞게 그룹을 짓는 것이다. 그런데 그룹을 지을 때 주의할 점은 한 분류에 너무 많은 것이 들어가거나 적게 들어가면 안 되고 적당한 개수로 분포되는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테면 위의 과일을 씨의 유무로 나누어 보면
* 씨가 없는 것 : 바나나
* 씨가 있는 것 : 딸기, 사과, 멜론, 복숭아, 키위, 단감, 수박, 참외로 나누는 것은 생물학적으로는 의미가 있을지 몰라도 일할 때의 분류기준으로는 적당하지 않은 것이다.
하루의 시간도 그룹핑을 만들면 체계를 수월하게 잡을 수 있다. 나의 경우에는 4개의 시간 단위로 구분 짓는 편인데 그러지 않을 때 보다 시간관리가 훨씬 효율적인 것 같았다.
* 아침시간_05:00~09:00
* 오전시간_09:00~13:00
* 오후시간_13:00~18:00
* 저녁시간_18:00~23:00
이것을 다이어리나 책상앞에다 4분면으로 붙여 놓으면 적어도 빠뜨리는 일이 좀 줄어든다.
분류 기법 가운데 사분면은 유용할 때가 많다. 얼마 전 누군가의 블로그에서 2020년을 복기하는데 사분면을 사용한 예를 보았다. X축은 기존과 신규, Y축은 잘하고 못한 수준으로 분류하여 정리한 걸 보고는 꽤나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 무언가 복잡하다 싶으면 A4용지를 꺼내놓고 두 줄을 그어 사분면으로 나눈다. 그리고 X와 Y의 분류기준을 세운 다음 개별 요소들을 밀어 넣으면 나름 깔끔한 정리가 되는 느낌을 받았다. 인간만이 가진 분류능력을 좀 더 긍정적으로 활용해보면 어떨까 한다. 이참에 내가 신조어를 하나 지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