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7. 길을 찾아가는 법

by 장용범

길을 잃었다는 것은 어딘가에 가고자 하는 곳이 있었다는 뜻이다. 애당초 여기저기 둘러본다는 편한 마음이었다면 길을 잃었다는 말은 하지 않을 것이다. 아니면 처음부터 여기저기 둘러본다는 목적이었기 때문에 길을 제대로 찾아가고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좁은 골목길을 걷다가 당황스러울 때가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을 때이다. 길이 막혔다는 것이니 이럴 땐 다시 왔던 길로 나와야 한다. 동양에서는 예로부터 길을 도(道)라고 하여 사람이 마땅히 가야 할 삶의 방향이라거나 우주 만물이 돌아가는 이치 같은 것으로 추구하였다. 도를 구한다는 것이 거창한 것 같지만 삶이나 주변 환경이 돌아가는 큰 흐름을 알아내는 것이기에 어쩌면 가장 쉬운 것인지도 모른다. 큰 흐름이란 당연하게 보이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내가 싫어하는 것을 남에게도 하지 마라, 뜨거운 냄비에 불을 빼면 차갑게 식어간다처럼 언급하는 자체가 새삼스러운 것들이 도(道) 일지도 모른다. 한때 김영삼 대통령의 글 가운데 대도무문(大道無門)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글자 그대로라면 큰길에는 문이 없다는 뜻인데 달리 내용을 보니 사람이 마땅히 걸어야 할 도리나 정도에는 거칠 것이 없다는 뜻으로 그 길을 걸으면 숨기거나 잔재주를 부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라고 한다.

비록 산속에 들어가 가부좌 틀고 앉은 선승은 아니지만 도를 구하는 것을 일상에서 길을 찾는 것에 비유하여 하나씩 대입해 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길을 가다 막다른 골목이면 돌아 나와야 한다.
그 길이 맞다고 보고 걸어 들어갔는데 막다른 골목이라면 어찌해야 하나. 그 앞에 앉아서 길을 잘 못 들었다고 한탄하고 앉아 있거나 하지는 않는다. 당연히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돌아 나와야 한다. 살아가면서 막다른 골목을 만날 때가 있다. 길이 없다는 생각에 주저앉아 있을 때가 있다. 그때의 유일한 길은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막다른 골목길에서 빠져나와 갈림길에서 다시 다른 길을 찾는 것처럼.

* 길을 찾을 땐 큰길을 중심으로 작은 길을 찾는다.
주요 간선도로를 먼저 확인하고 내가 가야 할 작은 길들을 찾아 나서는 것이 효과적이다. 삶을 관통하는 큰 원칙 같은 것이 하나 있다면 나머지 작은 선택들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을 것이다. 남산 안중근 의사 기념관에 가면 돌비석에 크게 새긴 ‘견리사의(見利思義)’라는 글자가 있다. 이로움을 보거든 의로움을 먼저 생각하라는 뜻이다. 먼저 큰길을 확인하고 작은 길을 찾아간다.

* 길을 잃었을 때는 나의 위치를 먼저 파악한다.
나의 위치를 파악하는 방법은 여기저기 계속 헤매는 방법보다는 전체를 조망하는 방법이 좋다. 좀 높은 지대에서 바라보거나 내비게이션을 켜서 전체에서 나의 위치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살면서도 길을 잃었다 여겨지면 나의 현재 위치를 파악하는 게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 맞는 길인지가 먼저이고 길의 상태는 다음이다.
길을 가는데 편한 아스팔트 길과 자갈길이 있다고 해도 내가 가는 방향이 어디인지가 중요하지 길의 상태는 그다음의 문제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편한 길을 찾느라 자신의 가는 길을 놓쳐버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 같은 방향의 두 길이라면 큰 길이 났다.
대도무문이라는 말과도 통하겠다. 8차선 도로와 작은 오솔길이 똑같이 내가 가야 할 목적지에 닿아 있다면 느리게 자연을 감상하는 것이 아닐 바에는 거침없이 달려가는 게 더 효과적이다.

도를 구한다는 것을 도심에서 길을 찾는 것에 비유해 보았다. 그럴듯해 보인다. 우리가 길을 갈 때는 내가 지금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인생의 길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나는 어디로 가고 자 하고 지금 가는 이 길이 맞는 길인가. 다행히도 지금까지는 맞게 가고 있는 것 같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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