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이란 말은 일상적으로 쓰면서도 정확한 뜻이 애매한 말이다. 분명 영어 낱말임에도 국어사전에 그 뜻이 풀이되어 있는데 ‘어떤 기능을 실현하기 위하여 관련 요소를 어떤 법칙에 따라 조합한 집합체’라고 되어 있다. 그 시스템을 설계하거나 개발하는 기술자를 시스템 엔지니어라 하는데 IT 용어이다. 나는 이 시스템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시스템적으로 일이 진행된다고 하면 어떤 일이 자동적으로 착착 되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렇게 되도록 만드는 사람이 시스템 엔지니어인 것이다. 이리 보면 시스템 엔지니어를 굳이 IT 개발자라고 할 것도 아닌데 내 주변의 것을 루틴 하게 돌아가게끔 설계하는 역할을 하면 그 사람이 바로 시스템 엔지니어인 것이다.
지난해 7월에 현 부서에 별다른 직책도 없이 부임했었다. 영업의 부진에 따른 문책성 인사였다. 그런데 그동안 이 부서를 지켜보니 일은 바쁘게 하는데 체계가 부족하고 직원 간 갈등도 만만치 않음을 알게 되었다. 바쁘다고는 하지만 각자의 일이 서로의 소통 부족으로 전체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는 면도 있었다. 연말 정기인사 시기에 인사팀으로부터 현 부서를 맡게 될 것임을 언질 받았다. 당시 부서장은 은퇴를 앞둔 분이었고 그 후임으로 내정될 것임을 알려 준 것이다. 부임 시기에 맞추어 몇 가지 작업을 했었다. 우선 갈등의 중심에 있던 인물에 대한 이동 발령을 요청했다. 사람의 문제라기보다는 내부 갈등이 도저히 봉합이 안 될 정도로 깊어진 탓이다. 저 사람 아니면 나를 내보내 달라는 정도이니 사람에 대한 교통정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임원급의 상사와 부서장이 동시에 정년을 맞은 상황이라 떠나는 사람에 대한 예의를 갖추어야 했다. 코로나 상황임에도 작은 플래카드를 회의실에 걸고 조촐한 송별식을 진행했는데 예상치 못하게 떠나는 분들은 각자가 고별사를 미리 준비해 읽어 분위기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다음으로 진행한 것이 내가 생각한 대로의 업무분장이었다. 일반적인 부분과 스페셜 부분으로 나누었는데 잡다한 반복과 스피드가 요구되는 서무와 같은 일에 30대 젊은 직원들로 라인업을 구성했다. 비슷한 또래 간의 소통을 위함이었다. 그리고 금융소비자보호법이 큰 이슈인 상황에서 해당 업무를 맡은 담당자에게는 다른 업무를 배제하고 오직 그 일만 전담시켰다. 민원이라는 반복적인 업무는 별개 조직을 하나 구성한다는 기획안을 만들어 관련부서의 합의를 거쳐 새해 조직개편에 반영시켰다. 그렇게 조직의 인원과 업무를 조정하고 기존의 인원과 새로 전입 온 직원들을 재배치하니 그제야 전체적인 조직 시스템이 하나 만들어졌다.
새해가 밝아 개편한 조직 시스템이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았다. 예상대로 돌아가는 것 같았고 세부적인 조정이 필요한 부분은 조치하고 조정하였다. 처음에 직원들은 지금까지 익숙했던 것이 있던 터라 내가 제시한 조직 구상에 이의도 제기했지만 내가 한 발도 물러서지 않자 결국 수용하며 적응해 갔다. 한 달여 지난 지금은 새로운 시스템에 상당히 적응한 분위기이다. 어느 날 한 직원이 사람도 크게 바뀐 게 없는데 왜 이리 바쁜지 모르겠다고 했는데 나는 그 이유를 알고 있다. 지금까지는 각자가 빛나던 구슬이었다면 그것을 꿰어 하나의 목걸이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지난 한 달간은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고 작동시키느라 좀 바쁜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각자가 알아서 돌아가는 분위기이다. 조직도 전에 비해 생기가 돌고 있음을 느낀다. 이제부터 할 일은 이 시스템이 문제없이 돌아가는지 주의 깊게 지켜보는 것과 새로운 프로젝트성 일을 계속 부여하는 것 그리고 구성원들 간의 소통이다. 소통에는 퇴근 후 술자리만 한 게 없다고 여겨 쓸개 빠진 몸을 알콜로 몇 차례 적셨더니 부대끼기도 한다. 아내는 이런 나를 두고 회사가 당신을 책임져 주지 않는다는 말을 하는데 그에 대해 할 말이 없긴 하다.
조직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사람에다 그냥 업무만 매칭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구성원들의 특성을 파악하여 배치하고 적절한 미션을 주어 일이 되어가게끔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전기 스위치를 올려야 하는데 조직을 활기차게 움직일 에너지는 무엇일까. 나는 소통과 방향성이라고 본다. 방향성을 다른 말로 미션이라고도 하는데 사람들은 일을 할 때 돈이나 승진 같은 보상만으로 움직이는 게 아닌 것 같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의미와 가치인데 이것이 일에 열정이라는 에너지를 쏟게 하는 스위치가 되는 것 같다. 이때 보너스나 승진 같은 것은 일의 결과에 따른 부수적인 것들인데 사람이 오직 보상만을 일의 동기로 삼으면 수동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리더의 역할은 시스템의 설계자이자 만들어진 시스템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사람이다. 업무와 사람, 공적이면서도 사적인, 이성적이면서도 감성적인, 현재에 머물면서 미래를 보는 그래서 리더는 카멜레온 같은 사람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