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 발굴과 바이킹의 흔적
몽생미셸 가는 길 250화
평생 노르망디에 끼친 스칸디나비아 인들의 영향 관계를 추구해 온 역사학자 장 르노(Jean Renaud)는 고고학 발굴로 인해 세상의 빛을 쬐게 된 바이킹들의 흔적을 진지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중세 노르망디 역사학자는 여러 차례 진행된 고고학 발굴에 힘입어 노르망디 지방에 뿌리를 내린 바이킹들이 나름의 지역 문화를 이룩했다는 사실을 밝힌다. 따라서 코탕탱 지역에서 출토된 유물들은 바이킹들의 것이고 바이킹들은 이 지역에서 토착화된 삶을 영위했다는 결론을 내린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바이킹들(Vikings)에 대한 관심과 탐구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뜨거운 이슈다. 바이킹들에 관한 무궁무진한 이야기들 역시 연일 쏟아져나온다. © Vikings.style
코탕탱 지역에서의 고고학 발굴로 인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바이킹들의 유물
“코탕탱 지역에서 발굴된 유적이나 유물들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관심을 끌 수밖에 없는 배경에는 그것이 놀라운 것이든, 그렇지 않은 것이든 간에 이 모두가 바이킹에 의한 산물이었다는 확실한 근거에 기초해 있기 때문이다.
르 아그 디크(Le Hague-Dike)를 표시한 지도.우게 계곡에서 뻗어나간 커다란 땅덩어리는 사빈느 땅의 일부분을 이루고 있다. 아그 반도의 경계를 이루는 것이 아그 디크(Hague-Dike)이며, 횡으로 3킬로미터에 달한다. 그럼으로써 툭 튀어나온 돌출된 땅은 마치 대륙에서 뚝 떨어져 나온 땅처럼 보인다.
르 아그 디크(Le Hague-Dike)의 현재 모습, 기욤 에흐누프(Guillaume ERNOUF) 사진.서쪽으로 수면으로부터 솟구친 땅은 평탄면(le plateau)을 이루고 있다. 19세기에 측정한 평탄면은 높이가 10미터에 달하고 너비가 15미터에 달한다. 동쪽으로 이보다는 낮고 계곡 북쪽을 향하여 자연스럽게 가파른 비탈을 이루고 있다.
바이킹들은 이 땅에 ‘아그(Hague)’란 이름을 붙였다. 아그란 말은 스칸디나비아어인 아카(haka : 갑, 곶)란 말에서 왔다. 디크란 단어는 역시 스칸디나비아 어인 디크(dik)나 디키(diki : 상승, 비탈)란 말에서 비롯하였다.
그러나 이 땅은 기원전 900-800년에 켈트 족이 모여 살던 지역이다. 1951년부터 1953년까지 성공적으로 진행된 고고학 발굴에 힘입어 여러 개의 말뚝을 박은 구멍들이 발견되었다. 다시 말해 남쪽 방향에 설치된 적의 침입을 방지하기 위하여 파놓은 구덩이를 훨씬 능가하는 나무 울타리로 둘러쳐진 방벽의 흔적이 발견된 것이다.
1983-84년의 새로운 고고학 발굴로 인해 성채가 중세 시대에도 여전히 사용되었음이 밝혀졌다. 나무 울타리는 윗부분이 그을린 형태로 발견되었는데, 큰 화재가 난 뒤, 윗부분이 풀들로 덮여있었다.
바이킹들은 이런 형태의 방어 구조물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유틀란트반도 남쪽에 세운 단비르케(Danevirke)와 같은 형태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런 형태의 방어 구조물을 위하여 바이킹들이 어떠한 것을 참조했다는 기록은 남아있지 않다.
르 아그 디크(Le Hague-Dike)란 말은 바이킹들이 붙인 이름이다. 이 말은 갑(haka) - 땅의 융기(diki)를 뜻한다. 장 르노 사진.1962년에 거대한 조류가 밀려들어 셰흐 지방의 돌출된 땅인 바닷가 헤빌(Réville)의 백사장을 파헤쳐 놓았다. 이때 드랑게 암초 뒤편에서 지하묘지가 발굴되었다. 유골이 매장된 대부분의 묘지가 프랑크 왕국의 형태였지만, 이와 더불어 다수의 묘지 또한 바이킹들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이때 발굴된 묘지는 2개가 돌로 만들어졌고, 석관의 길이는 3미터 너비가 2미터가 조금 넘는 배의 선체 모양을 하고 있었다. 세 번째 묘지는 직각을 이루고 있는 4개의 평석들로 덮여있었다. 부분적으로 석회를 뒤집어쓴 뼈 조각이 발굴된 것을 보면 화장을 한 것이 아닌가 짐작된다. 중앙에는 돌들이 빙빙 돌아가며 마치 돌무더기를 이루듯이 구심점을 향하여 쌓여있었다.
고고학 발굴 덕분에 타원형의 형태로 2개의 손잡이가 달려있는 자기 그릇이 출토되었다(캉에 소재한 노르망디 박물관 소장). 이 유물은 스칸디나비아에서 발견된 도기들과 같은 형태의 것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도기는 바이킹 시대 이전의 것일 수도 있고 유럽 대륙에서 제작한 것일 수도 있다는 점만큼은 명백하다.
1856년 에밀 드 퐁토몽이 기술한 글에서 확인되듯, “울베크 초가집과 그리 멀지 않은, 퇴르테빌 드 시드빌을 가르는 꼬데 실개천이 흐르는 곳과 가까운, 이 저지대와 아주 가까운 곳에서 1823년 3개의 언덕이 발견되었다. 우그(Hougues)라는 지명과의 관계를 예시해주는 좋은 예일 것이다.”
그는 기술해 가기를 “숯 더미 속에서 닻과 참나무로 만든 대들보가 발굴되었는데, 방책을 치기 위해 사용된 것이라 판명된다.”
아그 지역을 떠올리게 만드는 이와 같은 묘사는 화장한 바이킹의 우두머리를 배와 함께 매장한 것을 의미한다. 이후에 땅은 불타버렸고 흙더미가 언덕[2]을 이루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오늘날 언덕이나 매장지는 전혀 남아있지 않다.
코탕탱 섬들은 고고학 발굴상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지역이다. 다만 1967년과 1976년 있었던 두 차례 발굴조사 결과 건지 섬은 저지 섬과는 달리 바이킹의 주거 형태였던 ‘가옥이 기다란’ 특이한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울 뿐이다.
건지 섬의 북서쪽 해안 코보에서 발굴된 이 기다란 형태의 가옥은 처음으로 발견된 것이다. 서로 반대쪽으로 나 있는 출입구는 한쪽은 가축들을 돌보기 위한 수단으로 낸 것이고, 다른 한쪽은 공동의 방을 위한 것이다.
방 한가운데에는 화로가 놓여 있었다. 한쪽 박공에는 안을 들여다볼 수 없는 구조로 침대가 놓였다. 여기서 11세기, 12세기 때 노르망디 인들이 쓰던 자기의 깨진 조각들과 함께 특이하게도 놀이용품이 발굴되었다.
동물 뼈로 만든 장기는 ‘무엇인가를 움켜잡는 형상의 짐승’이 도안된 것으로서 스칸디나비아 인들이 즐겨 다룬 전통적인 문양을 보여준다.
형태와 공간 분할이 비슷한 가옥이 저지 섬의 수도 세인트 헬리어(Saint-Hélier)에서도 발견되었다. 13세기 초반에 지어진 것이지만, 그 보다 더 오래전에 지어진 것이 틀림없는 가옥의 형태를 보여주고 있어 흥미롭기까지 하다.
짐승 뼈로 만든 놀이 기구 용품과 샤를 시대에 쓰이던 화폐의 일종인 동전. [4]요컨대 저버그(Jerbourg)에서 출토된 동으로 만든 소품은 기하학적 문양을 보여주고 있으며, 바이킹이 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저지 섬의 남동쪽은 바이킹들에게 있어서 전략상 중요한 지점이었고, 여기서 살던 노르망디 인들이 제작했음을 입증해 주고 있다. 저버그란 지명은 튼튼한 진지를 가리키는 버그(borg)와 ‘저지(Jersey)’의 접두사 자아할(jarl)을 합한 합성어다. 이곳 역시 옛날에 바이킹들에 의해 점령된 지역임을 시사해 주고 있다.” [5]
[1] © 캉 노르망디 박물관 소장. 발굴 유적 사진은 © CRAHM.
[2] 스칸디나비아 어로 언덕은 오그르(haugr), 즉 ‘우그(hougue)’라는 말과 같다.
[3] 저지 섬과 건지 섬에서 발굴된 ‘기다란 구조를 한 가옥’ 형태는 스칸디나비아 인들이 즐겨 짓던 가옥의 형태를 보여준다(사진 왼쪽). 저버그(건지 섬)에서 발굴된 동으로 제작한 이 소품은 바이킹이 제작한 것으로 판단된다(사진 오른쪽). 해더 세비흐 사진.
[4] [사진 오른쪽] 짐승 뼈로 만든 놀이기구 용품은 코보(건지 섬)에 위치한 회그레의 ‘기다란 가옥’에서 출토되었다. 용 그림이 보인다. 해더 세비흐 사진.
[사진 왼쪽] 아구아 섬(저지 섬의 일부)에서 발견된 대머리왕 샤를 시대에 쓰이던 화폐의 일종인 동전. 바이킹들이 출현하기 전 은수자들의 작은 공동체가 존재했음을 증거 해준다. 올가 핀치 사진. © 저지 섬 헤리티지 트러스트.
[5] 장 르노(Jean Renaud), 『바이킹들이 이룩한 노르망디 왕국(La Normandie des Vikings)』, 오렢(OREP) 출판사, 파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