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당 정문 조각 장식 2

앙드레 보느리가 들려주는 로마네스크 예술 이야기 68화

by 오래된 타자기

[대문 사진] 프랑스 올네(Aulnay) 성 베드로 대성당 남쪽 문


고대 로마 제국 시대에 세워진 개선문들과 도성 입구에 들어선 성문들은 로마네스크에 입각하여 지은 대형교회 건축물들의 정문 제작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프랑스 아흘르의 생 트로핌 대성당 정문은 서쪽 벽면에 툭 튀어나온 형태로 제작되었죠. 이러한 형태는 개선문의 정면 입구와 닮은 꼴입니다.


서쪽 정면 입구에 툭 튀어나온 아흘르(Arles)의 생 트로핌 대성당 정문 모습, 프랑스.


정문은 지면보다 높은 곳에 쌓아 올린 주춧돌 위에 설치했습니다. 섬세한 조각들로 채워진 벽감들만이 아니라 세로로 낸 홈 장식을 한 벽기둥들과 작은 기둥들이 정문 입구를 지키고 있는 사자들 위에 하나 건너 교대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는 고대의 건축술에서 비롯한 것입니다. 웅크린 사자는 두 발로 사람과 짐승을 움켜쥔 형상으로 기둥을 떠받치는 역할을 하고 있죠. 이러한 형태는 당시까지 쭉 되풀이된 테마로써 이보다 조금 앞서 지어진 이탈리아의 크레모나나 모데나 또는 피아첸차 대성당 입구에서 이미 반복된 형태로 출현하고 있습니다.


아흘르의 생 트로핌 대성당의 줄지어 선 기둥들 위로는 고대 건축술에서 볼 수 있는 질서 정연한 배치를 이룬 띠 모양의 프리즈 장식이 짧은 길이로 이어집니다. 더군다나 님므(Nîmes)의 대성당 정면입구(파사드)를 수놓고 있는 프리즈 장식은 초기 기독교 인들의 석관묘 장식에서 영향을 받은 흔적들이 역력합니다.


님므(Nîmes) 대성당의 파사드 프리즈 장식, 프랑스.


갸르(Gard)의 생 질르 교회의 눈부시게 아름다운 파사드는 이처럼 고대인들의 장식술이 물려준 아름다운 유산이 활짝 개화한 경우라 할 수 있습니다. 서쪽 정면 부분은 개선문 형태의 세 개의 문들이 나란히 이어지고, 이곳에서도 역시 기둥들이 앞으로 돌출되듯 간격을 띄운 채 사자들 위에 세워져 있죠.


갸르(Gard)의 생 질르(Saint Gilles) 성당 정면 입구(파사드) 프리즈 조각 장식, 프랑스.


세로로 홈이 파인 벽기둥들의 머리 위로는 벽감들이 큰 원을 그리면서 띠 장식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몇몇 조각 장식들은 로마인들의 장식술에서 직접적으로 영향받은 심미적인 유산과도 같은 것입니다.


정면의 합각벽(팀파늄)에 들어선 조각들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예수의 공현 축일[1]의 주제로부터 세상 종말의 순간에 재림하는 예수 그리스도와 십자가의 수난을 다루고 있습니다.


스페인 카탈루냐의 리폴 수도원 교회에는 팀파늄이 없습니다. 하지만 아주 폭넓게 물매 지게 각을 잡은 정문에는 여섯 줄로 난 아치 테두리 띠들에 조각상이 풍부하게 들어찬 아키볼트 장식이 눈길을 끕니다.


<천사상>, 리폴(Ripoll)의 산타 마리아 수도원 교회 정문 장식, 스페인.


한눈에 봐도 무척 공들여 제작한 돌판들로 이루어진 직사각형의 문설주 중앙에 문이 나있습니다. 문설주에는 또한 여섯 줄의 긴 띠 장식이 가로로 배열되어 있습니다. 각을 이룬 기둥들이 서로 겹쳐져 테두리를 만들고 긴 띠 장식의 쇠시리 문양들이 테를 두른 건축술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개선문이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로 변화합니다.


권좌에 앉아있는 예수 그리스도는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맨 꼭대기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죠. 네 형상(4 복음사가를 가리키는 천사, 사자, 황소, 독수리)과 묵시록에 등장하는 24명의 원로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둘러싸고 있습니다. 그 아래쪽으로는 하느님으로부터 축복을 받아 지극히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도들과 선지자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돌판에 묘사되어 있는 장면들은 구약성서를 표현한 것입니다. 구약이 예언한 모든 것이 예수의 출현으로 완료되었음을 상징합니다. 또한 마지막 날에 승리하는 장면도 묘사되어 있습니다. 자비에 바랄 이 알테트(Xavier Barral i Altet)의 말을 빌자면, 이 거창한 구성은 “로마 제국의 영광을 기독교도들이 그들의 입장에서 차용한 예”에 속합니다.


프랑스의 남서쪽에 자리한 교회들의 파사드 장식과 정면 현관 장식은 독특하다 못해 특별하기까지 합니다. 이들 모두에게는 팀파늄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특별히 생똥쥬(Saintonge)를 언급하자면, 둥근 활대 모양의 띠 장식을 이루고 있는 아치의 둥근 테들에 새긴 조각 장식은 올네(Aulnay)의 성 베드로 성당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생통쥬(Saintonge) 베드로 성당 정문 조각 장식, 프랑스.
올네(Aulnay)의 성 베드로 성당 남쪽 문, 1140년경, 프랑스.


올네(Aulay)의 성 베드로 성당 남쪽 문 조각 장식은 당대의 조각가들이 선택한 땅이 생통쥬(Saintonge)였을 수도 있겠다는 추측마저 불러일으킵니다. 문 위쪽에 새겨 넣은 테마는 늘 그렇듯이 교화(敎化)를 목적으로 한 것입니다.


반원형 문 위로 솟아오른 네 줄로 난 아치의 둥근 테들은 구조상으로 아주 단순해 보이긴 해도 마치 폭포처럼 물살이 퍼져나가는 형상이어서 독특함을 더해줍니다. 조각상들이 아주 풍부하게 자리 잡은 것 역시 특별하기까지 합니다.


아치의 둥근 테(아키볼트)에 자리한 인물들은 두 유형으로 나뉘는데, 첫째는 구원받은 이들, 예를 들어 묵시록에 등장하는 원로들이라든가 사도들, 선지자들이고 둘째는 지옥의 형벌을 받을 존재들, 즉 사냥꾼의 화살에 맞은 괴물들로써 정념과 타락을 환기시켜 줍니다.


앙굴렘 대성당 정문 조각 장식 역시 거창한 구성을 보여주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교회 정면의 합각벽 정 중앙에 새겨진 그리스도는 최후 심판의 날에 펼쳐질 광운(光雲)에 둘러싸여 하늘로 승천하는 모습입니다.


앙굴렘(Angoulême) 대성당 정문 조각 장식, 프랑스.


아래쪽에 자리한 천사들은 이를 응시하고 있는 반면, 다른 이들은 등을 돌린 채 사도들을 향해 있습니다. 사도들은 세상 종말의 순간에 예수 그리스도가 재림할 것을 귀띔해주고 있죠.


정면의 조각 장식들은 예수 승천을 선포하고 있는 장면들로 채워져 있긴 하지만, 예수의 재림 또한 함께 다루고 있습니다. 이는 네 명의 복음사가들을 상징하고 있는 네 형상으로서 뚜렷해집니다. 선택된 자들은 첫 번째 항렬에 위치해 있는데, 성모 마리아를 비롯하여 사도들이 자리하고, 그 반대쪽으로는 최후 심판의 날에 지옥으로 굴러 떨어질 이들 또한 묘사되어 있습니다.


갸르(Gard)의 생 질르(Saint-Gilles) 수도원 정면 현관 프리즈 장식은 세족식 장면을 담은 조각입니다. 1120년에서 1160년경에 제작된 이 조각 장식은 성서의 내용을 압축한 것입니다.


“시몬 베드로의 차례가 되어 베드로가 예수께 묻기를 “주님! 지금 제 발을 씻으시렵니까?” 하고 묻자 예수께서는 “너는 내가 왜 이렇게 하는지 지금은 모르지만 나중에는 알게 될 것이다”하고 대답하셨다.” (요한복음, 13장 6절-8절).


<세족 식 장면>, 프랑스 갸르(Gard)의 생 질르(Saint-Gilles) 수도원 교회 정면 현관 프리즈 장식, 1120년에서 1160년경.


푸아티에에 있는 고귀한 성모 마리아 대성당 역시 파사드 전체가 조각으로 뒤덮였습니다. 파사드 꼭대기 삼각형으로 제작한 거대한 합각면 정 중앙에는 예수 그리스도가 서있으며, 주위로는 4명의 복음사가들을 상징하는 천사, 사자, 황소, 독수리 형상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푸아티에(Poitier)의 고귀한 성모 마리아(Notre-Dame-la-Grande) 대성당 서쪽 파사드, 프랑스.


배경엔 최후 심판의 날을 예고하는 광운이 서려있습니다. 그 아래쪽으로는 정문 장식과 같은 반원형 덮개 아래 창문이 들어섰죠. 창문 양쪽으로는 두 개의 띠가 돌벽을 위아래로 나누고 있습니다. 돌벽 표면에 조각상이 들어찼는데 열 두 사도와 푸아티에 최초의 주교였던 일래흐(Hilaire) 성인과 갈리아의 수호성인인 마흐탱(Martin) 성인의 조각상이 나란히 자리 잡고 있습니다. 최후 심판의 날에 예수의 재림을 고대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입니다.


정문 위쪽과 코니스[2] 아래쪽 사이에 난 공간은 선지자들과 구약과 신약의 장면들을 형상화한 조각들로 채워 넣었습니다. 정 중앙 문 위에 활대 모양으로 둥글게 띠를 두른 네 겹의 아키볼트들과 정문 좌우측 안쪽이 벽으로 막힌 형식적으로 낸 두 개의 문들에는 어떠한 인물상도 자리하고 있지 않지만, 식물 모티프에서 취한 장식적 요소들로 흘러넘칩니다.




[1] 동방박사 세 사람이 아기 예수를 경배하러 왔던 일을 기념하는 날로 1월 6일에 해당합니다.


[2] 코니스란 벽면에 조각으로 아름답게 장식하기 위해 기다란 띠처럼 두른 돌출부를 가리킵니다.




프랑스 샤랑트 마리팀므 지방에 세워진 올네(Aulnay) 성 베드로 대성당은 로마네스크 시기에 완성된 조각 장식이 풍부한 로마네스크 예술의 보고와도 같은 곳입니다.
교회 건축물 자체가 로마네스크 예술을 웅변해 주는 올네(Aulnay) 성 베드로 대성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