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당 정문 조각 장식 1

앙드레 보느리가 들려주는 로마네스크 예술 이야기 67화

by 오래된 타자기

[대문 사진] 갸르 생질 성당 정문


성녀 막달라 마리아께 봉헌된 바질리크 양식의 대성당 중앙문, 1120-1140년, 프랑스 베즐레(Vézelay).


12세기 초부터 이곳저곳에서 건축물과 완벽한 조화를 이룬 조각 장식들이 새롭게 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성화 조각이 정문을 수놓기에 이르렀던 것이죠. 성서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조각한 정문 장식은 크기나 규모 면에서 건물의 크기와 비례했습니다.


거의 대부분이 건축 장인들의 솜씨이었기는 하나, 조각 장식 분야의 마스터들은 교회 건축물의 정면에 들어설 입구를 위해 기발한 형태들을 창안해 냈습니다. 물매 지게 각을 잡아 기둥과 벽을 세움으로써 정문만이 아니라 정문을 장식하고 있는 조각들이 다양한 형태로 돌출되어 보이도록 제작한 것입니다.


정문의 구조는 맨 아래쪽에 정 중앙 기둥이 등을 맞댄 기둥벽을 세우고, 기둥벽 위에는 문짝을 고정시킨 대들보 격인 상인방을 가로지르게 했으며, 상인방위로는 다시 팀파늄이라 부르는 둥근 합각벽이 자리했고, 합각벽을 둥글게 에워싼 물매 지게 깎아 만든 여러 겹의 활대 모양의 둥근 테들 속에 다양한 조각 장식들이 들어차도록 아키볼트를 고안해 낸 것입니다.


정문이라는 틀 안에 자리한 공간을 다양하면서도 복잡한 양상을 띤 공간들로 구성한 조각가야말로 탁월한 창조적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장인의 솜씨라 해야 할 것입니다.


<11월과 12월>, 빌리젤모(Wiligelmo)가 제작한 대리석 얕은 돋을새김, 옛 산 베네데또 포(San Benedetto Po) 수도원(이탈리아) 정문 조각 장식, 12세기.


빌리젤모는 수도원 정문 조각 장식을 위해 11월은 파종하고 12월엔 돼지를 잡는다는 예로부터 전해오는 1년 동안의 생활의 법칙을 형상화했습니다.


이러한 형태의 정문들이 처음 등장한 때는 대략 1090년경입니다. 프랑스 툴루즈에 세워진 생 세흐냉 대성당에서 보듯 십자형 내부에 자리한 양팔 격인 좌우 측랑에 해당하는 트란셉트의 남쪽 끝과 북쪽 끝에도 똑같은 형태의 문들이 들어섰습니다. 건물 벽에 커다랗게 돌출되어 있는 문들은 두 짝이 한 쌍을 이루고 있는데, 마치 둥근 활대 모양의 문(아치)이나 로마 제국 시대의 개선문 형태와 유사해 보입니다.


프랑스 툴루즈에 세워진 생 세흐냉 대성당 건물 벽에 커다랗게 돌출되어 있는 문들은 두 짝이 한 쌍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렇게 보이기는 하지만 조각가들은 건축의 모든 가능성들을 다 활용한 것은 아닙니다. 이런 형태의 문이 제작되기까지에는 생 세흐냉 성당의 성 베드로와 성 야곱의 돋을새김이 둘러싼 미에쥬빌 문이 출현할 때인 1100-1118년까지 기다려야만 합니다.


프랑스 툴루즈의 생 세흐냉(Saint Sernin) 대성당 ‘미에쥬빌(Miégeville) 문’, 1100-1118년.


합각벽(팀파늄)과 상인방 그리고 아키볼트 안쪽에는 예수 승천을 주제로 한 조각 장식이 쭉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보다 조금 늦은 시기에 합각벽 정 중앙에 위풍당당한 예수 그리스도가 왕관을 쓰고 앉아 있는 모습을 담은 조각 장식이 등장합니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무와싹, 꽁끄, 볼리유 쉬흐 도르도뉴의 합각벽이 다 같은 형태입니다.


마흐셀 뒤흘리아가 강조했듯이, 가장 강력한 상징적 의미는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입니다. “나는 문이다. 누구든지 나를 거쳐서 들어오면 구원받으리라.” (요한복음 10장 9절).


상단 왼쪽부터 차례대로 <꽁끄>,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무와싹>, <볼리유 쉬흐 도르도뉴> 성당 합각벽(팀파늄) 조각장식.


상징체계로서의 문은 중세 작가들을 통하여 되풀이 강조되었습니다. 오노리우스 도툉이나 기욤 뒤랑의 말도 다르지 않은데, “교회 문 안으로 들어선다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가 활짝 열어놓은 천국의 예루살렘을 향한 입구로 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정문 제작상의 이 같은 실험들로부터 앞으로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정문의 합각벽을 가득 채우면서 동시에 그 둘레에 질서 정연하게 배치된 조각 장식들은 구세주의 형상과 이와 관련된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문설주들을 비롯하여 귓돌들, 창 사이의 벽, 벽을 물매 지게 깎아 돌출된 부분, 아치의 둥근 테들 어느 곳 하나 빠짐없이 구세주의 형상과 함께한 아주 풍부한 조각들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이러한 조각 작품들은 또한 공간에 적절하게 들어맞았습니다. 꽁끄 마을의 수도원 교회에 표현된 어린 순교자 성녀 화(Foy)는 하느님이 내민 손을 향해 엎드려 기어가는 듯한 형상인가 하면, 무와싹의 기복이 심한 문설주들에 표현된 성 베드로와 유대의 예언자 이사야는 터무니없이 길어 보이기도 합니다.


사진 왼쪽은 꽁끄(Conques) 마을의 성녀 화(Foy) 수도원 성당 합각벽(부분)이고 오른쪽은 무와싹(Moissac) 수도원 성당 합각벽(부분)입니다.


모든 가능한 공간들은 다 조각으로 채워졌습니다. 기둥들 역시 인물들이나 기하학적 모티프에서 취해진 문양들이나 꽃 장식 모티프에서 취한 문양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네 형상에 둘러싸인 영광의 그리스도>, 생 베니뉴(Saint-Bénigne)의 합각벽(팀파늄), 프랑스 디종(Dijon) 고고학 박물관.
<선지자 예레미야>, 성 베드로 수도원 교회의 정문 벽 장식, 무와싹(Moissac), 프랑스.


이러한 가운데 풍부하고도 복합적인 구성과 조각 작품의 질적인 차원에서 가장 완벽에 가까운 로마네스크 정문이 탄생했는데, 그게 바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의 영광의 회랑으로 이어진 문입니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의 <영광의 문>.




프랑스의 베즐레, 툴루즈, 디종, 무와싹, 아흘르 이 모든 도시들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가는 도상에 위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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