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드레 보느리가 들려주는 로마네스크 예술 이야기 69화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에 위치한 베즐레(Vézelay)의 성녀 막달라 마리아 대성당 입구에 자리한 중앙문의 합각벽(팀파늄)은 1140-1150년에 완성되었습니다. 정문은 현관 안쪽에 위치한 중앙회중석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팀파늄을 채우고 있는 이 거대한 조각은 성령강림을 예고함과 동시에 이를 만인에게 전하는 사도들의 사명을 새기고 있습니다.
팀파늄 조각은 당시에 비춰볼 때 엄청난 대작에 속합니다. 조각으로 표현한 인물들은 중세 인들이 상상으로 가공한 것이 아니라, 기원전 4-3세기에 그리스 문헌에 등장하는 인물상을 참조한 것입니다. 로마 제국 시절 대 플리니우스가 저술한 『만인의 역사』에서 이 인물들을 상세히 인용한 바 있습니다. 이로부터 한참 뒤에 이시도로 데 세비야가 『어원학』에서 한 항목에 걸쳐서 이들을 다루기도 했죠.
[바깥 테두리] 첫 번째 아치 둥근 테 안에 표현된 다달이 일하는 장면들은 황도십이궁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이는 로마네스크 조각의 고전적인 주제로써 각각의 달들과 황도대는 생명과 시간의 순환을 의미합니다.
[안쪽 테두리] 정 중앙 예수 그리스도의 양측으로 둥글게 테를 두른 칸막이 안에는 복음을 전파하는 이들이 새겨져 있습니다. 그들 가운데 오직 울부짖거나 날고기를 먹는 개머리 형상을 한 이들도 보입니다.
[중심부] 후광에 둘러싸인 예수 그리스도 주위로 사도들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성령의 불길을 내려받고 있습니다. 성령은 부활한 예수 그리스도의 손가락을 통해 발산되는 섬광으로 표현했습니다. 사도들은 더욱 충실히 복음을 전파할 목적으로 각자 다른 언어로 말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받았습니다.
[맨 아래] 조각가는 상인방(上引枋)에 전혀 다른 유형의 인물들을 새겨 넣기까지 했습니다. 코끼리 귀 형상을 한 인물들과 말 잔등에 올라타기 위해서 사다리가 필요한 소인족들까지 묘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