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드레 보느리가 들려주는 로마네스크 예술 이야기 70화
[대문 사진] 무와싹 수도원 안뜰
안뜰이 자리한 수도원 경내는 수도원 건축에 있어서 본질적인 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대성당에 해당하는 카테드랄 부속건물인 교회 참사회도 마찬가집니다. 간혹 수도원 경내(cloître)라는 용어는 수사들과 교회 참사 회원들이 공동체 삶을 영위하는 공간인 ‘클로스트로(claustraux)’라는 단어가 지칭하듯이, 수도원을 포함하여 수도원에 소속된 건물들 전체를 가리키는 용어로 쓰이기도 합니다.
후씨용 인근의 엘느(Elne) 수도원 경내의 기둥머리에 시편 133장 첫 구절이 새겨져 있다는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닙니다. 새겨진 구절은 시편의 다음과 같은 노래를 들려줍니다. “이다지도 좋을까, 이렇게 즐거울까! 형제들 모두 모여 한데 사는 일!”
따라서 수도원 경내라 함은 그 주변의 모든 공간을 포함하는 개념으로서 공동체에 소속된 건물 전체를 가리킵니다. 수도원 교회나 대성당(카테드랄)을 비롯하여 참사 회의실, 식당, 침소, 필사실(스크립토리움), 물품창고가 다 한 곳에 모여 있는 곳이죠.
수도원을 구성하는 이와 같은 건물 배치는 카롤링거 시대의 전통을 따른 것입니다. 대표적인 곳이 9세기 때 세워진 장크트 갈렌(스위스) 수도원입니다. 장크트 갈렌 수도원의 기본적 설계는 교회의 남쪽 측면에 펼쳐진 정사각형의 안뜰로 이루어져 있으며, 주위로는 회랑들이 들어선 구조입니다. 이러한 구조는 공동생활에 용이한 건물 배치에 따른 것이죠.
중세 수도원들은 모두가 장크트 갈렌 수도원의 기본 설계에 근접한 세부 도면에 따라 중요 시설을 배치하였습니다. 수도원 경내는 교회 남쪽만을 고집하지 않고 북쪽에도 들어섰습니다. 수도원 설계의 모범으로 자리 잡은 건물 배치는 회랑들이 둘러싼 한복판에 안뜰(atrium)이 위치하며, 둘레로는 고대 로마풍의 건물들이 들어선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수도원 경내는 둘레로 경계를 이루고 있는 각각의 건물들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장소에 해당합니다. 동시에 묵상에 잠길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수사본을 읽거나 기도하는 장소로도 활용되었습니다. 더해서 경내 한가운데에 샘이나 우물이 자리한 작은 크기의 정원도 조성하였습니다.
수사들에게 이 ‘밀폐된 정원’은 곧 천국을 상징하는 곳이면서 동시에 왁자지껄한 세상과 등진 곳이자 세상사의 온갖 궂은일과 단절된 천국에 대한 언약의 증표로 고대인들이 굳게 믿었던 에덴동산에 대한 기억을 상기시켜 주는 장소였습니다. 이러한 연유로 건물들에 가로막혀있는 정원은 오직 하늘을 향해서만 뚫려있었던 것입니다.
중세 작가들은 이러한 공간을 일부러 상징체계로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기욤 뒤랑(Guillaume Durand)은 자신의 저술 「미사를 집전하는 성스러운 흉패」에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수도원 경내는 하늘에 있는 천국을 환기해 준다. 모두가 하느님의 의지에 따라 서로 사랑하는 가운데 오직 한마음으로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는 곳이 바로 이런 곳일 게다. 자신을 위해서는 최소한의 것만 소유하는 자만이 다른 이들에게 필요한 것을 나누어주는 기쁨을 맛볼 수 있다. 이는 모두를 위한 것이고 수도원 경내에서는 완벽한 공동체의 삶으로 이끄는 오직 한마음으로 규칙을 따르며, 세상의 물질적 행복 또한 버리고 오로지 하느님께 봉사하는 마음으로 임해야만 할 따름이다. (···) 수도원 규율에 따른 윤리적인 차원에서의 수도원 경내는 우리 영혼이 모든 물질에 대한 잡념들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이 천상의 유일한 것만을 사색하는 묵상의 장소가 되어야만 한다. 따라서 수도원 경내에는 오직 네 방향만 존재한다. 자신의 존재를 잊어버리고, 세상 또한 잊고, 다가올 날을 기다리며, 하느님을 흠숭하는 일만이 존재한다. 이 네 방향은 각각 줄지어선 기둥들로 나뉜다. 모든 기둥들의 기초는 참을성이다. 수도원 경내 둘레로는 다양한 작품들이 자리하고 있으며 제각기 덕행을 표현한 것들이다.”
11세기에 와서 수도원 경내에서 점차로 조각 장식들이 사라지는 경향이 빈번하게 발생했습니다. 이 시기에 지어진 가장 오래된 곳 중의 하나가 최근에 세상에 알려져 햇볕을 쬐기에 이르렀는데, 서기 1천 년에 완공된 카탈루냐 지방에 위치한 로데스(Rodes)의 산 페레 수도원 교회 내에 자리 잡은 수도원 경내가 바로 그곳입니다.
이 수도원 경내는 버팀기둥들이나 둥근기둥들조차 없이 반원형 아케이드가 바로 기둥들을 세우기 위해 낮게 쌓은 담으로 직강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정원과 회랑 사이의 경계에 담을 낮게 쌓고, 그 위에 기둥을 세우고, 기둥 위에 아케이드가 내려앉은 형태이지만, 처음에 수도원 경내를 지을 때는 그와 같은 모습의 버팀기둥들이나 둥근기둥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후에 버팀기둥들과 둥근기둥들이 첨가되었는데, 기둥들 위로는 빛이 새어 들어올 수 있도록 만든 작은 크기의 아치들이 얹혀있습니다.
생 기엠 르 데제흐(Saint Guilhem le Désert)에서는 버팀기둥들과 둥근기둥들이 번갈아 등장하며, 뚜흐뉘(Tournus)에서는 하나씩 세워진 버팀기둥의 회랑 쪽 두 귀퉁이에 작은 둥근기둥들이 붙어있는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기둥머리는 모서리를 둥글게 깎은 형태의 기둥머리입니다. 기둥머리에는 이따금씩 정형화된 식물 문양이 돌조각 장식으로 반복하여 나타납니다.
11세기 중반부터 몇몇 수도원들은 경내에 세워질 둥근기둥의 기둥머리 장식을 무엇으로 조각할 것인지를 고민하였습니다. 오딜롱(1049년 영면) 수도원장이 창건한 클뤼니 수도원 경내에 들어선 기둥머리 장식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현재까지 남아있는 것은 없습니다. 손대지 않은 채로 아직까지 풍부하게 장식들이 남아있는 것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은 무와싹 수도원의 기둥머리 장식뿐입니다.
무와싹 수도원 안뜰은 1100년 앙끼틸 수도원장 재임 시에 완공되었습니다. 대리석으로 조각된 76개의 기둥머리가 파손되지 않은 채로 여태껏 남아있는 아주 보기 드문 경우에 속합니다. 로마네스크 풍의 반원형 아케이드들은 13세기에 와서 삼각형 꼭짓점을 기준으로 양변으로 꺾여 둥글게 휜 아케이드들로 대체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