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드레 보느리가 들려주는 로마네스크 예술 이야기 74화
꺄베스따니(Cabestany)의 명인(마스터)이란 12세기 후반에 활약했던 익명의 조각가에게 붙여진 호칭입니다. 다수의 작품들에게서 스타일상으로 서로 유사한 점이 발견된 까닭에 한 작가의 작품일 것이라는 결론이 내려지면서 이 같은 이름이 붙게 되었습니다.
호칭에 페르피냥 인근의 꺄베스따니 마을 이름이 따라붙은 것은 우연한 계기로 인한 것입니다. 1930년에 이르러 성당 확장공사를 진행하던 중, 꺄베스따니 마을 본당 신부가 참으로 뜻밖에 성당 바깥벽에 박혀있는 팀파늄 형태의 돌조각 하나를 발견하였죠.
1945년에는 카탈루냐의 고고학자 호세 구디올이 이와 유사한 또 하나의 팀파늄 돌조각을 찾아냈습니다. 이는 나바라 지방에 위치한 에론도 성당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구디올은 또 다른 조각품들도 찾아냈는데, 페르피냥 인근의 르 불루 성당의 정면 현관 위를 장식한 프리즈 조각 장식 돌과 제로나에 위치한 걀리강의 산 페레 옛 수도원 것으로 추정되는 기둥머리 장식 돌, 제로나 교구에 속한 로데스의 산 페레 수도원의 것으로 보이는 성 베드로 두상, 사튀흐냉 성인의 순교를 다룬 오드의 생틸래흐 도드 성당의 석관 묘 장식 돌, 그리고 리외 미네르부아 성당의 기둥머리 장식 돌 등도 찾아냈습니다.
호세 구디올은 이 일련의 조각품들이 모두 한 사람의 손으로 제작되었다고 결론을 내리고 제작자인 인물에게 ‘꺄베스따니 명인’이란 칭호를 부여했습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조각가와 꺄베스따니 마을을 연결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히 위험천만한 발상이기도 했습니다. 그가 교회에서 찾아낸 팀파늄 조각이 반드시 그 교회를 위해서 제작한 당대의 것이라 확신할만한 근거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두 조각품들이 서로 동일하다는 판단 하에 다른 조각품들도 다 명인(마스터)의 것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바르셀로나 마레스(Marès) 뮤지엄이 소장한 로데스의 산 페레 수도원에서 출토된 조각품 역시 명인의 것으로 판명 났습니다.
1952년에 와서 마흐셀 뒤흘리아가 카르카손 교구에 속한 로라개의 생 파풀 수도원 후진 외벽을 장식한 조각품들 역시 명인의 것으로 결론 내렸습니다. 에두아르 쥐뇌앙이 토스카나 지방의 산탄티모 수도원 기둥머리 장식 조각품을 장인의 것으로 판단한 것은 1962년의 일입니다.
같은 시기에 레온 프레수이레는 역시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에 위치한 산 지오반니 인 수가나에서 발견한 둥근기둥을 더했습니다. 이로써 마스터의 작품이라 생각되는 중요한 자료들은 얼추 구색을 맞춘 셈입니다.
이런 흐름 속에 역사학자들이 나서서 지리적으로 한 지역에 속한 곳들에서 또 다른 작품들에 대한 정체성을 확인하는 작업이 진행되었죠. 그들은 병행하여 모든 작품들을 모두 다 한 작가의 작품으로 간주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고 토로했죠. 서로 유사하다고 판단한 작품들을 검토해 본 결과 작품의 특징들이 서로 분산되는 듯한 경향이 여기저기서 현저하게 발견된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스타일상의 특징들이 더욱 그러했습니다.
그렇다면 무슨 이유로 그 많은 작품들을 ‘꺄베스따니의 장인’의 것으로 본 것일까요? 한 사람의 손으로 제작한 것과 이곳저곳 옮겨 다니는 작업장에서 생산된 것을 구별하면서까지 말입니다. 우선 조각하는 방식(스타일)이 상당히 강력하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얼굴 형상은 아주 독특한 모델에서 취해졌습니다.
세모꼴을 한 두상들은 이면체로 나뉘었는데 단단한 코뼈로 보이는 형상이 두 면을 가르고 있습니다. 아몬드 같은 눈들은 사시처럼 보입니다. 눈동자는 검은 점을 찍어놓은 듯이 강력하게 표현되었습니다. 눈꺼풀의 접합 부분을 천공기로 뚫어 두 개의 구멍을 냈습니다. 간혹 동공을 표현하기 위해 천공기로 구멍을 뚫은 자리에 납 조각으로 때우는 방식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얼굴에 비해 상당히 작은 귀는 머리 꼭대기에 위치하고 입술은 얇아서 거의 없는 듯하죠. 물결치는 두꺼운 머리칼 타래가 이마 아래쪽까지 상당 부분을 덮고 있습니다. 남자들이 모두 턱수염을 하고 있는 대신 천사들은 수염을 기르지 않았습니다. 여자들은 머리에 미사포를 두르고 있죠. 모두가 화려한 주름진 옷들을 입고 있으며, 손들은 그들의 체격에 비해 의외로 큼지막합니다.
짐승들 머리는 거의 비슷한 형상입니다. 길게 늘어진 입술에다가 아몬드처럼 작고 길쭉한 눈매 하며 작은 구처럼 생긴 동공을 하고 있죠. 사자의 갈기 털은 타래로 물결치는 듯하고 두 발은 갈기 털 모양으로 구부러뜨리고 있습니다. 반면 사자들 몸은 반들반들합니다.
천사의 날개가 묘사되어있기는 하지만, 우리가 늘 그러리라고 생각하는 천사의 등짝이 아니라 리외 미네르부아나 꺄베스따니에서 보듯 전혀 생각하지 못한 성모마리아의 후광에 덧씌워져 있다는 점 또한 조각가 특유의 성벽에 따른 특징일 것입니다.
간혹 발견되는 거칠고 생경하기까지 한 특징 역시 조각품을 정밀하게 제작할 줄 모르는 조각가의 재능의 무능함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이와는 반대로 조각용 끌로 세밀하게 다듬은 흔적들이 특이하게도 마스터의 작품이라 판단되는 조각품들 곳곳에서 발견됩니다.
기둥머리 장식을 보면 조각가는 코린트식 꽃장식으로 테두리를 친 한가운데 용솟음치는 인물들의 형상을 제작하는 것을 즐긴 듯이 보입니다. 이는 조각 공간에서 인물이 중심에 오도록 공간을 능수능란하게 다룰 줄 알았던 조각가의 역량을 입증해 주는 것이기도 하죠.
조각가는 또한 팀파늄에 새겨진 인물이 등장하는 장면들과 마찬가지로 지주 역할을 하는 기둥들의 제한된 평면 위에 사이사이 간격을 띄우면서 인물이 등장하는 장면들을 능수능란하게 배가시켜 나갔습니다.
이는 조각가가 이미 인물들의 몸짓이나 손짓에 동작 변화를 꾀할 줄 알았다는 것을 의미하며, 동시에 등장인물들에 의해 살아 숨 쉬는 이야기들을 창조할 줄 아는 방법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것도 아주 지혜롭게!
몇몇 성화에서 취한 이야기의 주제들은 독보적인 방법에 의해 선취된 것으로 보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표현은 꺄베스따니의 팀파늄에서 두 번씩이나 등장합니다. 한 번은 조각 왼쪽에 자리한 무덤에서 어머니 성모 마리아를 일으키는 장면이고 두 번째 장면은 정 중앙에 자리한 조각으로써 천상에서 마리아를 가까이 영접하는 장면입니다.
로데스 산 페레의 팀파늄에서는 갈릴리 호숫가에서 열두 제자에 둘러싸여 있는 모습으로 형상화되어 있습니다. 에론도 팀파늄에는 예수가 유혹을 물리치는 장면이 세 번씩이나 등장하죠. 네 번째 장면은 수많은 군중들에게 먹일 빵을 만드는 기적을 행하는 장면입니다.
성모 마리아에 대한 테마들 또한 등장합니다. 성모승천을 다룬 주제가 리외 미네르부아나 꺄베스따니의 기둥머리를 장식하고 있죠. 르 불루에서는 무릎에 아기 예수를 올려놓은 마리아가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앉아있는 형상으로 묘사되기도 합니다. 이는 초기의 복음서들에 의한 영향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마리아의 형상은 산 지오바니 인 수가나의 기둥들과 바스에 위치한 산 에스테베 기둥머리 장식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개선의 나팔수에 관한 주제는 로마네스크 조각마다 제각기 다양합니다. 이 경우엔 거의 대부분이 날인이 되어있습니다.
나팔수는 부풀어 오른뺨에 큼지막한 머리를 하고 있죠. 작은 크기의 두 귀들은 머리 위쪽에 붙어있습니다. 두 눈은 작은 구 모양이며, 몸체는 기둥머리 코린트 풍의 꽃 장식에 둘러싸여 겨우 형체만 드러낼 정도로 오목하게 조각되었습니다. 가느다란 두 팔은 머리 꼭대기서부터 아래로 내려뜨려졌습니다. 손으로 잡은 트럼펫은 벌거벗은 두 발 사이에 놓여있습니다. 사자 굴에서의 다니엘에 대한 묘사 또한 생 파풀과 산탄티모의 기둥머리에서 두 번씩이나 등장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천사들은 마스터의 작품들 속에서 예언을 주제로 하여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메시지를 차례차례 전하는 사명을 띤 주체로서, 또는 이를 경배하는 모습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발아래 짓밟힌 괴물들은 꺄베스따니 팀파늄의 경우엔 밑면에 자리하고 에론도에서는 팀파늄 안에 자리 잡았습니다.
괴물들은 악마와 이웃하면서 악을 상징하고 있죠. 로마네스크 당시의 관례에 비춰보면 괴물들은 교회 바깥에 있어야만 합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험상궂게 표정을 찌푸린 괴물들이 리외 미네르부아 교회에서는 원기둥 머리 판 여기저기에 등장하고 라그라쓰에서는 홍예 머릿돌에까지 등장합니다.
리외 미네르부아에서는 식물성 당초무늬를 토해내는 괴물들로 묘사되어 있는데 이는 오로지 장식적 효과를 계산한 것임에 틀림없어 보입니다. 악의 상징으로 또는 순수하게 장식물로써의 괴물들은 인간의 머리를 하고 있거나 괴기한 짐승의 머리를 하고 있거나 아니면 생 파풀, 르 불루, 빌라베타의 처마 밑 까치박공에 새겨진 것처럼 험상궂은 표정을 짓고 있거나 아니면 둘 중의 하나입니다.
조각가이자 카탈루냐와 랑그도크 지역의 가장 큰 작업장의 책임자였던 꺄베스따니의 명인은 로마네스크 시기를 관통하면서 중앙집중식 설계에 따른 리외 미네르부아 성모 마리아 성당을 건축하고 주요한 작품들을 제작하지는 않았을까요? 또한 여기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테흐상(Tersan)의 성 스테파노(Saint-Étienne) 성당을 완성하지는 않았을까요?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