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네스크 조각 예술의 중심지 2

앙드레 보느리가 들려주는 로마네스크 예술 이야기 73화

by 오래된 타자기

[대문 사진] 이탈리아 베로나 산 제노 성당


12세기에 이탈리아 북부 지방 또한 아주 중요한 창조적 산실로 자리 잡았습니다. 모데나의 두오모(대성당) 정면 부분(파사드) 조각 장식을 완성한 빌리젤모(Wiligelmo)라는 인물이 단연 독보적이었죠.


모데나(Modena)의 두오모 정면, 이탈리아.


모데나의 두오모를 눈여겨보면, 성당 입구 정면 부분에 설치된 회랑 한복판으로 불쑥 솟아오른 우아한 닫집 구조물이 자리 잡고 있는 걸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닫집은 사자들 등허리에 세워진 둥근기둥들이 지탱하고 있습니다.


모데나 대성당 입구 정면 조각 맨 아래쪽에 빌리젤모(Wiligelmo)라는 서명이 새겨져 있습니다.


또 한 명의 조각가인 니꼴로(Niccolò)는 훼라라(Ferrara)의 두오모 정문 위 조각 장식에 새겨진 서명을 보건대, 빌리젤모의 문하생이 틀림없습니다. 마찬가지로 베로나(Verona)의 대성당(카테드랄)에 해당하는 산타 마리아 바실리카 대성당과 산제노(San Zeno) 대성당에도 그와 같은 서명이 새겨져 있습니다.


빌리젤모의 문하생인 니꼴로(Niccolò)의 조각 작품들. 상단 좌측으로부터 <훼라라 두오모>, <베로나 두오모>, <베로나 산제노>, <베로나 산제노> 조각 장식, 이탈리아.


로마네스크의 또 다른 일군의 조각가들은 이 지역과 특별하게 연관되어있지는 않습니다. 그들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인물이 랑그도크와 후씨용 지역에서 꺄베스따니(Cabestany)의 합각벽(팀파늄)을 완성한 이름조차 알 수 없는 장인 마스터입니다.



실상 이 합각벽(팀파늄)은 한 사람만의 작품이라 여겨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작업장은 건축공사가 있는 현장을 찾아 늘 이곳저곳으로 옮겨 다니게 마련이고 게다가 전체적인 분위기가 스타일상으로 한 작가의 작품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였죠. 대단히 돋보이는 장식적 특징들이 일관되게 작품의 토대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이 익명의 예술가는 조각가이자 동시에 건축가였던 아주 강한 개성을 갖춘 인물임에 틀림없습니다.


생틸레흐(Saint-Hilaire) 수도원이 소장하고 있는 명인 꺄베스따니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세흐냉 성인의 석관묘, 프랑스.


탁월한 조각가 장인들의 솜씨가 발휘된 또 다른 지역을 추가하자면, 제로나(Gerona)와 후씨용(Roussillon) 그리고 페이 도드(Pay d'Aude) 지역을 들 수 있습니다. 이 가운데 리외 미네르부아(Rieux Minervois)의 원형 천장과 원형 건물은 의외에 해당하죠. 더군다나 많은 부분들 또한 철저히 성스러운 규칙에 근거해 엄격하게 공사가 이루어졌습니다.


11세기에 완성한 리외 미네르부아(Rieux Minervois) 성당의 원형 천장과 원형 건물, 프랑스.


이와 더불어 이탈리아의 토스카나와 프랑스의 나바라 지방도 포함해야 할 것입니다. 이 두 지역은 대리석 산지이기도 하죠. 조각품들은 거의 대개가 지역에서 생산하는 재료들을 사용하였습니다. 이는 건축물을 장식하고 있는 조각품들이 어느 특정 지역의 작업장에서 제작되어 운반되어 왔다는 설을 일축하는 것입니다. 또한 작품 제작은 현장에서 이루어졌음도 시사합니다.


조각가 장인 마스터와 조수들은 여러 다양한 흐름 속에 위치함으로써 그로부터 영향받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예를 들면, 툴루즈의 작업장들이나 후씨용의 작업장들에서 활약하던 조각가들은 고대 로마제국 시대와 초기 기독교 시기의 탁월한 예술 작품들을 결코 잊을 리 없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9월>, 파르마(Parma)의 세례당 조각 작품, 1200년경, 이탈리아.


조각가이자 마스터였던 베네데토 안텔라미(Benedetto Antelami)는 9월을 포도를 수확하는 인물로 의인화했습니다. 조각상 밑을 살펴보면, 십이 황도대에 근거한 상징에 해당하는 저울을 들고 있는 또 한 명의 인물이 서있습니다. 현실에 바탕을 둔 그만의 표현 스타일은 앞으로 고딕의 시대를 예고하는 불멸의 걸작품을 방불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