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드레 보느리가 들려주는 로마네스크 예술 이야기 72화
[대문 사진] 생 마흐탱 뒤 꺄니구 수도원
11세기말부터 12세기까지 몇몇 큰 규모의 조각품 제작이 성행하던 중심지들은 전 유럽에 로마네스크 예술을 퍼뜨리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중심지들 가운데에서 작품 제작의 수준이 탁월했던 곳 중 하나가 랑그도크(Languedoc) 지방에서 활약한 유파(école)이자 공방이었습니다.
랑그도크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향한 순례자의 길 도상에 위치해 있죠. 따라서 여러 지역에서 콤포스텔라를 향해 출발한 순례자들은 툴루즈에서 재 집결하곤 했습니다. 첫 세대 조각가들은 바로 이 툴루즈에서 활약하던 질두앵(Gilduin)이란 이름을 서명으로 사용하던 조각가 마스터 주위로 몰려든 일군의 조각가들이었습니다.
조각가 장인이던 질두앵은 1096년 생 세흐냉 교회에 미사용 제단을 봉헌한 인물로 알려졌습니다. 첫 세대 조각가들이 제작한 조각품들은 교회 내진을 감싸고도는 순환 형 회랑 가장자리에 들어섰죠. 같은 시기에 자카(Jaca) 대성당에 익명의 작품이 제작되어 설치되었는데, 이는 기둥머리 장식들과 고대인들의 석관묘 장식에 영향을 받은 흐로미스타(Frómista)에서 활약하던 조각가들의 작품으로 판명 났습니다.
12세기 초반에 두 번째 세대에 속하는 조각가들이 출현했습니다. 이들 조각가 그룹은 툴루즈의 도라드 수도원 경내와 생 세흐냉 성당과 생테티엔느 성당의 주요 조각품들을 제작하였습니다. 교회 참사회실 정문에는 질라베르투스(Gilabertus)라는 서명도 남아있죠. 그들은 또한 무와싹의 경탄할 만한 정면 현관을 장식한 조각품들을 완성하기도 했습니다.
이들 조각가들, 또는 그에 필적할만한 이들은 쑤이약을 비롯하여 꺄오흐, 볼리유 쉬흐 도르도뉴 등 프랑스 남서부 지역에 골고루 퍼져 활동했습니다. 이와 병행하여 에스파냐에서도 또 다른 아틀리에들이 연달아 문을 열었죠. 레온(Léon)의 산 이시도로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는 그 가운데 대표적인 곳에 해당합니다.
1140년경에 완성한 쿠사(Cuixà)의 성 미카엘 수도원 경내 기둥머리 장식은 빌프랑슈의 분홍빛 대리석을 작은 끌로 제작한 것입니다. 천사는 기이하게도 턱수염이 나 있고 두 짝의 날개를 달고 있습니다. 두 눈과 입술 그리고 귀를 천공기로 구멍 뚫고 파낸 것 역시 특이합니다. 동공은 천공기로 파내고 납으로 때웠습니다. 다른 조각품들과는 대조적으로 온 힘을 다해 묘사한 것 같아 특별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후씨용 같은 경우 너무 설익은 조각 장식이 난무한 것은 이미 11세기 초반부터 탁월한 창조적 원천이 고갈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12세기 중반 이후로 좀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후씨용의 조각가 그룹에 의한 첫 번째 시도 이후의 시기에 그들의 진가는 쿠사의 산 미구엘(성 미카엘)에서 부활합니다.
이 시기가 그레고리오 수도원장이 재임하던 시기였습니다. 그들은 빌르프헝슈 드 꽁플렁(Villefranche de Conflent) 인근 산기슭에 자리 잡은 생 마흐탱 뒤 꺄니구(Saint Martin du Canigou) 수도원 경내와 특별석을 분홍빛 대리석으로 장식합니다.
그들 조각가 장인 그룹은 또한 세라본느(Serrabone)에서는 감탄이 절로 나오는 또 다른 특별석을 선보였으며, 엘느(Elne) 대성당의 경내를 탄생시켰습니다. 이 밖에도 이 지역에 위치한 많은 교회들에서 눈부신 활약을 했죠. 그들의 활동은 적어도 13세기 중반까지는 행운이 따랐는지 계속 이어졌습니다.
12세기의 툴루즈와 후씨용의 조각가들의 활동은 프랑스 남부 지방과 카탈루냐 지방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습니다. 특히 제로나(Gérone) 대성당과 산 쿠가 델 발레스(Sant Cugat del Vallès) 및 산타마리아 델레스타니(Santa Maria de l’Estany) 수도원 경내 조각 장식에서 도드라져 보입니다.
프랑스 인들의 길(Camino francés)을 오가며 활동하던 조각가들의 스페인에서의 경험은 곧바로 실로스(Silos) 수도원 경내의 완성으로 이어졌으며, 동시에 이슬람 세력으로부터 되찾은 이베리아 반도에 새롭게 건설되는 교회들의 조각장식을 맡은 조각가들에게 크나큰 영향을 끼칩니다.
부르고뉴 지방에서 활약한 조각가들은 클뤼니 III 수도원의 내진의 기둥머리 장식을 도맡아 했습니다. 고대 미술에 정통한 조각가들은 여러 지역 곳곳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들이 완성한 것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베즐레의 저절로 탄성이 나오게 만드는 정문과 현관 장식일 것입니다. 그들의 솜씨는 브리온 지역의 교회들에게서도 읽힙니다. 오툉(Autun) 대성당에 남아있는 지즐레베르투스(Gislebertus)라는 서명으로 비추어 볼 때 이 같은 사실은 더욱 확연해집니다.
지즐레베르투스(Gislebertus)의 조각품으로 추정되는 돌판에 새겨진 장면들은 아쉽게도 일부가 소실되었습니다. 오른쪽 소실된 부분에는 악마가 자리하고 있으며 정 중앙에 묘사된 이브는 역시 소실된 부분에 해당하는 왼쪽에 있는 아담을 꾀려 무어라 속삭입니다. 이브의 손은 막 선악과를 따려고 움켜쥔 상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