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소설
물론 나도 남자였기 때문에 부하 여직원의 외모가 뛰어난 경우에는 나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감탄사가 나오고는 하였다. ‘가슴이 정말 예쁘다.‘숨 막히는 뒤태군.’이런 말 말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되면 즉시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 버렸다. 게다가 나는 마음속을 들키지 않기 위해 회사에서는 항상 배리어를 치고 있었기 때문에 나보다 월등히 뛰어난 텔레 파시스트가 아니라면 나의 마음속 말을 들을 수 없었다. 당연히 회사 내에 그런 사람이 있을 리도 없었지만…
40 번째 생일날인 그날 나는 복도에서 한 부하 여직원의 뒷모습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엉덩이 진짜 끝내준다.’라고 생각하였다. 그녀는 서른다섯 살의 차민희 과장으로서 두 살짜리 아들이 있는 워킹맘이었다. 평소에 예쁘다고 느껴본 적은 별로 없었으나 그날따라 몸에 붙는 원피스를 입어서 그런지 섹시하게 느껴졌다. 마음속으로 그 말을 한 순간 갑자기 차 과장이 뒤를 돌아보았다. 나를 쳐다보는 눈빛이 내 마음을 읽었다고 말하고 있었다. 나는 순간 얼어붙는 것을 느꼈다. 차 과장이 다시 몸을 돌려 앞으로 걸어가는데 이번에는 실제 엉덩이를 살짝살짝 흔들고 있었다. 지금까지와는 분명히 다른 걸음걸이였다. 나를 유혹하는 것만 같았다. 보통 때 같으면 시선을 돌렸겠지만 그때만큼은 눈을 뗄 수 없었다.
자리에 다시 와 앉았지만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차 과장이 내 마음을 읽은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배리어가 되어 있는 나의 속마음을 읽을 정도로 차 과장은 뛰어난 텔레 파시스트가 아니었다. 새벽마다 토틱 대비반을 다니고 있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네이티브가 아녔으므로 한계가 있었다. 나는 혹시나 차 과장이 문제를 삼을 까하여 그 일이 있은 후 계속 차 과장이 눈치채지 못하게 하면서 차 과장의 텔레파시를 엿보았다.. 내 마음속을 읽을 정도의 뛰어난 실력이 아닌 것은 분명했다. 3일째 되는 날 나는 마침내 이유를 알게 되었다. 차 과장은
항상 나의 텔레파시에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던 것이었다. 팀원이 팀장의 텔레파시에 집중하는 것은 일반적인 것이었지만 차 과장 정도로 집중하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았다. 마치 흠모하는 사람을 항상 지켜보고 있는 것
같은 정신집중이었다. 텔레파시가 다소 약한 사람도 한 사람에게 계속 집중하면 아주 깊은 속마음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 차 과장은 아마 나의 텔레파시에 수개월 동안 집중함으로써 내 마음속의 배리어를 넘게 된 것으로 보였다. 다른 사람 같았으면 내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것에 대해 크게 화를 냈었겠지만 이상하게도 차 과장에게만큼은 화가 나지 않았다. 귀엽고 사랑스럽게만 느껴졌다.
나는 그런 감정이 느껴질 때마다 절대 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고 다짐에 다짐을 하였다. 아침저녁으로 기도할 때마다 음란마귀로부터 나를 구원해 달라고 하나님께 애원하였다. 하지만, 마음속의 감정까지 제어하지는 못했다. 아니하기 싫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었다. 차 과장을 볼 때마다 예전보다 더 예뻐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새 회사에 있는 동안 잠시도 쉬지 않고 차 과장의 텔레파시에 집중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차 과장은 정말 과묵한 사람이었다. 업무와 관련한 짤막한 내용 이외에는 거의 텔레파시를 사용하지도 않았고 말도 거의 하지 않았다. 내 텔레파시에 귀 기울이는 것 이외에는 항상 업무에만 집중했다. 그런 모습도 참 사랑스러웠다. 그런데, 차 과장의 텔레파시에 일주일 정도 계속 집중하자 미약한 전파가 지속적으로 나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너무 미약하여 보통 사람들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나도 일주일 동안 집중하지 않았다면 듣지 못했을 것이다. 그건 일부러 미약하게 발신했다기보다는 너무도 수줍어 작게 나오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의 전파였다. 처음에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하루 정도 집중하자 마침내 그 정체를 알게 되었다.
그것은 입술이었다. 차 과장은 나에게 수줍게 키스를 보냈던 것이었다. 나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잠깐 밖으로 나가 음란마귀를 물리쳐 달라는 기도를 올렸다. 하지만,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고 그 입술을 받아주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았다. 7 살 아이가 있는 유부남으로서 애가 있는 유부녀를 상대로 이래도 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나 자신을 믿고 있으며 절대 육체적 선을 넘지 않겠다는 수십 번의 다짐을 하고 나서 차 과장에게 나의 입술을 텔레파시로 보냈다. 차 과장은 흠칫 놀라는 것 같았으나 나의 입술을 받아주었다. 우리는 회사의 각자 자리에 앉아 텔레파시로 1 시간이 넘는 키스를 하였다. 물론 그런 와중에도 업무는 보통 때처럼 처리하였다. 차 과장도 마찬가지였다. 키스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입술과 혀와 구강의 모든 세포가 함께 일어나 독립만세를 부르는 것과 같은 희열이었다.
그 일이 있은 후 우리는 하루에 한 시간 이상 텔레파시로 키스를 하였다. 물론 점점 진도를 나갔다. 한 달이 지나서 우리는 실오라기 하나 안 걸친 채로 끌어안게 되었다. 물론 실제가 아니고 텔레파시를 통해서였다. 텔레파시로 교신하는 것 이외에는 어떤 사적인 대화도 하지 않았고 커피 한잔도 하지 않았다. 우리는 전통적 관점에서 보면 정말 아무 관계도 아니었다. 하지만 텔레파시를 통해서는 너무나 음란한 관계였다. 출근하는 날마다 텔레파시를 통한 육체적 관계를 가졌는데 세 달 동안 우리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자세를 시도하였다. 텔레파시 속의 그녀는 점점 예뻐졌다. 얼핏 봐도 스무 살 정도 되는 것 같았다. 물론 나도 텔레파시 속에서는 식스팩을 가진 스무 살 정도의 꽃미남으로 변해 있었다.
어느 날은 텔레파시에서 차 과장이 2 명이 나온 적도 있었다. 한 명은 과감한 차과장이고 한 명은 청순한 차과장이었다. 우리는 세 명이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이런 식으로 우리의 관계는 점점 음란해져 갔다. 탈출구가 없는 수렁에 빠지는 느낌이었다. 물론 수렁에서 나오고 싶은 생각도 없어졌다. 하지만, 나는 굳은 의지로 지켜야 될 선은 지키고 있었다. 여전히 사적인 대화 한마디 하지 않았다. 그냥 정신적 유희일뿐이었다.
(03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