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한번 궤도를 이탈하면 다시 그 궤도에 올라타는 것은 정말 어렵다.
특히 70년대 초반생인 나는 더욱 그랬다. 한 번 궤도에서 벗어나니 모두가 달리는 삶에서 따라가지도, 주저앉지도 못해 그저 나 홀로 여기저기를 거닐었다.
요즘 노처녀에 대한 기준은 몇 살일까? 아니, 요즘은 그런 용어도 사라지지 않았나?
예전에 비해 결혼 적령기 따위는 확실히 없어진 것이 사실이지만 여전히 남자들은 20대를 선호하는 것 같다.
심지어 10대 남자부터 70대 남자까지 남자라면 누구나 20대 여성을 선호한단다. 헐~
나는 29에 첫 연애를 시작했다.
이미 황금기인 20대는 다 지나버린 후였으며 결혼을 해야겠다는 자각이 든 건 무려 3년이나 뒤인 32살 때의 일이었다. 32살 때부터 결혼을 염두에 두고 남자를 만났는데 잘 되지 않았다. 결혼에 골인하는 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이었다. 나 이후로 결혼한 친구는 10여 명중 딱! 1명뿐이었으니...
다른 친구들은 자의 반, 타의 반의 싱글 생활을 즐기고 있다.
나는 평범한 남자를 원했다. 내 조건은 딱 6가지였고 그중에 하나도 해당사항이 없어야 했다.
살인(중범죄 포함)/마약/바람/주사(폭력)/도박/동성애(바이섹슈얼 혹은 섹스리스)
꼭 필수조건은 아니지만 가급적 맞았으면 하는 한 가지로는 가치관이 비슷했으면 했다.
가치관이 비슷하면 최소한 상대방을 설득시키기 위해 진을 빼는 일은 하지 않아도 된다. 가치관이 다르면 말하는 사안마다 싸움이 되더라. (이건 내가 30대에 연애를 했기 때문에 해당되는 이야기임. 20대는 가치관이 성립되어 가는 중이기 때문에 20대에 연애를 할 경우, 크게 해당이 안됨)
나머지는 보지 않았다. 남들은 비웃었지만 의외로 6개에 해당 안 되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특히 30대가 되면 괜찮은 남자는 많이 사라진 뒤기 때문에 꼭 안 좋은 점들이 발견되곤 했다. (요즘은 아니라고 생각함)
연애를 오랫동안 하다 보니 깨달은 전제조건이 있었는데 결혼을 하기 위해서는 결혼할 생각이 있는 남자를 만나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남자 쪽에서 결혼 생각이 없다면 결혼은 진행되지 않더라.
그래서 연애만 하겠다던가 결혼에 대해 부정적인 남자들은 오래 만나지 않았다. 내겐 시간낭비였다.
시댁도 중요했다. 남자가 괜찮다면 예비 시어머니를 가급적 빨리 만났다. 시어머니가 꽝인 경우는 만남을 정리했다. 시어머니가 허영이 있고 사치가 심하다면 그 집은 빛 좋은 개살구일 확률이 높았다.
그리고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2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