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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리런 Feb 14. 2021

학습 성향은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사교육비 투자 전 필수 과제 (1)

시기적절한 사교육 투자는 학생의 학교 공부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강사진과 훌륭한 교육과정을 갖춘 사교육이라 해도 받아들이는 학생과 맞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고 도리어 공부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킬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사교육 투자에 앞서 반드시 먼저 자녀의 성향을 파악하는 것이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학교에서는 정말 다양한 성향의 학생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개성 있는 학생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여 같은 대우를 받고 있는 환경이 어떨 때는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매일 출석해 학교 교육을 받아 내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면 학생들이 가진 훌륭한 적응력에 감탄하게 됩니다.

하지만 적응력만 키우기 위해 학교에 다니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활동을 하면서도 학생들의 성향에 따라 배워가는 것은 다릅니다. 그걸 정확히 파악해서 배움이 부족한 부분은 채워주고 강한 부분은 북돋아 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가지 성향


가장 먼저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성향은 내향성과 외향성입니다.

저는 처음에 시험지를 채점할 때 틀린 문제를 당당하게 쭉 긋고 모르는 부분을 주저 없이 질문하는 학생들을 보며 외향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제가 어려서부터 누가 틀린 것을 볼까 두렵고 질문을 적극적으로 하지 못했었던 것은 내향적인 성격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많은 학생들을 만나 보면서 제 판단이 잘못됐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내향적인 학생들 중에서도 본인의 생각과 다른 부분에서 질문하고 이의를 제기하는데 주저하지 않는 모습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반대로 평소 활발하고 외향적인 학생인데 학습에 대해서는 몹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다음에 떠오른 것은 자신감 여부였습니다.

과거의 성공 경험이 자신감을 불러일으킨다고 생각했습니다. 제 경우 좋은 성적을 받으면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 한없이 높아졌고 나쁜 성적을 받으면 자신감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곤 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 성공 경험이 많은 학생이 조금 틀린 것에도 개의치 않고 학습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과거의 성공 경험만으로 자신감 있는 태도를 설명하기 역시 부족했습니다. 줄곧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인데도 성적이 더 좋지만 무기력한 학생보다 더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저는 어려서 학습량이 적을 때는 약간의 노력으로 쉽게 좋은 성적을 받았기 때문에 제가 똑똑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학년이 올라가면서 열심히 공부해도 이해하지 못하는 학습 과제를 접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제 능력을 실제보다 과대평가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시험을 잘 봤을 때는 운이 좋았다고 외부 귀인(상황적 요소)을 했고, 시험을 못 봤을 때는 그 원인을 능력이 부족하다고 내부 귀인(내적 요소)에서 찾았습니다.

Weiner 성취 귀인 이론
내부 귀인 : 능력(통제 불가능), 노력(통제 가능)
외부 귀인 : 운(통제 불가능), 과제 난이도(통제 불가능)

어느 정도 똑똑하다고 평가받는 위상을 유지하고 싶었고 실은 똑똑하지 않음이 밝혀지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에 내부 귀인의 빌미를 마련하기 위해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공부했으면 당연히 잘 볼 수 있는 시험인데 공부하기 싫어서 안 했기 때문에 못 본 것이라고 변명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이런 잘못된 판단은 공부하는데 치명적이었습니다. 처음 접하는 문제도 제대로 된 노력을 하기 전에 포기하기 일쑤였으니까요.

제가 시험을 못 본 원인으로 능력이 부족한 것을 숨기고자 노력하지 않은 탓으로 돌린 것은 낮은 자존감 때문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자신감을 잃은 상황을 극복하고 금방 회복하는 학생들과 제게는 큰 차이가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그럼 제 자존감 크기를 결정한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다양한 양육 환경


모르는 것을 당당히 인정하고 실망스러운 성적에도 깊이 좌절하지 않으며 다음 공부를 충실히 해나가는 학생들에게는 높은 자존감이 있었습니다.

자존감 형성에 영향을 준 요인 중 학생 개인이 타고난 기질과 과거 성공 경험을 제외하고 제가 찾을 수 있는 외부 요인은 가정의 양육 환경이었습니다.

양육 방식을 자녀 교육에 최소한 개입하는 허용형과 방임형, 적극 관여하는 권위형과 독재형으로 볼 때 학생의 학업 성취는 권위형, 허용형, 독재형, 방임형 순서로 높았다고 합니다. (출처 : 마티아스 도프케, 파브리지오 질리보티 <기울어진 교육>)

여기서 권위형과 허용형 양육 방식의 공통점은 자녀의 선택을 지지한다는 것입니다. 긍정적인 관심과 신뢰가 자녀의 자존감을 높여줬고 덕분에 실패와 시행착오를 거치는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꾸준한 노력이 높은 학업 성취로 이어진 것 아닐까요?


저는 얼핏 보면 때때로 권위형과 허용형의 양육 방식을 오가는 이상적인 환경에서 자란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학군이 좋은 지역에서 충분히 받은 사교육의 효과는 이전 글에서 밝혔듯이 미진했고 도리어 공부에 대한 자신감만 잃었습니다. 거기에 한 가지 더 열심히 공부한 시험의 결과가 좋지 않아 속상할 때 덧붙여진 제 노력이 부족했다는 비난은 자존감을 낮추는데 일조했던 것 같습니다.

자녀 교육에 대한 지지와 적당한 개입뿐만 아니라 공부할 때의 감정과 태도에 대한 보살핌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자존감이 높은 학생들은 저와 반대로 행동했습니다. 이해가 되지 않는 문제를 만났을 때 두려움 없이 접근했고 설령 풀지 못하더라도 있을 수 있는 일이라 '쿨하게' 생각했습니다.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늘 그랬듯이 다음 공부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 학생들에게는 문제를 틀리고 시험 결과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관대하고 여유 있게 기다려주시는 부모님이 계셨던 것 같습니다. 바빠서 공부에 신경을 써주지 못한 게 미안해 너그러우셨을 수도 있고 공부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고 생각하셔서 맞고 틀리는 문제보다 다른 능력에 집중하신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그 원인이 무엇이든 부모님께서 해주실 수 있는 최선은 훌륭한 선생님의 수업을 듣게 해 주고 문제집을 사주는 것보다 자녀가 공부를 즐겁게 할 수 있도록 따뜻한 환경을 조성해 주시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시험을 못 봤을 때 다른 친구와 비교하는 일 없이, 능력이나 노력의 부족을 탓하는 일 없이, 같이 원인을 분석하고 만회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주는 것입니다. 조급함을 버리고 작은 성취에도 함께 기뻐하며 칭찬과 보상을 주는 건 어떨까요?

공부에 집중하지 못할 때도 훈육보다 그 이유를 살펴 집중하도록 도와주는 겁니다. 실패했을 때 성급한 비난보다 너그러운 이해와 격려로 마음껏 실패하고 다시 딛고 일어설 수 있는 단단한 마음을 만들어 준다면 학생이 스스로 방법을 찾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물고기를 잡아 주기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라고 합니다. 사교육의 힘을 빌어 뭘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척척 알려주기보다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알려주면 좋을 것입니다. 한발 더 나아가 자신에게 맞는 공부 방법을 찾아 혼자 이런저런 시도를 하며 시행착오를 겪는 시간을 주는 건 어떨까요?

평생 배워야만 하는 시대에 의무교육기간 9년은 몇 번의 실패를 하더라도 충분히 만회할 수 있는 안전하고 넉넉한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본인의 학생 시절을 돌아볼 때, 또는 자녀를 지켜볼 때 공감 가는 경험을 갖고 있으신가요? 그렇지 않은 경험도 함께 공유해주신다면 학생들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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