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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아사우라 May 24. 2021

오류없는 발신을 꿈꾸며

테리지노가 사는 집



‘You are wonder’

너는 기적이야.

영화 ‘원더’에서 엄마 역을 맡은 줄리아로버츠가 아들 어기에게 보내는 대사이다.

얼마 전에 바닥에 누워 지도를 들여다보는 아이를 바라보다가 순간적인 진심이 튀어나와

‘너는 엄마의 기적이야’라는 말을 건네면서 본지 한참이나 지난 그 영화가 떠올랐다.

영화가 남겨준 감동들이 고스란히 느껴지며 마음이 따뜻해지려는 찰나 아이가 ‘기적’을 ‘기저귀’라고 수신하는 통에 따뜻한 무드는 순식간에 사라져버리고 나의 박장대소와 아이의 어리둥절한 표정만이 남아버렸다.


전하고 싶은 마음이 상대방에게 정확하고 온전하게 안착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말이든 글이든 아무리 사랑을 담아(혹은 미움을 담아) 정성 들여(대충) 발신해도 받아들이는 의미는

결국은 수신하는 쪽에 달렸다는 걸 삶을 통해 배웠고 배워가고 있다.

오가는 단어의 명확한 뜻을 오해하는 경우가 있었고(기적이 기저귀처럼 말이다)

같은 말이라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편안하게 들리기도 하고 꽈배기처럼 꼬여서 오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감정이 휘몰아치는 날엔 그 어떤 말도 다정하게 들려오지 않았다.

어쩌면 누군가에게 마음을 백 프로 정확하게 전달하고 이해받기란 사실상 불가능 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보통 아이에게는 내가 발신자인 경우가 많다고 느끼는데 (아이도 그렇게 느낄지는 확실치 않지만..)아이는 나의 수많은 발신을 어떻게 수신하고 있을까?

나의 말이 있는 그대로 순수하게 받아들여지길 바란다고 생각하다가 얼마 전에 감정을 섞어 잔소리 하던 기억이 떠올라 고개가 저어진다. 그러면서 드는 야무진 소망! 어떤 형태이든지 엄마가 보내는 발신을 ‘사랑’이라고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아이의 수신함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우개와 연필을 들고 찾아가 잘못 전달된 것이 있다면 깨끗하게 지워내고 전하고 싶었던 마음을 다시 적어놓을 수 있다면…


그러나 알고 있다. 한번 발신된 수신은 대부분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것을 말이다.

그러니 발신에 정성을 들이기로 해본다.

조금은 느려도 애정과 솔직함을 담아 후회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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