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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J Nov 21. 2020

어디에서도 살아남을 나, 꺽지

안 해보면 모른다. 그냥 좋아!

[부천생활문화기획프로젝트 by MJ특파원]

내 삶의 스위치 : 부캐와 본캐 

첫 번째 시리즈. 상인들의 두 얼굴


인터뷰 2:

어디에서도 살아남을 나, 꺽지

-김학수 사장님 / 소속: 일출 인쇄사, 옥이네 한우 소머리국밥 / 부캐: 꺽지, 북한산 산신령

안녕하세요. 부캐를 찾아다니고 있는 인터뷰어 MJ입니다 :)


이번엔 고리울 동굴 시장에서 가게를 하고 계시는 김학수 사장님을 만나봤습니다.

고리울 동굴 시장 맞은편에서 인쇄소를 하시면서 소머리국밥집도 운영하시는 상인분입니다. 직업부터 벌써 2개이신데요 ^^ 다양한 삶을 살아가고 계신 사장님의 부캐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MJ: 안녕하세요. 사장님의 본캐 먼저 궁금하네요. 사장님의 본캐는 무엇인가요?

고리울 동굴 시장 앞에서 나는 주로 인쇄소하고, 여기(옥이네 소머리국밥집)는 와이프가 주로 하고 있습니다. 둘 다 사장이라 (웃음)


MJ: 얼마나 여기 계셨어요?

길 건너 인쇄소는 운영한 지 25년 됐어요. 동네 인쇄소는 죽어가는 편이고.. 인쇄소 하다가 인쇄소는 하향길이죠. 자꾸 시장이 줄어가지고, 살아남아야 하니까! 그래서 이 동네에 뭐가 없나 봤더니, 다 있는데 소머리국밥집이 없더라고, 그래서 한번 해보자 해서 식당은 6년 차 됐어요.


MJ: 사장님의 본캐 경력이 만만치 않으신대, 그렇다면 사장님의 부캐는 무엇인가요?

첫째는, 산. 등산⛰. 제가 술을 좀 좋아해요. 술을 먹기 위해 하죠. 운동을 해야 알코올 분해를 하기 때문에(웃음). 올라가다 보면 풍경, 풍경을 보면서 마음을 비울 수 있어. 평안해지지 더 젊어져.

두 번째는, 우리 시장 활성화인데. 고리울 동굴 시장 상인회장을 하고 있어요. 고민이 많아요.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사실 상인들의 의식변화가 가장 크죠.

 

부캐 '꺽지' (고리울 동굴시장 상인회장) 활동 사진

MJ: 상인회장님으로서는 어떤 걸 가장 바꾸고 싶으세요?

시장 환경도 그렇고 무엇보다 '의식변화'. 먼저 인사하고, 적극적으로 응대하고 등등 작아도 중요한 것들이에요. 상인들이 바뀌지 않으면.. 그분들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고 사업을 20년, 30년 하다 보면 본인들의 스타일이 있어서, 변화가 필요해도 변화가 무서우니까. 사실 시장이 세상의 축소판이야. 평화로운 것 같지만 사실은 피 튀기는 전쟁터지.


MJ: 어려운 일이네요...

열심히 하려고 해요. 외부 공모사업, 뭐 그런 것들 외부의 힘을 빌려서 끌고 오려고 하고. 이런 모든 것들이 내가 건강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해요. 내가 건강해야 인생을 살 수 있어. 그래서 등산도 하는 거지.


MJ: 그럼 사장님의 첫 번째 부캐 활동인 등산은 얼마나 자주 가세요? 그리고 누구랑 함께하세요?

매주 일주일에 한 번 북한산에 가고. 자칭 북한산 산신령이야. 북한산이 굉장히 좋아요. 가깝고. 아침운동으로는 지양산(마을 뒷산)을 7시 반에 일어나서 2시간 동안.

혼자 가요. 혼자 가는 게 최고 좋아요. 예전에는 산악회로도 전국 산 다 다녔는데. 지금은 혼자 내가 쉴 수 있으면 쉬고 가고 싶으면 가고, 20분, 10분씩 쪽잠도 자고 신선이 되는 거지. 제대로 하려면 혼자 또는 둘이. 부부가 같이 취미로 가지면 참 좋지.


MJ: 그러면 산에 올라갈 때는 정상에서 먹는 재미도 놓칠 수 없을 텐데, 산 가실 때 뭐 챙겨가세요?

나는 컵라면, 온수, 장수막걸리 한 병, 김치 조금. 올라가서 먹고 좀 쉬었다가 내려와서 땀 흘리고. 내려와서는 안 먹어요. 내려와서도 먹는 사람 있는데 살찌지.


MJ: 등산을 하면서 어떤 점이 가장 즐거우세요?

경치죠. 지난주에 가고, 이번 주에 가고, 다음 주에 가면 다 틀려요. 똑같은 길 똑같이 가도 다 틀려요. 바람도 다르고 느낌도 다르고. 또 경치를 보면서 겸손해지는 게 있어. 산은 배울 게 많죠.


MJ: 그렇다면 두 번째 부캐인 상인회장을 하시면서 재밌는 점은 뭐예요?

딱히 없어요. 시달리지. 좋은 일 있을 땐 안 부르잖아. 새벽 4시에도 전화와. 하소연하려고 전화와. 그냥 들어주는 거지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이거밖에 없어. 서로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그분은 마음이 풀리니까. 얘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안 싸우고 그럴 수 있지. 큰 재미는 별로 없어요. (MJ: 큰 재미는 아니더라도 많은 분들에게 도움 주시고 계시네요) 내 성격이 맡았으면 열심히 하는 거.


MJ: 그럼 이번에 사장님의 부캐에 닉네임과 나이를 정해준다면 어떨까요?

저는 항상 닉네임 꺽지예요. 모든 SNS도 꺽지야. 제 고향이 화천인데, 어릴 때 낚시를 하다 보면 꺽지가 가장 잘 잡혀요. 흉악하고 서열상 꼭대기예요. 거의 못 먹는 게 없고 다잡아먹어. 이건 뭐냐면 단순해. 살아남아야 하잖아. 촌놈이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해. 잡아먹히면 안 되잖아, 잡아먹어야지. 좀 강한 고기야. 잘 살아남을 수 있는 어디서나. 깨끗한 물이 아니어도 어디서든 살 수 있어. 붕어는 깨끗한 물에만 살잖아. 반대지. (MJ: 상인회장님으로서의 부캐에 잘 어울리는 이름이네요. 멋있으세요. 그럼 나이는?) 마음은 30세(웃음).

꺽지(출처: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4838399&memberNo=1435591&vType=VERTICAL)
좌: 부캐 '북한산 산신령'. 나이미정 / 우: 숨은벽. 백운봉과 인수봉 사이에 숨어있는 암벽(출처:https://blog.naver.com/moso21/222143860758)

 그리고 저는 자칭 북한산 산신령이라 해. 자만하는 거지만, 그만큼 많이 다녀서. 코스별로 다 달라요. 그리고 그러면 안되는데 등산로 외의 길로도 다녀 (웃음). 다치면 안 되는데.. 숨은 경치가 있어요. 그리고 북한산에 버섯도 많아. 아는 사람 별로 없어. 노루 궁둥이 같은 거 있는데 잘 몰라. (MJ: 북한산 산신령으로서 가장 추천하시는 코스는 어디예요?) 숨은 벽. 북한산성 코스에서 송추로 돌아오면 있어요. 숨은 벽은 조금만 올라가면 능선 타고 쭉 올라가. 쭉 다 보여. 해골바위도 있고 3,4시간이면 정상가요.


MJ: 사장님이 직업이 따로 있으신데도, 부캐가 또 있다는 것이 본인에게 어떤 의미가 있으세요?

저는 주민자치회장도 하고 많이 했죠. 이런 걸 하는 것은 내가 여기 마을에 사는 곳이니까 또 우리 아이들이 살고, 우리 아이들의 아이들도 사니까. 나는 이렇게 살았어 근데 우리 아이들은 좀 더 나은 환경. 좀 더 변화하는 마을에 살 수 있는 희망이 있는 거죠. 그래서 열심히 이런 활동들을 하는 거고. 내가 살고 있는 마을이니까 어떻게 하면 우리 마을이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고민하는 거죠. 

산은 더 이상 뭐, 산은 그냥 좋아요. 그냥 좋다! 사람도 그러잖아. 그냥 좋다. 다른 그런 거 없고 그냥 좋아. 그니까 사람 만날 때도 그냥 좋아야지 오래 만나. 산도 똑같아 그냥 좋아야 가는 거야.


MJ: 부캐를 안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부캐 활동을 추천해주고 싶으신가요?

옛날엔 취미라 했는데, 아무튼 그게 술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 거야. 똑같아. 산을 타든 다른 취미생활을 하든 안 해봐서 못하는 거죠. 똑같은 생활을 하면서 변화 없는 생활을 하잖아요, 그 삶에서 좀만 바꾸면 다른 세상도 있는데. 그 사람들은 나름대로 잘 살고 있는 거지만, 공통된 잣대에서 봤을 때는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죠. 누구는 우리 보고 이상하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어. 왜 이렇게 바쁘게 사냐. 그런데 나중에 어느 순간 나이 먹고 지쳤을 때 뒤돌아보면 내가 뭐했지 하면 남는 게 있죠. 뒷산 올라가는 거 큰돈 드는 거 아니잖아. 북한산도 딱 만원이면 돼 만원이 없어서 산에 못 올라가는 사람 없잖아. 난 등산을 얘기하는데 다른 취미여도 똑같아 안 해봐서 그래. 본인이 깨쳐서 나와보면 알 거야.


MJ: 사장님은 여기에 더해서 새로 만들어보고 싶은 부캐가 있나요?

여행가요. 혼자서 세계여행을. 또는 나이 먹으면서 부부가 공통된 취미를 가지고 있으면 좋아. 산이든 쇼핑이든 먹거리든 같이 다니면 재밌잖아. 같이 있으면 재밌어서 좋아. 없으면 만들어 나가면 돼.


MJ: 마지막 질문드릴게요. 2021년 새해 목표는?

그냥 지금처럼. 처음처럼.



-인터뷰어 MJ의 후기

사장님의 부캐를 통해 다채로운 인생이 느껴지는 인터뷰였습니다. 한 시간 가량 인터뷰 진행하는 내내 행복해 보이셨고 저도 덩달아 행복해졌던 시간이었어요 :-D. 앞으로의 김학수 사장님의 부캐 활동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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