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포테이토마토 Jun 12. 2024

[비건 레시피] 마늘 들기름 애호박 튀김

까만 온도의 맥주와 애호박의 마음


마늘 들기름 애호박 튀김



#1 토마토의 이야기


달,


38만 5천 km 밖에서도 알아볼 수 있는 강요당한 반짝임의 쓸쓸함.


초승달, 보름달, 그믐달 등등 수많은

이름으로 자아를 쪼개놓은 해의 침범이

달무리를 옅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달이 식혀둔 맥주로

하루 내내 쪼개진 나의 파편을 모아

후- 하고 온전히 둥근 호흡을 토해내면,

그제야 개기일식의 시간에 들어간다.



찰나의 순란함과 내일의 쓸쓸함이 공전한다.



애호박의 노란 단면과 초록의 테두리는

어딘가 달무리를 연상하게 만들었지만


날 선 칼날의 침범에도

그믐 호박으로 불리지 않겠다는 견고함은

‘해독과 포용’이라는 호박꽃의 꽃말처럼

이리저리 몸을 내어주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굳건함이다.



바삭한 이불을 덮고 안쪽 깊은 곳까지 촉촉함을 뿜어낸 애호박의 마음으로 밤을 채우니

어쩌면 단단한 달의 속내 역시

촉촉한 포용일지 모른다는 기분이 든다.



밤 12시에 감성적인 이유는

우리의 뒷면을 이해하는 달의 해독과정일지도,

멋대로 음(陰)의 상징을 붙인 사람들이야말로

달을 침범한 건 아닐까.



애호박을 향한 동경을 달에 대한 헤아림으로 돌리면서 하루를 덮고 누웠다.


해가 뜨면 건조하게 갈라질지 몰라도

지금만큼은 모든 파편이 끈끈하게 복원된 시간이다.




깜깜한 이불속 우주에서

여행을 떠나기 위해 눈을 감는다.


모든 보름달들이 좋은 꿈을 꾸었으면 좋겠다는

광대한 호박의 마음이 굴러드는 밤이다.







#2 감자의 이야기



“일단 한잔해!”

오늘이란 시간의 셔터를 내리며

영업종료를 알리는 기분 좋은 소리다.


일과의 종료 후 또 다른 시간의 시작을 알리는 경쾌한 소리다.


무엇을 시작함을 알리는 여러 문구 중에

제일 좋아하는 문장이다.


듣는 순간부터 오전, 오후 온몸을 감싸고 있던

어둡고 쿰쿰한 기운이 마법 주문을 외운 듯

퇴마 되어 사라진다.



바짝 메말라 뻣뻣한 나무 장작 같은 어깨와 목 근육은 한잔 한잔 기울일 때마다 부드럽게 풀려나간다.


손오공의 머리띠를 대신 쓰고 있던 마냥

옆통수를 누르던 지끈지끈한 압통도 점점 약해져 간다.



온몸을 휘감아 옥죄고 있던

긴장의 또아리가 풀리고 나면


마지막 남은 그날의 스트레스를 한껏 담고 있던,

내장에서부터 올라오는 묵직한 한숨을

푸우우후- 길게 내뱉어 몸 밖으로 버린다.


한 번으로 다 뱉을 수 없는 날도 있어

연거푸 깊은 한숨을 내뱉는다.



슬라임처럼 녹아내려 의자와 합쳐진 몸을 일으켜

맥주캔을 집어 들지만

이미 빈 캔이다.


맥주가 비워지는 속도는 그날의 고됨을 알 수 있는 척도가 된다.


냉동고에서 다음 타자가 될 준비를 하고 있던 표면이 잔뜩 하얗게 질려버린 맥주를 흐뭇하게 꺼낸다.



아까 뱉어 둔 무거운 한숨 덩어리들이 방안을 메운 탓인지 공기가 무겁게 느껴져  창문을 절반 열어본다.


아직 완벽한 어둠이 깔리지 않은 푸르스름한 밤의 초입, 초저녁의 서늘한 바람이 열린 창문 틈 사이를 물밀듯 넘쳐 들어온다.


새로운 공기가 채워지고, 스트레스 뭉치들은 바람을 타고 훌훌 시원하게 날아간다.



그날의 온도, 습도, 바람 세기의 적당함이

맥주의 목 넘김에 감칠맛을 덧댄다.


날씨가 맥주를 부른다는 핑계 삼아 맥주 한 캔을 더 꺼내온다.


만 원의 행복이 이런 걸까.

내 행복은 맥주 4캔으로 가능했다.


만 원으로 행복해질 수 있다는,

없던 믿음이 확신으로 바뀐다.


푸르른 밤이 짙은 어둠으로 무르익어가는 지금 이 순간만큼은 더 바랄 것이 없다고 말하며


시간이 멈췄으면 하는 간절한 소망이 생긴다.

지금 있는 곳은 지극히 현실.

이런 소망 따위가 이뤄질 일이 없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무언의 압박으로 눈을 감는다.

못 참고 입 밖으로 나오는 마음의 소리


“하, 일하러 가기 싫다.”



[마늘 들기름 애호박 튀김]


<재료>

애호박, 전분가루, 양파, 마늘


<들기름 소스>

올리브유 5T, 들기름 3T, 간장 1T, 비건 굴 소스 1T, 설탕 0.3T


<방법>


1. 애호박은 한 입 크기로 큼직하게 썰어둔다

2. 마늘, 양파는 잘게 다진다

3. 전분가루에 물을 넣고 튀김 반죽을 만든다

4. 준비한 애호박을 튀김반죽에 골고루 묻힌 뒤 기름을 넉넉히 넣은 팬에서 튀긴다

5. 튀김옷이 노릇해지면 기름을 털어 빼둔다

6. 소스 재료 중 들기름을 제외하고 다진 마늘, 양파와 함께 모두 넣고 볶는다

7. 마늘이 노릇해지면 들기름을 넣고 살짝 볶아 마무리한다

8. 튀긴 애호박을 접시에 담고 들기름 소스를 얹어 완성한다


 *들기름을 한두 바퀴 추가로 뿌리면 향이 더욱 진해지므로 기호에 따라 추가해 보자


 *다진 깻잎, 후추, 고춧가루를 토핑으로 추가해도 잘 어울린다


작가의 이전글 [비건 레시피] 베트남 커피 쓰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