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HU Nov 10. 2020

[병원여정] 01. 사고 나다.

제주도에서 스쿠터 타다가 사고가 나버렸어.

 

 

 쾅.

 눈 앞이 번쩍 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시멘트 바닥에 앉지도, 눕지도 않은 자세로 뒹굴고 있었다.


 “여기! 구급차 불러!”

 “아가씨, 정신 차려요! 구급차 불렀어요!”


 옆에서 모르는 목소리의 아저씨가 내 어깨를 흔들었다. 눈 앞에는 헬멧 앞유리에 다닥 다닥 붙어 있는 핏덩이들이 보였고, 혀로 입술을 쓸어보니 입술 안쪽에 일자로 쭉 찢어져 구멍이 나 있었다. 피 비린내가 이런 거구나. 멍하니 다리를 내려다 봤다. 새로 산 청바지인데... 바지는 찢어져 있었고 여기저기 핏방울이 튀어 있었다. 아저씨가 휴지를 내 입에 물려 주시며 뭐라 뭐라 말하고는 내 핸드폰으로 사고현장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다른 아저씨가 와서 내가 상황파악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물었다. 


 “아가씨, 지금 스쿠터 타다가 사고 났어요. 기억 나요?”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무슨 상황인지는 알고 있었다. 단지 온 몸이 덜덜 떨리고 오른쪽 다리가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아팠으며, 사람들이 나를 둘러싸고 사물놀이를 하는 듯 귀가 웅웅 울렸다. 피 투성이가 된 헬멧 유리 너머로 몸체가 다 긁힌 스쿠터 한 대가 널브러져 있었다. 



 그 장면을 마지막으로 갑자기 숨이 가빠지면서 눈 앞이 하얗게 변해 아무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다. 마치 내 주변을 둘러싸고 격정적으로 사물놀이를 하는듯한 먹먹함이었다. 나중에 그게 쇼크 현상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일단 숨을 쉬는게 쉽지가 않으니 공포가 몰려 왔다. 다행히 구급차는 빠르게 날 태우러 왔고, 그렇게 혼자만의 제주도 여행이 끝이 났다.


 2019년 10월 30일. 내가 다시 태어나게 된 사건의 첫 실마리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