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기지 말고.
급한 수술을 마무리하고, 며칠 뒤 정밀검사 결과가 나왔다. 갈비뼈와 어깨뼈에도 금이 갔다며 오른팔에 깁스를 하고 말았다. 휠체어를 타고 지나가면 어르신들이 다리를 보고 한 번 놀라고, 깁스한 팔을 보고 두 번 놀라고, 그 몸의 주인공이 어린 아가씨라는 것에 세 번 놀라셨다. 그리고는 하나같이 안쓰럽다는 표정으로 혀를 쯧쯧, 차시곤 했다.
살면서 그렇게 많은 위로를 받아본 것은 처음이었다. 감사하게도 많은 분이 걱정해주시고, 함께 아파해주셨다. 어쩌면 내가 처음 수술한 뒤 바로 우울해지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가 병문안 온 사람들 덕분일 수도 있겠다. 정신없이 손님을 받느라 우울해질 틈이 없었던 것이다.
병실이 없어 1인실을 한동안 쓰고 있었는데, 그 덕분에 면회가 자유로웠다. TV도 하루 종일 혼자 차지해서 볼 수 있었고 내게는 스마트폰까지 있었으니 정신을 다른 곳에 충분히 둘 수 있었다.
다만 면회가 끝나고 모두가 나간 뒤의 텅 빈 병실은 소름돋게 추웠다. 조금 전까지 느낄 수 있었던 사람의 온기가 언제 그랬냐는 듯 썰렁하기 그지없었다. 그럴 땐 괜히 울적해지지 않도록 TV를 틀어 애니메이션을 보거나 예능 프로그램을 시청했다.
아직은 나도 어린 아이인 걸까. 사람들이 주는 관심이 은근히 좋았다. SNS에서 내 소식을 듣고 연락 오는 사람들, 알음알음 전해 듣고 대신 선물을 보내 주는 사람들. 내가 인생을 잘못 살진 않았구나 하고 안도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엄마를 포함해 많은 어른들은 사고를 당하거나 안 좋은 일을 겪게 되었을 때 남들에게 잘 알리고 싶지 않아 한다. 사실 이해가 안 됐다. 이렇게 주변 사람들의 걱정과 위로를 많이 받고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는데, 내 아픔을 숨기고 혼자서만 힘들어한다면 과연 이겨낼 수 있을까? 살면서 많은 힘든 일을 겪을 때, 나는 숨기지 말고 마음껏 겉으로 아파해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