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뼈 골절, 십자 인대 파열, 그리고 또 뭐라구요?
전화를 받고 급하게 비행기를 타고 내려온 엄마는 내 얼굴을 보더니 눈물을 터뜨렸다. 상처투성이인 딸의 얼굴을 보면 아마 어떤 엄마라도 마음이 찢어지리라. 나는 애써 실없이 웃으며 이 상황이 그렇게 심각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열심히 어필했다.
하지만 노력이 무색하게 쇼크가 두 번이 더 오면서 바로 서울로 올라올 수가 없었다. 결국 진통제를 어마어마하게 맞고 하루가 지나서야 겨우 서울로 올라왔다. 내 상태를 본 대학 병원의 모 교수님께서는 ‘당장 수술하지 않으면 큰일 난다’는 드라마 대사같은 말씀을 하시곤 바로 수술에 들어갔다.
그 때 까지만 해도 나는 한 달이면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줄 알았다.
전신마취가 풀린 뒤, 눈을 떴다가 다시 기절하는 줄 알았다. 내 오른쪽 다리, 다섯 개의 커다란 쇠막대기가 어떻게 넣은건지 다리 속에서부터 박힌 채로 위로 곧게 솟아있었다. 곧 교수님이 오셔서 말씀하셨다.
"일단 전방십자인대는 당연히 끊어졌고요. 슬개골(무릎) 뼈가 조각이 나서 뒤로 굴러 떨어졌어요. 일단 그걸 제자리에 두고 철심을 박아서 붙여놔야 하는데..."
하지만 뼈보다 심각한 건 내 종아리였다. 정확한 명칭은 구획증후군. 근육이 갑자기 심하게 부풀어 올라 신경과 핏줄을 눌러버려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다리를 아예 못쓸 수도 있는 상황이었던 거다. 그래서 수술이 시급했고, 뼈를 붙이는 것 보다 종아리 근육이 우선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일단 다리를 움직이지 못하도록 팽팽하게 고정 시키느라 쇠막대기를 박아둔 것이고, 종아리 근육이 가라앉을 수 있도록 잠깐 밖에 빼놓았다고 한다. 잠깐 빼 놓았다고요?
말 그대로 근육을 빼 놓았다. 내 다리가 지금 열려있다는 뜻이다. 과학실 모형처럼.
처음엔 열려있다는 말이 무슨 소린가 했는데, 드레싱을 할 때 알았다. 정말 살갗을 죽 찢어서 열어두었구나. 사람이 피부가 열려 있어도 살 수 있는 거였구나. 상처가 더 벌어지지 않도록 신발끈같은 것을 얼기설기 엮어 고정시켜둔 그 모습은 오히려 실감이 나지 않아 이질적이었다.
그제서야 내 상태가 꽤 심각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내 평생 가장 크게 다친거라곤 발목 인대가 늘어난 것 정도인데, 당장 눈에 보이는 다리 상태는 적어도 두 달은 꼼짝 없이 누워서 지내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적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