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즐을 풀며 생각한 인생.
병문안 선물로 ‘Dot to dot’이라는 퍼즐 책을 받았다. 단순히 펜으로 점을 잇는 퍼즐이다. 순서대로 선을 긋다 보면 마지막엔 짠 하고 완성된 그림이 보인다. 어렸을 때 많이 가지고 놀았던 퍼즐이라 반갑기도 하고, 병원에서 혼자 있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면서 이런 선물이 나에게 안성맞춤이었다. 다행히 나는 왼손잡이고, 오른팔이 꽁꽁 묶여 있어서 양손으로 스마트폰을 하기엔 힘들었지만, 펜을 잡고 선 긋기 정도는 할 수 있었다.
그날도 깨작깨작 밥을 몇 술 들고 나서, 정신을 다른 데로 돌리기 위해 선 긋기 퍼즐을 하고 있었다. 1, 2, 3… 순서대로 펜을 떼지 않고 그려나갔다. 완성된 그림은 기린도 있고, 통통배도 있고, 유니콘도 있었다. 점점 난이도가 올라가서, 나중에는 한 번에 쭉 그리기가 어려워졌다.
그럴 땐 잠시 손을 떼고 다음 숫자가 어디 있는지 찾고 나서, 다시 펜을 대고 그려나갔다. 한참을 그렇게 열심히 앞만 보고 나아가다가도 길이 보이지 않으면, 잠시 손을 떼고 멀리서 바라봤다. 다음 숫자가 어디로 갔는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안 보인다면, 조금 더 쉬고 천천히 나아갔다. 인생도 그런 게 아닐까.
앞만 보고 달리다가도 내가 잘 달리고 있는지,
다음 목적지는 어디인지
한 걸음 물러서서 바라보는 것.
처음 시작할 땐 이게 도대체 무슨 그림인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단지 눈앞에 보이는 숫자를 따라서 선을 하나하나 긋다 보면 점점 윤곽이 드러난다. 지금 당장은 검은 선밖에 보이지 않지만,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선들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마지막에는 완성된 그림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설령 완성된 그 그림의 정체도 뭔지 모르겠다 한들, 마지막까지 해냈다는 그 결과물을 보면 뿌듯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삐죽, 선이 삐져나갔다. 하지만 괜찮다. 다시 되돌아가서 제대로 그리면 되니까. 비록 보기 싫은 선이 하나 더 생겼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이것도 하나의 장식 같지 않은가. 지우개로 지운 자국이 남아도 괜찮다. 내가 그토록 여기저기 시도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광의 상처니까. 내 무릎의 상처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