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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U Nov 21. 2020

[병원여정] 07. 지독한 법정 싸움

몸도 아픈데 머리까지 아파야 하다니.

 사고 당시 내 주변엔 한 무리의 아저씨들이 있었다. 그 아저씨들 모두 마음씨가 참 착한 분들이셔서 구급대에 신고도 해 주시고, 현장 목격 사진까지 찍어주셨다. 그중 한 분은 그 정신없는 와중에 내 핸드폰에 본인의 연락처를 찍어 주시기까지 했다. 그리고 분명하게 말씀하셨다. 이 사고는 내 탓이 아니라 스쿠터 관리 소홀의 탓이라고. 

 입원 첫날 급한 수술이 끝나고, 아저씨의 말이 떠올라 엄마에게 그대로 이야기했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일은 더 커질 것이었고, 스쿠터를 빌려준 업체와의 긴 싸움이 될 터였다. 아저씨께 전화를 드려보니 아저씨는 확신하셨다. 내가 사고 나기 직전에 스쿠터에서 플라스틱 조각들이 떨어져 나왔다는 것이다. 심지어 그 조각들을 모아서 가지고 계셨다.

대체 스쿠터의 어떤 부분의 부품이었을까?

 하지만 그 조각이 어느 부품인지 명확하지도 않았고, 사건을 담당하시던 경찰분께서도 아저씨가 어딘지 조금 이상하다며, 증거품을 달라고 해도 절대 제출을 안 하신다고 더는 사건을 진행할 수가 없다고 하셨다. 


 제주도에 사시는 아저씨와 연락을 계속 주고받는 것도 힘들었고, 아저씨께는 감사했지만, 사실은 내 탓인 게 훨씬 좋았다. 만약 정말로 스쿠터 업체의 관리 소홀 때문에 사고가 난 거라면, 정말 억울해 미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내가 스스로 사고를 내서 그 책임을 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 덜 억울했다. 어찌 되었든 그 사건은 흐지부지 넘어갔다. 사실 더 신경 써야 할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정신 상담을 받게 된 가장 첫 번째 이유, 바로 지하철에서 성추행을 당했던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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