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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U May 01. 2023

내가 꿈을 찾은 방법

운명적인 끌림을 찾되, 정답이라고 확신하지 말자.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말이 밈처럼 유행하고 있다. 인내심이 점점 없어지는 요즘 같은 시대에 한 줄기 빛 같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아주 오래 전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하고 싶은 것은 뭔지 알고자 하는 마음에 무작정 노트와 펜을 사 들고 카페에 간 적이 있다. 당시 성인이 되었지만 돈을 벌지 못한다는 죄책감으로 머리가 복잡한 상태였다. 봉사활동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내게 교육에 대한 열정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교대를 목표로 수능을 보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이미 수능에 실패한 경험이 많은 N수생이었고, 이번에도 역시 자신이 없었다. 스스로 느끼기에도 만족스러울만큼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으며, 길이 정말 맞는지 확신도 들지 않았다.


내가 아는 '나'는 자유로운 것을 좋아하고, 틀에 박힌 것을 극도로 싫어하고, 항상 즐겁고 행복한 일만 있기를 바라는 사람. 그 정도였다. 그런데 무엇이 자유로운 것인지, 뭐가 즐겁고 행복한 일인지 정의내릴 수 없었다. 이것들 만큼은 정리를 하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머릿속에 있는 것들을 구분 없이 모조리 쏟아부었다. '햄버거, 여행, 남자친구, 음악, 곧 엄마 생신, 염색하고싶다, 성당, 글쓰기...'


모든 것을 쏟아내고 나니, 앞뒤로 빽빽하게 채워진 A4사이즈 노트 6장이 보였다. 이렇게 많은 것을 담고 있으니 머리가 복잡할만도 했다. 그것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한결 시원한 기분이 들었다. 당시 수학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었기 때문일까. 비슷한 단어들이 보이자 묶어버리고 싶어졌다. 나름대로 그 중에 비슷한 것들끼리 동그라미를 치고, 세모를 치고, 별표를 쳤다. 나중에는 그 안에서도 또 구분하고, 묶을 수 있는 것들은 묶어냈다. 그러다 보니 최종적으로 3가지 단어로 정리할 수 있었다.


사랑, 예술, 경험


어떻게 햄버거나 염색 따위가 저 세 카테고리에 들어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 행위에는 제한이 없고 정답은 스스로 정하는 것이니까. 


정리된 세 가지 단어는 나의 핵심 가치라고 부를 수 있는 것들이다. 모든 관심사나 우선순위는 세 가지 기준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렇게 수학적이면서 철학적으로 나를 정의내려 놓고 나니, 검산을 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한동안 스스로 결정 내리는 것들, 먹는 음식들, 친구와 하는 대화의 흐름 같은 것들을 지켜봤다. 


결과는 참이었다. 지인들과 주로 하는 이야기들은 모두 세 가지에 부합했다. 가치에서 벗어났을 때, 예를 들면 사랑과 먼 행동 즉, 누군가를 시기하거나 욕했을 때, 새로운 경험 없이 평범하게 지낼 때 불행하다고 느꼈다. 물론 가끔은 예외인 경우도 있었다. 익숙한 길로 걸어갈 때나 좋아하는 메뉴를 이틀 연속으로 먹을 때 행복하기도 했다. 그럴때면 또 다시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카페에서 찾아낸 세 가지 가치가 정답이 아니라는 것에 우울해했다. 스스로를 정의 내릴 필요가 없다는 것과 굳이 정답에 맞지 않는다고 우울해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먼 나중에야 알았다. 


검산의 과정은 꽤 길었다. 명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완전히 마무리된 것은 아마도 2~3년이 지난 뒤였을 것이다. 잊고 살 때도 있었고, 더 중요한 일을 하느라 생각을 미룬 적도 있다. 삶이란 답을 내릴 수 없는 것이다. 



그 행위가 내 인생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스스로 원하는 것을 알게 되자, 운명처럼 기회가 찾아왔다. 기회는 내가 원할 때 마다 찾아왔고, 난 그것을 운이라고 생각했다. 또는 신의 축복이라고 생각했다.



이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말하기 쉽지 않았다. 조금 부끄럽기도 했을 뿐더러 평소 가볍고 쾌활하게 보이고 싶은 성격 때문에 말을 꺼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아마 그 때는 타이밍이 아니었을 수 있다. 발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시행착오도 많았고, 아직 내 인생의 방향을 정하기엔 너무 이른 나이였으니까. 확신이 없었다.



그러나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명확해진 지금, 그리고 나와 뜻이 같은 사람들을 만나 더욱 뚜렷한 미래가 보이는 지금이 왔다. 더 많은 사람을 만나서 이 이야기를 해 주고 싶다. 모르는 사람에게는 깨달음을, 아는 사람에게는 확신을 주고 싶다. 같이 걸어가자고 손을 잡고 싶다.



30살이 된 지금, 더 이상 어리진 않지만 나이가 많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어마어마하게 많고, 그것들을 시작하기에 충분한 나이다. 몇 년 전 언젠가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되새기고 곱씹으면서 앞으로 나아갈 때다. 때로는 잠시 멈출 때도 있을 거고, 어쩌다 보면 뒤로 후퇴할 때도 있을 거다. 하지만 후퇴한다고 해서 나아가지 않은 게 아니다. 우리의 발걸음 하나 하나는 모두 의미가 있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 스스로에 대한 강한 믿음과 꿈을 가지고 있다면 온 세상이 날 도와주는 때가 온다. 거짓말처럼 우연이 겹쳐서 억지로라도 기회가 온다. 이젠 안다. 내가 가야할 길이 맞기 때문에 기회가 오는 것이다. 내가 그랬고, 주변이 그랬고, 많은 성공한 사람들이 그랬다. 그들이 공통적으로 같은 이야기를 한다는 건 뭔가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 모두 꺾이지 않는 마음을 가질 수 있길 간절히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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