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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큐 Jul 30. 2024

에드가 드가와 리딩방

에드가 드가 '증권거래소의 초상'

'증권거래소의 초상'은 1800년대 중후반 활동한 프랑스 화가 에드가 드가의 작품이다. 드가는 주로 여성을 그렸고 대중에 잘 알려진 그의 작품들이 주로 발레리나를 소재로 하고 있다. 그래서 이 작품을 보고 에드가 드가를 떠올리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듯하다. 그림 속 인물들이 서 있는 공간도 그렇다. 이 장소가 증권거래소라는 것도 그림만으론 알아내기 힘들다. 그림에는 이 장소에 대한 힌트가 전혀 없다. 하지만 작품의 제목을 확인하고 나면 이 그림의 배경이 증권거래소라는 게 묘하게 설득력 있어 보인다. 뭔가 비밀스러워 보이는 사람들 그리고 그룹 지어 대화 나누는 모습도 은밀해 보인다. 주식투자하면 떠오르는 몇 가지 이미지와 맞아떨어지면서 이 그림은 여러 상상을 하게 만든다. 지금이야 증권거래소에 직접가 비밀 정보를 주워듣고 주식을 사고 팔 일이 없지만 유튜브나 메신저 등 온라인 세상에선 이런 모습들이 흔하다. 남들이 모르는 대박정보라며 채팅방에 초대받거나 하루가 멀다 하고 들어오는 투자정보 문자는 당신만을 위한 것이라고 포장돼 있다. 개방성이 가장 큰 특징인 인터넷과 온라인이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정보와 어울리기나 한 것인지 의문이지만 알이다.


자본시장의 단맛과 쓴맛을 모두 경험한 에드가 드가

에드가 드가의 아버지는 은행가였다. 아버지 집안은 이탈리아와 미국에 은행을 소유할 정도로 부유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아버지가 사망한 후 드가의 집안은 크게 기울었고, 동생의 파산으로 재정적 어려움은 더 커졌다. 없는 사람이 더 가난해지는 것보다 있던 걸 잃고 가난해진 사람이 더 큰 고통을 느끼다고 하지 않는가. 에드가 드가가 그린 '증권거래소의 초상'은 그래서 어둡고 무겁다. 큰 자금이 오가는 증권거래소는 꿈과 희망의 장소이자 절망과 고통의 현장이다. 순간순간 수익과 손실이 결정 나고 내가 얻은 수익은 누군가의 손실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드가는 희망과 꿈보다 절망과 고통에 동감했을 수도 있다. 이 작품은 1874년 드가의 아버지가 사망한 후 5년이 지난 1879년에 출품됐다. 드가는 이 작품의 어두운 색감으로 또 인물들의 배치로 자신의 돈에 대한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또 세밀한 듯 세밀하지 않은 묘사로 재정적 어려움에 빠진 자신의 삶과 자본가에 대한 반감을 표현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에드가 드가 '증권거래소의 초상'(Portaits at the Stock Exchange)

뭉개진 얼굴... 여기선 대조가 아닌 증폭

클림트의 그림을 소재로 썼던 이전 글(https://brunch.co.kr/@kimq/100)에 에드가 드가의 작품도 언급한 적이 있다. 그의 그림 특징 중 하나로 뭉개진 얼굴을 얘기했었는데, 이 그림에도 그런 특징이 잘 나타나 있다. 특히 왼쪽 기둥 뒤편의 사람들은 언뜻 보면 좀비처럼 보일 정도이다. 기둥 뒤에 숨어 밀담을 나누는 듯한데 얼굴마저 선명하지 않으니, 이들을 바라보는 사람들 마음엔 불안감이 일고 의심이 생겨난다.   

여성 무용수를 그린 에드가 드가의 다른 작품 속 뭉개진 얼굴은 에드가 드가가 여성에 대한 혐오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되곤 한다. 그 배경에는 그의 어머니의 외도가 자리 잡고 있는데, 드가의 어머니는 아버지의 동생 그러니까 삼촌과 바람을 피웠다. 아버지도 그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 모른척했다고 전해진다. 드가가 멋진 무대 위 화려한 동작을 펼치는 무용수의 역동적 동작을 역동적으로 잘 표현하면서도 그들의 얼굴은 그리다 만 것처럼 뭉게 버린 건 어머니로 대표되는 여성에 대한 복잡한 감정을 나타낸 것이란 풀이다.


에드가 드가의 이런 표현은 증권거래소의 초상에선 돈과 돈을 좇는 인간의 탐욕을 향해있다. 그는 그림 속 뭉개져버린 인물들의 얼굴을 통해 자본주의의 꽃이자 심장이란 불리는 증권거래소의 모습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그려내고 있다.     


네덜란드서 시작된 주식투자

1602년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에 1,143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그들은 총 367만 4,945 길러의 돈을 모았고 이 돈은 세계 최초의 주식회사인 동인도회사의 지본금이 된다.

네덜란드는 당시 주변국들에 비해 해상무역에 뒤처져 있었다. 해상 무역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스페인과 포르투갈에 비해 인구도 적었을 뿐 아니라 결정적으로 자금력이 딸렸다. 고민하던 네덜란드는 크고 작은 민간 선단들을 끌어모으는 모델을 떠올리게 된다. 그 회사가 바로 동인도회사며, 이 회사의 운영자금을 투자를 받아서 조달한 것이다. 투자를 받았다는 건 선단의 항해 성과를 돈을 댄 사람들과 나눈다는 의미며 역으로는 실패의 책임도 나눠진다는 얘기다. 이렇게 '유한책임제'가 탄생했다. 동인도회사에서는 이런 선단에 투자한 걸 증명할 수 있는 증서를 발급해 줬는데, 사람들은 선단이 항해를 마치고 돌아오기도 전에 이 투자증명서를 사고팔았다. 몇 차례 성공적인 항해를 했던 선장이 참여한 선단의 투자증명서는 비싸게 팔렸고, 돌아오기로 한 날짜기 지났지만 소식이 없는 선단의 투자증명서는 헐 값에 거래되기도 했다. 이렇게 투자증명서의 거래가 활발해지자 1613년 네덜란드는 암스테르담에 이런 증서를 서로 사고파는 거래소를 설립한다. 이게 오늘날의 증권거래소의 출발이다.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주권 (출처:증권박물관)

투자증서의 발행과 사고팔 수 있는 거래소, 다시 말해 유통시장의 형성은 엄청난 시너지를 가져왔다. 몰려두는 투자자금은 네덜란드의 해상무역 장악력을 빠르게 키웠다. 이를 바탕으로 네덜란드는 한때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밀어내고 유럽 최대의 부국 지위에도 올랐다. 이를 지켜본 영국이 네덜란드의 주식회사 시스템을 따라 했고 이는 곧 유럽 전역으로 확산됐다.


정보는 돈이 되는가?

예나 지금이나 주식시장에선  '비밀스러운 정보'에 대한 신화(?)가 존재한다. 제대로 된 정보를 얻기만 하면 대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이다. 주식시장이 처음 형성되기 시작한 1600년대의 네덜란드나 드가가 증권거래소의 초상을 그린 1800년대 파리의 증권가에선 정보가 돈이라는 믿음은 신화가 아니라 사실이었을 것이다. 실시간 정보를 교류할 수도 없었던 시대, 대규모 투자를 받은 선단이 오랜 항해를 거쳐 돌아올 때까지 성공여부를 가늠할 만한 정보를 안다는 건 투자 성공여부를 가를 핵심적 요소가 맞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대부분의 정보가 대중에게 기본적으로 공개된다. 주식시장에 상장된 회사는 공시라는 제도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회사의 주요 내용을 알릴 의무를 가지고 있고, 설령 회사가 알리지 않더라도 기자들의 취재나 투자자들의 회사 탐방 등을 통해서도 많인 정보가 공유된다. 알려지는 속도도 너무 빨라서 조금 먼저 정보를 알았다는 것이 대박 수익으로 연결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인터넷, SNS 등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스피드로 정보가 교류되니 내가 아는 순간 이미 대한민국 주식투자자 대부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 편할 정도다. 실제 그렇다 우리는 그들이 이 정보를 다 알고 있다는 사실을 모를 뿐이다. 설령 진짜 극히 소수만 알 수 있는 정보를 알게 됐다면 그 정보는 내부자 정보일 가능성이 높고 이 정보를 활용해 투자하면 불법이 된다.

 

어떤 정보가 돈이 되는가?

주식투자에 있어 정보의 가치를 높이는 요소는 크게 두 가지이다. 둘 중 하나만 만족하면 되는 게 아니라 두 가지를 동시에 최대한 만족해야 높은 투자 수익이 나온다. 바로 정보의 정확성과 희소성이다. 정확성은 정보의 질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00 전자가 곧 큰 계약을 맺는다'라는 정보를 들었다면 이 정보의 질은 계약을 맺다라는 사실의 진위 여부가 핵심처럼 보이지만 이 정보의 질은 '곧'과 '큰'이라는 수식어가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곧'이란 의미가 정말 하루 이틀 사이를 말하는 건지 아니면 몇 주 혹은 몇 달을 의미하는지에 따라 이 정보의 가치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럼 '00 전자가 내일 1천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다'라는 정보는 어떤가? 막연한 수식어 '곧'과 '큰'이 사라진 꽤 구체적이고 명확한 정보로 볼 수 있다. 질적인 면에서 꽤 괜찮은 정보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두 가지 요소 중  '희소성' 문제가 발생한다. 이 정보를 다른 사람들도 대부분 알고 있다면 또 몇 달 전에 어디선가 이미 공개된 정보라면, 이 정보는 당신에게 수익을 주기보다 손실을 끼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리딩방

리딩방 주의 보도자료

방송과 통신의 발달로 희소성 있는 정보를 찾기는 더 힘들어졌다. 또 앞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정말 희소한 정보일 경우 위험도는 더 높아졌다. 내부자정보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냥 전해 들은 건데 이걸 거지고 무슨 불법 거래라고 하느냐 말하겠지만 법적으로 내부정보를 처음 유출한 사람과 이를 전해 들은 2차 그리고 이걸 또 전해 들은 3차 이용자까지  처벌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정보 매매의 매력은 이처럼 줄어들었지만 정보 매매를 미끼로 투자자를 유혹하는 사기는 급증하고 있다. 이른바 리딩방이다. 투자의 고수인 자신을 따라 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며 투자자들을 꼬드기는 건데, 주로 쓰는 수법이 이른바 '내가 OO 했죠' 수법이다. 급등한 종목을 언급하면 지난번에 제가 매수하라고 했죠라고 하거나. 이런 정보를 제가 말씀드렸죠라고 하는 방식이다. 또 마치 투자로 큰돈을 번 것처럼 과장된 수익률을 보여주거나 조작된 주식 계좌를 인증하면 사람들에게 신뢰를 얻는 방법 등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정보가 돈이 되기 위한 조건 두 가지 중 희소성이라는 측면에서 생각해 보면, 정보로 돈을 벌고자 하면 알짜 정보일수록 절대 남에게 알려줘서는 안 된다. 만날 손실을 보는 당신을 위해 도움을 주고 싶다고 문자와 메시지를 보내는 그들은 왜 이런 자비를 베푸는 것인가? 투자수익률을 자랑하며 과거에 내가 이랬으니 지금 추천하는 투자종목도 대박이 날 거라고 말하는 것도 첫 타석에 홈런을 친 타자가 다음 타석에 또 홈런을 칠 확률이 얼마나 될 것 같은가? 기업을 철저히 분석하고 투자해도 코로나19 같은 상황이 벌어져 돈을 날리는 게 주식시장이다, 과거의 대박이 오늘과 미래의 대박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쉬운 게 주식투자

돈과 시간이 나의 편이라면 이론상 주식투자만큼 쉬운 것도 없다. 어떤 회사의 주식에 투자하고 내가 투자한 가격보다 주가가 높아질 때까지 마냥 기다리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물론 그 회사가 망해서 사라지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래서 주식투자에 나설 때 여윳돈을 활용하라거나 망하지 않을 기업에 투자하라고 조언하는 것이다. 투자의 현인이라 불리는 워런버핏이나 벤자민 그레이엄 같은 사람들은 좋은 기업을 찾아내는 데도 뛰어났지만 이 좋은 기업이 시장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때까지 인내하고 기다리는 능력이 더 뛰어난 사람들이었다. 당신은 초등학교나 중학생 축구선수 중 미래에 손흥민이 될 선수를 한 번에 골라낼 수 있는가? 10배의 수익을 내주는 종목을 의미하는 텐베거를 고르는 건 이처럼 미래의 손흥민 선수를 재능을 보고 찾아내는 것과 비슷하다. 유망주를 믿고 골랐다면 그가 성장해 프리미어리그에 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 기간 동안 슬럼프도 있고 부상의 가능성도 존재한다. 심지어 사람들의 구설에 오르거나 혹은 조금 유명해진 후 스캔들에 휘말려 선수 생활이 끝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런 리스크를 감내하기 싫다면 이미 프로에 진출했거나 국내 리그에서 인정받아 해외 진출을 노리는 검증된 선수를 골라야 하는데, 이들은 이미 몸값이 꽤 비싸다. 그렇다면 과도한 기대보다는 안정적인 수익에 베팅해야 한다.

돈과 시간이 나의 편이라면 이론상 주식투자만큼 쉬운 것도 없다. 어떤 회사의 주식에 투자하고 내가 투자한 가격보다 주가가 높아질 때까지 마냥 기다리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물론 그 회사가 망해서 사라지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래서 주식투자에 나설 때 여윳돈을 활용하라거나 망하지 않을 기업에 투자하라고 조언하는 것이다. 투자의 현인이라 불리는 워런버핏이나 벤자민 그레이엄 같은 사람들은 좋은 기업을 찾아내는 데도 뛰어났지만 이 좋은 기업이 시장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때까지 인내하고 기다리는 능력이 더 뛰어난 사람들이었다. 당신은 초등학교나 중학생 축구선수 중 미래에 손흥민이 될 선수를 한 번에 골라낼 수 있는가? 10배의 수익을 내주는 종목을 의미하는 텐베거를 고르는 건 이처럼 미래의 손흥민 선수를 재능을 보고 찾아내는 것과 비슷하다. 유망주를 믿고 골랐다면 그가 성장해 프리미어리그에 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 기간 동안 슬럼프도 있고 부상의 가능성도 존재한다. 심지어 사람들의 구설에 오르거나 혹은 조금 유명해진 후 스캔들에 휘말려 선수 생활이 끝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런 리스크를 감내하기 싫다면 이미 프로에 진출했거나 국내 리그에서 인정받아 해외 진출을 노리는 검증된 선수를 골라야 하는데, 이들은 이미 몸값이 꽤 비싸다. 그렇다면 과도한 기대보다는 안정적인 수익에 베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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