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진콜과 롱숏에 대한 이해
2021년 4월 2일 자 탱고픽 위클리 리포트에 기고한 글입니다.
당시엔 빌황이란 인물이 이끄는 아케고스캐피탈이 큰 관심이었습니다.
헤지펀드들이 사용하는 여러 전략을 이해한다는 마음으로 읽어보세요.
지난달 26일 190억 달러 우리 돈으로 21조 원에 달하는 대규모 블록딜 매물이 미국 뉴욕 증시에 쏟아졌습니다. 매물 그러니까 팔자는 물량이니 관련된 종목들 주가가 성할 리 없죠. 바이두, 텐센트뮤직 등 중국 기업들은 물론 비아콤CBS, 디스커버리 등의 주가가 크게 흔들렸습니다. 실제 이날을 전후해(22일~29일) 이들의 주가 움직임을 보면 바이두가 20% 빠졌고 디스커버리는 46%, 텐센트 뮤직은 34%나 하락했습니다.
뒤에서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일정 물량을 정해진 가격으로 서로 거래하는 블록딜은 증권시장에서 매우 흔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번처럼 대규모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경우는 흔치 않아서 시장의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실제 이 기간 무려 35조 원에 가까운 매물이 시장으로 흘러나왔으니까요.
아케고스캐피탈 그리고 마진콜
국내외 언론들은 이날 쏟아진 대규모 매물이 아케고스캐피탈매니지먼트의 대규모 손실에 따른 마진콜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놨습니다. 아케고스캐피탈매니지먼트는 빌 황이라는 한국계 미국인이 이끄는 공격적 헤지펀드 전략을 구사하는 패밀리 오피스고 말이죠. 빌 황이란 인물도, 아케고스란 회사도, 궁금하긴 하지만 오늘은 이런 일이 일어난 이유에 더 초점을 맞춰 얘기해 볼까 합니다. 추정되는 상황은 크게 두 가집니다. 하나는 아케고스캐피탈이 고수익을 올리기 위해 레버리지(대출)를 대규모로 일으켰는데, 담보로 잡혔던 종목들의 주가가 하락해 결국 마진콜 상황이 왔고 반대매매가 나왔다는 거죠. 두 번째는 롱숏전략을 구사하다 매수(롱)해 보유하던 종목들에 문제가 발생해 마진콜이 들어왔고 반대매매가 이뤄졌다는 겁니다. 전 개인적으로 두 번째가 더 설득력 있어 보입니다.
아케고스캐피탈이 자기 돈을 주로 굴리는 패밀리 오피스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무리 고위험 전략을 즐긴다 하더라도 레버리지를 4배 5배까지 일으키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보다는 조금 덜 위험한 롱숏전략을 구사한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라 생각됩니다. 아무튼 "와~ 한국말인데 하나도 못 알아먹겠다. 롱숏 전략은 뭐고 마진콜에 반대매매라니..."라고 생각하고 계신다면 쉽게 설명해 드릴 테니 잘 따라와 보세요. 롱숏부터 가겠습니다.
롱숏 전략은 이렇게 사용된다.
주식시장에서 롱(long)은 매수를 의미하고 숏(short)은 매도를 말합니다. 롱숏이니 이 두 개를 다 쓴다는 거죠. 원래 주식은 사고팔고 하잖아? 네 맞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숏은 그냥 파는 게 아니라 공매도를 말합니다. 그래서 롱숏 전략을 사용하면 이론적으로 한정된 자금으로 상승과 하락 양방향에서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A라는 종목은 장래성이 좋아 보입니다. B 종목은 악재가 예상되거나 최근 급등해 주가 조정이 예상됩니다. 그럼 있는 돈으로 일단 A를 롱(매수)합니다. 그리고 매수한 A 주식을 담보로 B 주식을 빌려 공매도합니다. A 주식만 사는 것보다 예상대로 된다면 있는 돈으로 B 주식이 하락한 만큼 추가 수익을 동시에 얻습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흘렀을 경우 문제가 생깁니다. 일단 공매도한 B 주식이 하락하지 않고 올라버리면 공매도한 것보다 비싼 가격에 사서 갚아줘야 합니다. 또 담보로 제공한 A 주식의 가치가 크게 떨어져 버리면 돈을 빌려준 금융사에서 추가 담보를 요구하게 되고 그걸 맞추지 못하면 반대매매 즉 담보로 맡겨진 주식을 이 금융사가 강제로 팔아버립니다. 이때 금융사가 담보를 추가로 넣어야 한다고 알리는 행위를 '마진콜'이라고 합니다. 실제 금융사에서 과거에 전화로 통보를 했다고 해서 콜(call)이라는 용어를 씁니다.
그럼 반대매매와 블록딜은 뭔가요?
'반대매매'는 강제 청산을 의미합니다.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려준 금융사가 담보물의 가치가 적정 가치를 유지하지 못하면 원금을 돌려받지 못할까 봐 맡겨진 주식을 강제로 팔아 빌려준 돈을 찾아가는 겁니다. 반대매매는 개인 투자자들에게도 종종 일어납니다. 신용거래나 미수거래라고 들어보셨나요? 증권사들은 투자자들에게 조건이 맞으면 자신이 가진 돈 이상의 주식을 살 수 있게 대출을 해주는데요 그 제도가 바로 미수거래와 신용거래입니다. 미수는 짧게(3일) 빌려주고 신용거래는 이자도 받고 좀 길게 길게(30~90일) 빌려줍니다. 주식거래 창을 잘 들여다보시면 신용 또는 미수라는 체크 항목이 있답니다. 이들 역시 증거금 또는 보증금이라는 용어로 일정 비율의 담보를 요구하는데요. 이걸 못 맞추면 앞서 설명드린 반대매매, 즉 강제 청산이 일어납니다. 자칫 잘못하면 큰 손실로 이어지니 신중하게 활용하셔야 합니다.
블록딜은 앞서 간단히 설명드렸습니다만 대량의 주식을 한꺼번에 정해진 가격으로 매매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너무 많은 팔자 물량이 장중에 나오면 주가가 크게 하락하고 또 그만큼 매물을 받아줄 매수 주체도 없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물량을 받아 갈 사람이나 기관을 미리 구해서 정규 거래 이후 정해진 가격으로 한방에 거래를 하는 거죠. 대표적인 게 인수합병(M&A) 같은 사례입니다. 대주주 A 씨의 주식 전량을 B라는 다른 사람이 사가면서 회사의 주인이 바뀌는 건데, 이때 이들 주식을 일반 주식거래처럼 장에서 팔고 살 순 없잖아요. 서로 정해진 가격을 정하고 블록으로 넘기게 되죠. 바로 블록딜입니다. 하지만 이때는 가격이 좀 비싸게 거래되는 경우도 있어요. 대주주의 지분에는 회사를 지배하는 경영권이라는 게 붙어 있어서 프리미엄을 주는 거죠.
이번 아케고스 마진콜 여파는 어디까지?
마진콜이라는 제목의 영화도 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을 미리 알아챈 금융사가 자신들이 보유한 부실 자산을 서둘러 팔아가는 과정을 그렸습니다. 이 영화를 통해 블록딜 과정을 간접 체험할 수 있습니다. 빅쇼트라는 영화도 유명합니다. 이 영화 중간엔 MBS(주택저당증권)를 나무 블록으로 탑을 쌓는 방식의 게임인 젠가(genga)를 써서 설명하는 장면은 제게는 매우 인상 깊게 남아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 아케고스 사태가 혹시나 2008년 금융위기 같은 큰 혼란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감을 나타냅니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과 이번 아케고스 사태의 파급력은 비교 불가라고 말하는데요. 풀어서 얘기하자면 아케고스 사태가 시장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상당히 제한적일 거라는 거죠. 어떤 사고가 터지면 사고의 원인을 해결하면 보통 문제가 풀립니다.
금융위기 때는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원인이었는데, 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누가 누구랑 거래했는지 파악조차 힘들게 섞고 또 섞여서 만들어진 MBS(주택저당증권) 때문에 해결이 힘들었었죠. 하지만 이번 아케고스는 규모는 역대급으로 크지만 사고의 당사자가 명확하기 때문에 마치 수술하듯 이곳만 제거되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도리어 이번 아케고스 사태를 투자의 기회로 삼으려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저희가 카드 뉴스 형태로 소개해 드린 투자 대가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역발상 투자처럼 말이죠. 기업의 기초체력과 경쟁력엔 아무 문제가 없는데 갑작스러운 아케고스 사태로 대량의 블록딜 매도 물량으로 주가가 크게 하락한 게 투자기회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시장엔 항상 다양한 해석이 존재합니다. 나름 그 해석마다 논리가 있고 설득력도 가지고 있죠. 판단은 투자자의 몫입니다. 그래서 자신만의 확고한 투자철학을 가지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