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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큐 Jul 26. 2021

전기차 배터리 이해하기

K배터리의 경쟁력은 유지될까?

전기차 시대가 성큼 다가왔습니다.
언제 바꾸느냐의 문제일 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내연기관차 생산 자체를 중단할 계획들을 세우고 있어서(정부의 환경규제 때문에) 전기차는 대세가 될 겁니다.
전기차의 가장 중요하 부품은 배터리입니다. 다행히 이 배터리 분야에서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은 상당합니다. 하지만 워낙 중요한 부품이다 보니 경쟁도 무척 치열하죠.

아래 글은 21년 3월 26일 탱고픽 위클리 리포트에 기고한 글입니다.
당시 폭스바겐이 배터리 내재화를 발표한 시점이었죠. 참고해서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증권시장에서 잘 나가던 전기차 배터리 관련 주들에 브레이크가 걸렸습니다. 전 세계 완성차 1위 업체인 독일의 폭스바겐이라는 회사가 앞으로 생산될 자신들의 전기차에 스스로 만든 배터리를 넣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게 화근입니다. 아니 어차피 전기차 시장은 커질 테고 폭스바겐이 완성차 업체 중 제일 크다고는 하지만 전기차 시장에선 7~8위 권에 불과한데 이렇게까지 시장이 영향을 받아야 하나? 싶으신 분들도 계실 겁니다. 또 주식은 빠지면 사라고 하는데 그럼 지금이 매수 타이밍인가? 고민하시는 분들도 있고요. 그래서 오늘은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고민을 같이 해볼까 합니다.


전기차 배터리(2차 전지)는 한국이 1등 아니야?

회사별 전기차용 배터리 점유율

맞는 말이면서 틀린 말입니다. 국뽕에 빠져서 바라보면 우리가 1등이고 조금 냉정하게 따져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일단 한국이 1등이 맞는다는 것은 우리나라 주요 배터리(2차 전지)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구 LG화학)과 삼성SDI 그리고 SK이노베이션을 다 더하면 그렇습니다. 하지만 업체별로 따지면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1위는 중국의 CATL입니다. 시장조사업체 SNE 리서치 자료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2019년에는 27%로 2020년에는 24% 점유율로 1위였습니다. 여기에 전기차 배터리는 만드는 방식에 따라 크게 3가지 유형으로 구분됩니다. 아직 표준이 없다는 얘기인데요. 들어보신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각형, 파우치형 그리고 원통형입니다. 난다 긴다 하는 글로벌 배터리 제조사들이 저마다 다른 방식을 취하며 '이게 앞으로 시장을 이끌 거야'라고 외치고 있는 상황이죠. 그래서 각 유형별로 보면 또 선두에 있는 회사들이 달라집니다. 이번에 문제(?)를 일으킨 폭스바겐은 앞으로 자신들이 만들 배터리를 각형으로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각형은 우리나라 업체들보다 중국 업체들이 더 많이 취하고 있는 제조 유형입니다.


전기차 배터리 뭐가 이렇게 복잡해?

제조 유형 얘기가 나왔으니 그것부터 정리하고 갈게요. 지난해 전기차에 탑재된 량을 기준으로 각형이 49.2%로 점유율이 가장 높아요. 다음이 파우치형 27.8%, 원통형 23% 순입니다. 각형과 원통형은 와인딩 방식으로 만들고 파우치형은 스태킹 방식으로 제조합니다.


용어가 생소해서 그렇지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 와인딩 방식은 두루마리 휴지처럼 돌돌 말아서 제조하는 방식입니다. 즉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들인 양극재, 음극재, 분리 막 등을 돌돌 말아서 만든다는 것이고,  이렇게 말아놓은 것들을 각진 통에 넣으면 각형, 원통에 넣으면 원통형이 되는 거죠. 반면 스태킹 방식은 쌓아 올린다는 건데, 양극재와 음극재 등을 차곡차곡 쌓는 방식으로 만들고 이걸 포장지 같은 걸로 감싸 놓으니 파우치형이라고 부르죠. 장단점들이 있습니다.


우선 각형은 돌돌 말아 각진 형태에 넣으니 빈 공간이 생기겠죠. 밀도가 떨어집니다. 그래서 에너지 효율 면에서 상대적으로 밀립니다. 다만 모양이 딱 잡혀있으니 안정적이어서 내구성이 좋고 미래의 배터리라 불리는 전고체로의 전환이 용이합니다. 원통형은 돌돌 말아 놓은 형태와 딱 맞죠. 그래서 비용이 덜 들고 에너지 효율도 높습니다. 다만 전기차에 탑재할 때 모양이 애매합니다. 배터리 자체는 밀도가 높고 에너지 효율이 좋은데 막상 차에 장착하자니 많이 넣을 수 없는 뭐 이런 겁니다. 마지막으로 파우치형은 원하는 모양으로 원하는 곳에 쌓아 올리 듯이 만들기 때문에 공간 활용과 배터리 모양 설계가  용이합니다. 에너지 효율도 나쁘지 않고 안정성도 괜찮습니다. 다만 모양이 제각각이 되면 생산단가가 올라가 가격경쟁력에서 밀립니다. 각형의 선두주자는 중국의 CATL이고 국내에서는 삼성SDI가 합니다. 원통형은 일본의 파나소닉이 이끌고 있죠. 그리고 파우치형은 LG에너지솔루션이 가장 선두권에 있습니다.


어떤 유형이 대세? 그리고 완성차 업체들은 왜 배터리 자체 생산을 시도하나요?

어떤 유형이 대세가 될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또 어느 순간 이들보다 더 좋은 방식의 배터리가 나올 수도 있고요. 그래서 전기차 배터리는 표준화가 매우 민감한 이슈입니다. 자 그럼 완성차 업체들의 고민을 한번 살펴보죠. 내연기관차의 가장 핵심부품이 뭘까요? 당연히 엔진이죠. 여기에 파워 트레인도 포함됩니다. 이게 벤츠네 폭스바겐이네 현대 차네 이런 회사들이 서로 자기 차가 좋다고 경쟁하고 차별화할 수 있는 핵심 요소입니다. 그럼 전기차는 뭐가 될까요? 그렇습니다. 바로 배터리입니다. 내연기관차의 엔진과 같은 존재라고 보면 됩니다. 여기에 모터도 그런 요소가 될 겁니다.


전통적인 완성차 업체들은 차량의 핵심부품인 엔진과 파워 트레인을 절대 외부에서 생산하지 않습니다. 계열사를 두더라도 자체 개발하고 생산합니다. 그래야 핵심부품의 안정적 공급이 해결되고 대규모 생산이 가능하니까요. 하지만 그간 전기차 시장을 보면 핵심 부품을 만드는 회사가 따로 있고 이를 받아서 완성차 업체들이 자신들의 전기차를 만들어 출시했습니다. 그간 전기차 시장에서 독주를 펼친 테슬라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얼마 전 테슬라도 배터리 자체 생산 계획을 밝힌 바 있습니다. 시장이 더 커지고 경쟁이 본격화되면 핵심 부품의 안정적 공급 그리고 생산 가격 유지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해 그럴 수밖에 없다는 거죠.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그간 전기차 시장에 발을 살짝 담그고 시장을 예의 주시하는 정도의 스탠스를 취해왔습니다. 그러던 게 지난해부터 상황이 좀 바뀌었습니다. 세계 주요국의 탄소배출권 규제 등 강화된 환경정책에 힘입어 전기차 시장의 본격적 성장이 예고된 겁니다. 실제 유럽은 2025년 내연기관차의 생산 중단이 언급되고 있고 중국은 이미 2035년 내연기관차 퇴출 목표를 밝혔습니다. 미국도 바이든 정부가 적극적인 환경규제에 나설 움직임이고요. 이번 독일의 폭스바겐이 스웨덴의 노스볼트라는 회사랑 손잡고 배터리 합작사를 만들고 전용 전기차 생산을 늘리겠다는 건 이제 완성차 강자들이 본 시합에 들어오겠다는 일종의 선전포고를 한 것입니다. 현대기아차도 그렇고 다른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올해 본격적인 전용 전기차 출시를 예고하고 있거든요.


완성차와 배터리 업체들의 주도권 싸움과 표준화가 이슈

폭스바겐 같은 사례는 이제 자주 등장할 겁니다. 다들 배터리를 내재화(자체 생산)하고 싶어 할 테니까요. 그럼 경쟁력 있는 배터리 제조사들과 손을 잡는 게 1번입니다. 가령 벤츠-LG에너지솔루션 또는 현대-삼성SDI, GM-CATL 같은 회사들이 등장하는 겁니다.  그래서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에게 이번 폭스바겐 사례를 엄청난 악재가 될 것으로 해석하는 건 좀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다만 세계 1위 완성차 회사가 국내 회사들이 그리 많이 하지 않는 각형을 택했다는 건 앞으로 전기차 배터리의 표준화 경쟁에서 혹시 국내 회사들이 주도권을 뺏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전기차 제조사들은 전용 전기차들의 대중화를 이끌기 위해 가격을 낮춰야 하는 이슈를 가지고 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전기차 전체 생산 비용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배터리 가격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결국 내재화(직접 제조) 해서 배터리 가격을 낮추거나 성능이 같다면 더 싼 배터리를 사려할 거란 얘깁니다. 배터리 제조사들은 표준화에서도 밀리지 않아야 하고 기술개발과 대량 생산을 통해 가격도 낮춰야 하는 만만찮은 두 가지 숙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시장 전망이 좋다면 관련주 투자는 무조건 성공할까?

투자자들의 영원한 고민입니다. 분명 배터리를 비롯한 전기차 시장은 폭풍 성장을 할 게 눈에 보입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배터리 제조사들을 투자하긴 앞서 얘기한 여러 가지가 문제로 불안하죠. 특히 표준화에서 밀리면 선두로 치고 나가기 위해 회사들이 쏟아부었던 막대한 투자금이 무용지물이 될지도 모릅니다. 관련 종목을 매수한 투자자라면 최악이죠. 더구나 전기차 배터리를 아무리 많이 팔아도 공급가 하락 압력은 지속될 테니 딱히 이익률이 높아지기 힘들 수도 있고요.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이럴 땐 배터리 산업 전반의 밸류체인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답이 보일 수도 있습니다. 배터리를 생산하면 꼭 들어가야 하는 부품과 소재에 주목하는 방법입니다. 배터리 제조 유형이 각형이냐 원통형이냐  파우치냐를 따지지 않고 모두 들어가야 한다면 상황은 달라지니까요. 또 공급선마저 다양하다면 금상첨화겠죠. 꼭 전기차 배터리만에 문제는 아닙니다. 비슷한 고민이 있다면 그 산업의 밸류체인을 꼼꼼히 살펴보고 공부해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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