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밖에 없다는 약점을 상장 후 한순간에 바꿔놓은 이벤트가 기업분할부터 증자 그리고 이타카 홀딩스 인수였죠. 지난 4월 9일에 이와 관련해 탱고픽 위클리 리포트에 기고한 글입니다. 일방적(?)으로 발표되는 기업분할을 주주들은 어떤 관점으로 바라봐야 하는지 그리고 요즘 얘기가 많이 나오는 메타버스는 간련 카드 뉴스로 이해를 높여보시길 바랍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사명을 하이브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상장사가 사명을 바꾸는 일은 종종 있습니다. 회사의 주인이 바뀌거나 사업 내용이 바뀌어서 그와 어울리는 사명으로 바꾸는 경우도 있고, 회사의 큰 악재가 터진 후 마치 같은 회사가 아닌 것처럼 이미지 세탁(?) 차원의 사명을 변경을 하기도 합니다. 또 특정 산업에 관심이 높아지면 그 산업과 연관된 회사라는 걸 알리고자 사명을 변경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2000년대 초 닷컴 버블이 한창일 때 코스닥 회사들의 이름이 대부분 ~테크, ~넷이 됐던 경우나 몇 년 전 제약 바이오 관련 기업으로 사업 추가 또는 사명 변경이 많았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빅히트의 새로운 사명인 하이브(HYBE)는 연결, 확장, 관계를 상징한다고 하더군요. 전 하이브가 왜 그걸 상징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뭐 회사 이름 정하는 건 자기들 마음이니까요. 다만 이들이 왜 이런 의미를 사명에 담으려 했는지 좀 이해가 갑니다. 빅히트는 이번에 단순히 사명만 변경한 게 아니라 회사를 분할하고 자회사끼리 합병하고 다시 분할한 회사로 합치는 등 지배 구조 개편도 동시에 진행합니다. 더불어 이 과정에 대규모 증자와 미국의 유명 매니지먼트 회사 인수도 이뤄지죠. 이러면서 빅히트가 단순히 BTS에 치중된 연예 매니지먼트 회사가 아니라 강력한 문화 콘텐츠를 가진 플랫폼 사업을 하는 기업이라는 보다 확장된 기업의 정체성을 새로운 사명에 담으려 한 듯합니다.
빅히트의 기업분할과 대규모 증자를 바라보는 삐딱한 시선
우선 빅히트의 기업분할은 핵심 사업부(매출의 40% 이상 담당)인 음반·레이블 부문을 물적 분할해 지분 100%의 자회사로 만드는 겁니다. LG화학이 배터리 사업부를 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으로 만든 것과 동일한 방법입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이때도 주주들의 반발이 꽤 있었습니다. LG화학을 투자할 때 나는 배터리 사업의 미래 성장성을 보고 투자했는데 이걸 떼내 다른 회사를 만든다고 하니 말이죠. 이렇게 생각해 봅시다. A 씨의 집에 정말 맛있는 사과가 열리는 사과나무가 있습니다. 어느 날 A 씨가 이 사과나무를 자기 소유의 또 다른 집에 옮겨 심습니다. 사과나무는 여전히 A 씨 소유고, 사과가 열리면 수확해 A 씨가 돈을 법니다. 그런데 어느 날 A 씨가 사과나무를 옮겨 심은 집을 팔아버립니다. 더 이상 A 씨는 사과나무의 주인이 아닙니다. 주주들은 100% 자회사로 물적 분할해 만들어진 빅히트뮤직이 이렇게 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얻은 셈입니다.
더불어 4400억 원 규모의 증자에도 참여할지 결정해야 합니다. 증자는 주가에 양날의 칼입니다. 단순히 수학적으로만 생각하면 증자는 독입니다. 순도 높은 설탕물에 맹물을 타는 것과 비슷하거든요. 증자는 회사의 가치(시가총액)는 동일한데 주식 수만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이죠. 다만 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이 회사의 성장성을 높게 만들어 줄 것이란 기대가 커지면 주가 희석 우려는 잊혀지고 도리어 주식 가격이 오르기도 합니다. 빅히트가 이타카 홀딩스 인수 의미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것도 이런 연유 때문입니다. 빅히트가 이타카 홀딩스를 인수하기 위해 사용하는 자금은 1조 728억 원이나 됩니다. 유상증자로 조달한 4400억 원 중 2500억 원을 여기에 쓰고 1129억은 미국 현지 금융권에서 빌립니다. 그리고 나머지 5159억 원은 자체 자금 다시 말해 회사가 보유한 돈을 쓰겠다고 밝혔습니다.
엔터기업들이 꿈꾸는 메타버스 세계
엔터기업들은 요즘 너도 나도 메타버스 플랫폼 기업이 되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메타버스는 가공과 초월을 뜻하는 메타(Meta)와 세계 혹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가 결합된 용어입니다. 누군가 방송에서 아바타로 소통하는 디지털 세상이라고 정의해 주는데 이해가 확 되더군요. 그래도 감이 안 오신다면 '레디 플레이어 원'이란 영화를 한번 봐 보시길 권합니다. 어쨌든 빅히트 역시 자신들의 소속 가수 등을 활용해 이 메타버스 플랫폼을 키워가려 합니다. 가수가 가상세계에서 활동하고 팬 사인회도 하고 콘서트도 하는 거죠. 그 안에서 굿즈도 팔고 접속자가 많아지면 광고도 받을 수 있고 다양한 사업이 가능해집니다. 뭔 소리냐 싶으시겠지만 이미 BTS가 포트나이트라는 게임 속에서 다이너마이트라는 뮤직비디오를 공개해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받았고 블랙핑크는 제페토라는 플랫폼에서 팬 사인회를 개최해 우리나라 국민 숫자와 비슷한 5천만 명에게 싸인을 해줬습니다.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선거운동 기간에 동물의 숲이라는 게임 속에 선거 캠프를 차리기도 했고요.
빅히트는 현재 팬 커뮤니티 기반의 위버스라는 플랫폼을 운영 중입니다. 이 위버스를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키우고자 하는 거죠. 메타버스 세계를 선점하기 위한 싸움을 지켜보는 것도 매우 흥미롭습니다. 우선 빅히트처럼 강력한 콘텐츠를 가진 엔터테인먼트 기업들 그룹이 있고 또 한 축은 게임회사나 포털 회사 등 이미 많은 사용자들이 확보된 플랫폼 기업들 그룹이 있습니다. 과거 인터넷 시대가 열리고 포털 회사들이 우후죽순 시장에 진입했을 때 와 비슷합니다. 당시 라이코스, 야후, 알타비스타, 다음, 네이버 등 많은 기업들이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했지만 결국 한 두 곳만 살아남았거든요. 2030년 글로벌 메타버스 시장이 1700조 원까지 성장할 것이란 전망도 있는 상황에서 어떤 기업들이 살아남을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