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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자신 Jan 13. 2021

오랜만입니다,

잘 있었니? 한 달만에 다시 글 쓰는 나에게 건네는 안부인사

3주 전쯤 이사를 했다. 코로나로 인해 여느 해와는 다른 분위기의 연말이었지만, 이사를 준비하고 진행하느라 12월 한 달이 통째로 사라진 기분이다. 이사 시기에 맞물려 첫째도 어린이집을 가지 못하다 보니 두 아이들과 부대끼는 틈에 시간이 빛의 속도로 지나갔다. 몇 번이고 다시 글을 써야겠다 마음을 먹었지만 실행에 옮기기까지 한 달이란 시간이 걸린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거창하게 어떤 글을 써야겠다 마음먹기보다는 그냥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새해에 쓰는 첫 글이라는 그럴듯한 의미부여와 함께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러고는, 그동안 잘 있었니? 글을 쓸 때 출현하는 내 또 다른 자아에게 안부 인사를 건네본다.


이사, 전셋집 입주와 관련된 업체 견적, 예약 그리고 전세대출을 위한 은행 업무 등등.. 누가 대신해줬으면 좋겠다 싶은 골치 아픈 일들에 매달려 있다 보니 내 머릿속 어지러운 생각들을 정리하고 다듬는 시간이 필요하다 싶었지만 이상하게도 선뜻 글이 써지지 않았다. 멀티플레이어가 아닌 나로서는 동시에 여러 해야 할 일들이 쏟아지는 상황이 꽤 큰 스트레스였나 보다. 이사 날짜는 다가오고 시간은 흘러가는데 아무것도 해 놓은 게 없는 것 같아서, 그 조급함은 글을 쓰며 마음을 정돈할 여유조차 허락하지 않았던 것이다.


마음에도 근육이 있다고 하지 않는가. 혹자는 마음의 근육을 단련시키기 위해 글쓰기만큼 좋은 것도 없다고 하던데, 한 달의 글쓰기 공백을 깨고 이 곳에 다시 돌아오면서 한 가지 깨달은 것은 아직 이 글쓰기가 내 삶의 '좋은 습관'으로 자리잡기에는 시간이 한참 더 필요하단 것이다. 그리고 한편으로 감사한 것은 내가 다시 글을 쓰고 내가 쓴 글을 나눌 수 있는 이 공간이 있었기에 (작심삼일이 될지언정) 다시 글을 쓸 작심을 하게 되었단 것이다.   


아이들이 빨리 안 자서, 블루투스 키보드가 없어서, 오랜만에 쓰는 글인데 대충 쓰고 싶지 않아서 등등... 그럴듯한 핑계일랑 집어던지고 오늘은 무조건 쓰고 발행도 쾅쾅 할 작정이다. 한 달 전처럼 꾸준히 그리고 틈틈이 쓰고 또 써서 가늘디 가는 근육이라도 다시 만들어 봐야지.


오랜만입니다, 여러분.

이제 다시 자주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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