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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자신 Jan 28. 2021

회사에 잠시 다녀왔어요.

비일상이 된 일상- 육아휴직자의 회사 출근기 아닌 방문기

두 달 전쯤, 회사 사무실이 이전을 했다. 공교롭게도 두 번의 육아휴직 기간 중에 매 번 사무실이 이사를 간 것이다. 입사 당시부터 첫 번째 육아휴직 때까지 근무했던 복지관이 인근 지역 재개발로 인해 임시 사무실로 이사를 했고 이번에는 법인이 장기적인 사업운영 방향을 전환하면서 그동안 지자체에서 위탁을 받아 운영하던 복지관을 반납하고 새로운 사무실을 임대하여 이사를 하게 된 것이다. 말이 쉬워 사무실 이전이지 아무것도 없는 임대 공간을 사회복지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공간으로 리모델링하여 필요한 가구, 비품 들을 구입하고 배치하는 일이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이 힘든 과정을 짧은 시기에 두 번이나 겪었는데 그때마다 나는 육아휴직으로 자리를 비우게 된 것이다. 물론 나 또한 그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엄마'라는 막중한 임무를 띠고 두 아이들과 부대끼며 열심히 살아왔지만, 내가 없는 동안 내 몫까지 더 고생하고 애쓴 동료들을 바라볼 때 고맙고도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며칠 전 팀장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회사에서 10년 장기근속상이 나왔는데 받으러 오란다. 새롭게 이사한 사무실도 둘러볼 겸 친정엄마 찬스로 둘째의 오전 낮잠 시간에 맞춰 회사에 다녀왔다. 친정 근처로 이사 온 뒤 처음으로 직접 운전해서 회사로 가는 길. 이전을 하긴 했지만 원래 근무했던 곳 인근이라 당연히 그동안 줄기차게 오고 가던 길이었다. 그런데 몇 년 사이 버스전용 도로가 생기는 바람에 차선을 변경할 때마다 허둥거려야만 했다. 새삼 낯설어진 출근길인 데다 평소 같으면 둘째가 낮잠 자는 틈을 타 밀린 빨래를 하거나 점심 때는 뭘 해 먹나 고민하고 있을 시간에 라디오를 들으며 회사를 가고 있노라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불과 1년 전에는 분명 이 출근길이 나의 일상이었는데, 육아휴직자의 신분으로 옛 일터(?)를 찾아가는 기분이란. 비일상이 되어버린 일상을 다시 마주해보니 '곁에 있을 때는 소중함을 모른다.'는 말이 딱이다. 괜스레 신호대기 중인 도로 위에서 창문을 내려 하늘을 올려다본다.




그렇게 새 사무실에 도착해서 동료들과 반갑게 시시콜콜 안부를 주고받은 뒤 본부장님이 사주시는 점심까지 얻어먹고 돌아왔다. 왕복 운전 시간까지 포함해서 네 시간 정도의 외출을 마치고 다시 돌아온 나의 일상. 다행히 둘째는 엄마가 없는 동안 잘 자주었다는데, 내가 집에 들어서자마자 귀신같이 일어나 젖 달라고 울어댄다. 편한 옷으로 갈아 입고 둘째에게 수유를 하는 순간, 엄마의 일상으로 완벽하게 복귀한다. 운전하면서 엉뚱한 차선으로 들어갈까 봐 초조해하던 아침과 달리 나는 능숙하게 젖을 물리며 친정엄마와 대화도 하고 남편이 내려준 따뜻한 카푸치노도 홀짝대며 마셔본다. 그래, 지금 내 곁에 있는 이 일상을 소중히 여기며 또다시 다가올 일상의 전환을 의연하게 맞이해야지. 내 삶이 어디에 놓여있든 내가 가진 나름의 것으로 쓰임 받고 채워 갈 수 있다면 그걸로 내 삶은, 나의 일상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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