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길 단상
집에서 사무실까지 걸리는 출근 시간은 대략 50분. 처음에는 무선이어폰을 끼고 팟캐스트를 들었더랬다. 그런데 노이즈캔슬링이 안되는 탓에 지하철 소음에 소리가 묻혀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뭘 할까 하다 자연스레 브런치앱을 열고 글을 쓰게 되었다. 지하철로 이동하는 30분동안 짧은 글 한 편 의 초고정도는 쓸 수 있다.
오늘은 비가 온다. 8월이 끝나가는 여름의 끝자락, 아직 저물지 않은 더위에 축축한 비가 더해져 자연스레 불쾌지수 상승이다. 이럴땐 지하철 안에서 행동거지?를 더욱 조심해야 한다. 무심코 우산으로 옆사람 다리라도 스치면 어쩌나 싶어 마르지도 않은 우산을 앉은 자리에서 댕강 들고 있다. 다른 사람들 상황도 거의 다르지 않다. 대부분 자기 우산을 다리 사이에 끼우고 앉아서 조용히 핸드폰을 들여다 보고 있다.
몇 년 전 지하철 풍경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텐데, 마스크 하나로 이 조용한 공간이 더 조용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지난 하루의 피로가 채 가시지 않은 얼굴로 지하철에 몸을 싣고 가는 이들의 고단함은 마스크로도 가려지지 않는듯 하다. 창 밖을 내다볼 수 있는 버스와 달리 마주보고 앉은 사람들이 곧 풍경이 되는 이 곳. 30분동안 수 많은 승객이 내리고 또 타면서 비슷하지만 다른, 새로운 풍경이 계속해서 생겨난다.
전염병의 위험으로 대중교통 이용을 꺼려하는 사람도 있다하지만 그건 선택지가 있는 이들만의 이야기다. 나만해도 아이들 어린이집 하원을 시키는 남편이 차를 써야하는데다 교통체증이 심한 시간대에 직접 운전을 하는것 보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편이 시간도 덜 걸린다. 아마 지금 나처럼 지하철로 이동하는 사람들 대부분 나름의 이유들로 불특정 다수의 군중이 빡빡하게 들어선 이 곳에 날마다 몸을 실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일까. 지하철을 타고 가다보면 승객들과 묘한 동질감이 느껴진다. 각자의 사연들이야 알 길 없지만 그저 매일 이 공간과 시간을 공유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다급하게 뛰어가는 아가씨의 발걸음에, 무거운 짐을 들고 승강장을 오르는 할머니의 어깨에 눈길이 가는 것이다.
8월의 끝자락이다. 오늘도 30분 남짓의 여행을 하며 수시로 바뀌는 풍경들 속에서 흩어진 생각을 끌어모아본다. 내리는 비를 피해 잠시 지하철에서 눈을 붙힌 사람들의 오늘이 부디 어제보다는 조금 덜 고단하기를, 그리고 한 번 더 미소지을 수 있기를 바라며 이 짧은 여행을 마무리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