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워킹, 패러세일링 그리고 그냥 물놀이.
스쿠버 다이빙을 좋아한다. 의외로 여기 와서 보니, 엄마도 수영을 좋아한다. 짧은 여행이라 엄마가 스쿠버 다이빙 배워서 즐기기는 무리다. 그래도 내가 여행에 빠졌던 이유 중 하나인 물속 세상. 엄마에게도 구경시켜주고 싶다.
오늘은 물놀이만 종일 하는 날이다. 파타야 선착장 근처에 가면 해양 액티비티 파는 호객꾼이 많다. 그중 한 명에게 ‘꼬란 섬 왕복 스피드 보트, 씨 워킹, 패러세일링’ 이 세 가지를 한꺼번에 샀다. 부르는 게 값이었지만 일단 뒤통수를 한번 보이면 호객꾼이 알아서 조정된 가격을 부른다. 둘이서 7만원 가량으로 흥정을 마쳤다. 미리 한국인이 연결해주는 사이트에서 구매하고 왔다면 씨 워킹만으로 그 가격을 결제해야 했다. 역시 현지 흥정이 답이구나. 다시 봐도 파타야 해변에서 놀고 싶지는 않다. 보트에서 흘러나온 기름때가 둥둥 떠다니는 바닷물은 불투명한 잿빛이다. 물놀이는 스피드 보트로 20분이면 닿는 꼬란 섬에서 즐길 셈이다.
가장 먼저 씨 워킹을 하러 갔다. 씨 워킹이란 바닷속을 걸으며 구경하는 레저 활동이다. 숨은 어떻게 쉬냐고? 산소를 지속적으로 공급해주는 헬멧을 덮어썼기 때문에 숨 쉬는 건 문제 없다. 헬멧으로 산소 공급하는 줄 길이만큼만 움직일 수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다이빙처럼 훈련이 필요 없다는 장점도 있다. 미리 알아볼 때, 사실 이 체험 그리 좋은 평은 아니었다. 물이 탁하고 물고기는 먹이 줄 때만 겨우 다가온다고 했다. 그래도, 엄마에게 물속 세상 구경시켜 줄 다른 방법이 없는걸. 파타야의 해양 체험은 닳고 닳은 도시만큼이나 불친절하다. 1분가량의 설명이 끝나면 곧장 실전이다. 물 위에 뜬 체험장과 수직으로 연결된 사다리를 따라 기어 내려간다. 머리 아래로는 물에 젖지만, 헬멧 속으로는 끊임없이 산소가 공급되기에 전혀 긴장할 필요가 없다. 물 밖처럼 자유롭게 숨을 쉴 수 있다. 아직 엄마는 이 시스템이 완벽하게 이해되지 않은 듯하다. 사다리를 붙잡고 내려가던 엄마가 가슴쯤이 물에 잠길 때 멈춰 섰다.
“무섭다. 이거! 숨 안 쉬어지면 어떻게 해?"
“밖에서 숨 쉬는 거랑 똑같대. 머리 살짝 담그고 한번 숨 쉬어봐.”
다행히 엄마가 다시 물 밖으로 올라오지 않는다. 새로운 숨쉬기에 적응한 모양. 안심하고 뒤따라 물속으로 들어갔다. 수심이 한 4m는 되려나? 깊지도 않다. 그럼에도 머리 위까지 바닷물이 덮는 경험이 처음인 엄마. 발은 바닥에 닿고 서 있지만, 영 혼란스러워 보인다. 눈은 떠도 되는데, 두 눈 꼭 감고 고개만 좌우로 젓는다.
“눈 떠! 눈 떠도 돼.”
내 헬멧을 지나 바닷물을 통해 엄마 헬멧으로 전달된 목소리. 작게나마 들렸나 보다. 그제야 엄마가 눈을 껌뻑 껌뻑대며 적응하기 시작한다. 두 눈 크게 뜨고 보니, 뿌옇긴 해도 바닷속이 맞다. 고개를 젖혀 위를 바라보니 퍼런 천장이 울렁거리고 그 흐름과 별개로 발가락 사이에 티끌만 한 모래알갱이가 들어왔다가 빠져나가길 반복한다. 점차 엄마 호흡도 안정되는 것 같다. 그래, 평소랑 똑같이 숨 쉬면서 눈만 즐기면 된다구!
다이빙 포인트라면 즐비하던 산호, 형형색색 물고기는 없다. 그저 하얀 모래 바닥에 사람 몸통만 한 바위가 몇 개 뜨문뜨문 떨어져 있을 뿐이다. ‘바닷속’은 맞지만 ‘특별한 바닷속’은 아니었다. 가이드가 주머니에서 식빵 봉지를 꺼내 우리에게 한 조각씩 쥐여준다. 식빵을 잘게 잘라 물속에 흩뿌리니 물고기가 그제야 관심을 보인다. 열대 바다에서 익히 보던 노랗고 파란, 화려한 놈들은 아니다. 파타야 물빛처럼 다소 꺼멓고 평범한 녀석들이 식빵을 얻어먹으러 왔다. 들은 대로 대단한 볼거리는 아니라 내심 실망했다. 엄마는 어떤가 싶어 엄마 쪽을 봤다. 완전히 다른 반응. 빵 쪼가리에 달려드는 물고기 무리를 보며 인어공주라도 된 양 이 순간을 즐기는 중이다. 주어진 시간은 20분 남짓. 엄마가 완전히 적응을 마치고 바닷속을 본격적으로 즐길 즈음 체험 시간이 끝났다. 물 밖으로 나와 엄마에게 물어봤다.
“엄마 씨 워킹 어땠어?”
“완전 짱이야! 물고기도 보고 바닷속에도 들어가 보고.”
“진짜? 재미있었어?”
“와, 재미있더라. 물속에도 들어가 볼 수 있고. 아이고 세상 참 좋아.”
볼 것 많았든 없었든. 엄마가 즐거워하니 만족스럽다. 놀이공원에서 애들과 어린이용 놀이기구를 타고도 즐거운 엄마의 마음이 이랬지 않을까?
스피드 보트를 타고 꼬란 섬으로 향했다. 여기서 2시간 정도 자유시간을 갖는다. 꼬란 섬은 파타야 해변과 물빛이 180도 달랐다.
‘그래 열대 바다라면 이래야지!’
짧은 일정에 파타야까지 와 이 섬까지 굳이 배 타고 들어온 보람이 느껴지는 순간. 새하얀 백사장 그리고 민트 빛 바다. ‘휴양지’하면 떠올리는 전형적 빛깔들이었다. 해변 가게에서 튜브도 하나 빌렸다. 예전에 동생과 바닷가에서 놀던 것처럼 엄마와 놀았다. 튜브에 엉덩이를 끼우고 둥둥 파도를 탔다. 파도 오는 순간에 맞춰 손 붙잡고 점프하기도 했다. 맨몸으로 바다 수영도 했다. 가족끼리 바다와도 엄마가 우리랑 같이 수영하지는 않았다.
‘엄마도 이렇게 파도타기를 좋아하는데. 누군가는 텐트를 지켜야 했겠고 그게 엄마였겠지.’
물에서 뛰어놀다 발끝이 떨려오면 마른 모래사장으로 나가 모래찜질도 했다. 두 어른에게 2시간은 충분히 지칠만한 시간이었다.
오늘의 마지막 코스, 패러세일링을 하러 간다. 바닷속은 충분히 구경했으니 이번에는 바다 위를 구경할 차례다. 모터보트와 낙하산을 긴 줄로 매단다. 낙하산과 사람을 연결한다. 보트가 출발하면 데크 위에 서 있던 사람은 그대로 하늘로 뜨게 된다. 점점 높이 하늘을 날며 근해를 한 바퀴 돈다. 놀이기구처럼 짧지만 짜릿할 체험이다. 이날 할 거리 중에 제일 기대한 액티비티였다. 그런데, 아까 말로 설명해 줄 때는 하겠다던 엄마. 막상 체험지에 도착해 남들 타는 모습 보니 말이 달라진다.
“아이고 아이고, 이건 못하겠다. 엄마는 안 하련다.”
“무슨 소리야, 아까 패키지로 한방에 끊어서 이것도 이미 결제한 거야.”
“그래도 이건 못 타! 그냥 네가 두 번 타!"
“무슨 소리야. 여기까지 와서는!”
손목에 탑승 스티커까지 붙이고도 안타겠다는 엄마. 망설이고 망설이는 엄마를 기어이 떠밀었다.
“엄마, 언제 이런 거 해 보겠어. 한 번만 타봐.”
고민하는 새에 엄마 앞까지 순서가 다가왔고, 어리둥절 한 사이 엄마 허리춤에 안전장치가 채워졌다.
쓰리! 투! 원! 고!
“끼야악!”
외마디 비명과 함께 엄마가 작아졌다. 엄마가 순식간에 하늘로 올라갔다. 몇 초 만에 점처럼 작아져 잘 보이지도 않는다. 바다 위에서 배 운전하는 사람은 물론 엄마 비명이 들리지 않았을 테다. 엄마가 뭐라고 외치든 보트는 간다. 보트는 바다 위에서 찌그러진 원 모양을 그리며 크게 돈다. 시간은 1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1분 뒤, 엄마가 큰 전투라도 치르고 온 장군처럼 잔머리를 잔뜩 날리며 데크 위로 돌아왔다. 아직도 얼얼한 표정이다.
“엄마! 엄마엄마! 잘했어? 어땠어?”
“아휴, 두 번은 못 하겠다.”
“그래도 타길 잘했지?”
“......”
“별로였어?”
“아니 네 말 듣길 잘했다. 올라가니까 멋지대? 처음에는 눈도 못 떴는데, 끝날 때쯤에 눈뜨고 구경했지. 한참 올라가 있더구먼. 떨어질까 봐 무섭더라. 사람들도 콩만 하게 보이고. 높긴 높대?”
“잘했어. 잘했어.”
"아이고 아직도 가슴이 진정이 안 된다. 한번은 재밌었다. 그래도 다시는 안 탈 거야. 그래도 타기를 잘한 것 같애. 엄마가 언제 이런 것 타보겠니.”
숙소로 돌아오는 내내 ‘무서워 죽을 뻔했다’는 이야기 늘여 놓는 엄마. 자꾸 이야기하는 걸 보니, 떠밀려 타긴 했지만 패러세일링이 아주 나쁘진 않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