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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쇄도전러 수찌 Jun 11. 2023

당신의 삶을 5년 주기로 나누어 그려본다면?

언젠가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는 것은 ‘의미있게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훌륭한 방법이다. (중략) 그는 약간 다른 인생 시계를 가지고 있는데, 앞으로 자신에게 남은 날들을 5년 단위로 묶어서 설정해 놓았다. 스튜어트는 그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실천할 가치가 있는 중요한 아이디어의 수명은, 그러니까 처음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그것에 대해 완전히 그만 생각하게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5년’이다. 그래서 5년 단위로 프로젝트를 계획해야 효과적이다. 그것을 완성하든, 포기하든 간에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은 어떤 일이 완전히 사라지기까지는 5년이 걸리니까. 5년씩 끊어서 인생을 생각해 보라. 제아무리 젊은 사람이라도 손가락으로 몇 번만 세면 앞으로 살날이 싹 없어져 버린다.” -《타이탄의 도구들》, 팀 페리스, 231쪽

 

어느 날 책을 읽다 남은 삶을 독특한 방법으로 꾸리는 이 방법에 대해 읽었다. 흔히 우리는 그 나이대에 해야 할 일을 여실히 따르며 산다. 그 틀을 곧이곧대로 따르기가 죽기보다 싫은 나는, 나름의 자구책으로 그간 버킷리스트를 썼다. 하고픈 건 많았지만 아직 살날이 60년쯤 남았다고 생각하니 안도감이 들었다. 

 

책에서 시키는 대로 남은 삶을 5개년씩 쪼개어봤다. 딱 열두 토막 뒤에 삶이 끝났다. 책에선 무언가를 계획하고 완수해 내는데 5년 정도 걸린다는데. 그렇다면 내가 매듭지을 수 있는 프로젝트는 이제 12개 정도밖에 남지 않은 셈이다. 프로젝트의 규모에 따라, 남은 날의 건강 상태에 따라. 심지어 더 적은 일만을 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틀 전, 우리 독서모임 회원들과도 ‘5년 주기 내 인생 계획’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전에는 주로 책 내용에 관해서만 이야기를 나눴지만, 이번 달 리딩을 맡은 내가 용기를 다른 회원들의 삶 속으로 한 발 ‘선을 넘은’ 것이다. 10분 정도 아무 말도 없는 가운데서 각자가 나름 진지한 삶의 백년지대계를 세웠다. 그리곤 한 명씩 자신의 5년 단위 계획을 발표했다. 


우리 독서 모임 회원들은 나이도, 직업도 모두 다르지만 두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첫째, 신기하게도 대부분 60세부터 각자 죽기를 희망하는 나이까지의 계획이 흐릿했다. 아무래도 지금으로부터 30년도 넘은 먼 미래까지 떠올려볼 여유까지는 없었기 때문이겠지. 하지만 30-60세의 30년만큼이나 60-90세의 30년도 긴 세월이라며. 이제는 그 시간을 채울 방법도 생각해 보기로 했다.


둘째, 그럼에도 모두가 삶에 진심이었다. 30-35세 사이에는 자식을, 60-65세에는 손주를 보고 싶다던 A씨. 하지만 아직 세상에 없는 내 아이의 의견도 들어봐야 하기에 본인의 인생 계획에는 손주를 쓰지 않겠다고 했다. 인생에 계획대로 되는 일은 없다지만, 사랑스러운 그녀라면 그녀만큼 사랑스러운 자녀와 손주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상담심리 박사를 마친 뒤 자신만의 방식으로 운영하는 상담센터를 차릴 계획이라는 B씨. 상담센터 운영 계획으로 삶의 모든 토막이 꽉 찬 가운데, 5년마다 한 대륙씩 여행하겠다는 계획이 몹시 알차 듣는 내내 흐뭇한 웃음이 났다. 어쩐지 그녀라면 일과 여행을 모두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이미 ‘죽기 전에 해 보고 싶은 일 100가지’에 대해 버킷리스트를 써 본 적이 있지만. 이번엔 일회성으로 도전할 수 있는 활동을 제외하고, 그 시기에 몰두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위주로 삶의 토막을 구분해 보았다. 독서모임이 끝나고 난 뒤 버킷리스트와 5년 계획을 비교해 보니 약간의 차이점이 눈에 띄었다. 

 

‘나를 위해’ 하고픈 일로만 빼곡하던 버킷리스트와 달리, 5년 단위 계획에는 ‘타인’을 위한 일이 최초로 들어서 있었다. 나 역시 내 부모가 그랬던 것처럼 내 아이를 위해 오롯이 시간을 할애하고픈 시기가 생겼고, 먼 훗날에는 봉사활동을 해 보고 싶다는 마음도 쓰여있었다. 그럼에도 봉사활동을 하고픈 장소는 ‘가능하면 외국’이었다. 여행에 미친 나는 아마 삶이 끝나는 날까지 그렇게 살고 싶나 보다. 역시 사람은 쉽게 변치 않는다.

 

언젠가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는 것은 ‘그러니까 의미 있게 살아야 한다’를 기억하는 훌륭한 방법이랬다. 남은 인생을 5년 혹은 10년 단위로 나눠본다면, 얼마나 삶이 유한한 지가 덜컥 와닿는다. 어떠한 일을 계획하고 완수하기까지는 평균 5년이 소요된다고 한다. 당신도 남은 삶을 5년 단위로 나누고, 그 단위마다 하고픈 일을 한번 떠올려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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