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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쇄도전러 수찌 May 06. 2024

사랑하고 싶은 사람과 다시 오고픈 팔롤렘 해변

고아 팔롤렘에서 야간버스로 함피 이동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오고픈 팔롤렘

오늘은 고아를 떠나는 날. 일어나는 순간부터 아쉽다. 생각보다 고아의 남쪽 비치는 좋았다. 북쪽 고아 해변만 들리고 갔다면 절대 몰랐을 고아의 모습. 북쪽 해변만 들렀다면 살아생전 다시 고아에 올 일은 없었을 것 같은데...! 이곳은 다시 한번 사랑하는 사람과 오고 싶다는 느낌이 들었다. 

드디어 컨디션이 완전히 좋아졌다. 여덟 시도 되기 전에 눈이 떠진 걸 보면 확실히 그렇다. 침대에서 시간을 죽일까 하다가, 기왕 일어난 김에 밀린 일기를 쓰는 게 좋겠다 싶어 노트북을 들고 호스텔 마당으로 나갔다. 밀렸던 며칠간 일기를 쓰고 나자 앓던 이를 뽑은 것처럼 마음이 편안해졌다. 회사에서 한 움큼 뽑아온 믹스커피를 차가운 물에 두 봉이나 타서 마셨는데, 며칠간 마셨던 달콤한 짜이 못지않게, 역시 K 커피 믹스의 힘도 막강했다. (더욱 기운이 솟아남!) 

그러고는 아침 겸 점심을 먹으러 저먼 베이커리로 갔다. 

거기서 레귤러 브렉퍼스트 220루피짜리를 시켜 먹는데, 해쉬브라운이라래서 시켰더니 간장에 볶음 감자조림 같은 음식이 등장. 실소가 나오지만 참는 수밖에. 이놈의 저먼 베이커리 (독일 빵집)은 동네마다 있는데, 그 퀄리티는 동네마다 몹시 다르다. 

오늘은 야간버스를 타야 하므로 마지막으로 휴식다운 휴식을 할 셈이다. 독일빵집에서 과일 샐러드 샐러드를 하나 더 시키는 사치를 했다. 야금야금 남이 깎아 준 열대과일을 먹으며 또 밀린 일을 마저 했다. (약간 디지털 노마드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좋았다...) 



K-아줌마의 오지랖

나갈 때 보니, 종업원들이 하나같이 인도 사람 같아 보이지 않는다. 너희 인도 사람 맞냐고 물으니까 자신들은 네팔 사람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어제 갔던 더 크레페 하우스도 그렇고 독일식 빵집이라고 주장하는 여기마저 네팔 사람 소유라니. 나는 인도에 온 것인가 네팔에 온 것인가? 사실 이 빵집은 네팔인 오너가 네팔에 온 독일 사람에게 제빵을 배워 이곳에 차린 것이란다. 그러니까 사실 독일 사람은 이곳에 와 본 적도 없는 셈^^. 네팔인 오너와 직원들은 참으로 부지런한 삶을 사는 것 같았다. 네팔은 돈 벌 것이 없다며, 관광 시즌에 맞추어 매년 6개월은 팔롤렘에서, 6개월은 네팔에 가서 식당을 한다고. 이 대식구를 끌고 히말라야 산맥에서 남고아 해변까지 왕복하는 삶이라니. 참으로 부지런한 인생이다. 

텐션 좋은 네팔 아저씨랑 한참 수다를 떨다가 다시 가방을 둘러매고 해변으로 갔다.

첫날에 왔던 해변 앞 카페의 파라솔 자리가 너무 좋아서 또 거기에 앉고 싶어서... 그 카페를 굳이 굳이 찾아갔다. 하지만 오늘은 너무 늦었는지 그 좋은 자리가 꽉 차 있는 것! 하지만 난 여행 운이 좋지. 잠시 서성이다 뒤를 돌자 한 커플이 자리를 뜬다. 오늘도 해변 앞 1열 가장 편안한 파라솔 아래에 자리를 잡았다. 

‘안주나에서도 조금 더 여유가 있었다면 좋은 인상이 남았을까?’

‘아, 아무래도 안 될 거 같다. 편안한 이미지가 남으려면 그러한 트랜스 음악이 배경에 깔려서 된다. 그러므로 이 해변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 쓰잘데기 없는 생각만 열심히 했다.  



조개가 많은 팔롤렘 비치

마지막으로 고아의 해변에 발이라도 담가보려 나갔는데, 그제야 실로 놀라운 광경을 보았다. 강한 파도가 들어왔다 나갈 때 바닥의 모래가 깎여나가는데, 손톱만 한 조개들이 촘촘히 모래 바닥에 박혀 서 있다. 모래 해변에 그렇게 수많은 조개가 있을 줄이야. 

‘만약 이번 호스텔에 취사가 가능했다면, 만약 조개의 존재를 일찍이 알았다면... 저것을 한 움큼 잡아와 가져온 라면과 함께 삶아 먹었을 텐데....’

또 한 번 헛된 생각을 하면서. 지낼수록 아쉬운 고아 해변과 작별을 고했다. 

고아에서는 물갈이를 겪느라 인상 깊은 식사를 한 적이 없다. 마지막 식사는 화끈한 것을 먹어보자. 씨-푸드 레스토랑을 찾아 버터 갈릭 볶음 오징어와 아라비아따 파스타를 시켰다. 상상했던 버터 갈릭 양념과 다르게 웬 크림소스에 빠진 오징어가 나왔지만 맛은 좋았다.



고아 팔롤렘에서 함피까지 야간 버스를

야간버스를 타려면 차우디 마켓 쪽으로 가야 한다. 호스텔에 들려 짐을 챙기고 탈인도급 시설을 자랑하는 호스텔의 스태프들과 인사한 뒤 버스 정류장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나를 만날 때마다 코리아 손하트를 해대는 아주 귀여운 녀석들이 있던 호스텔.

해변에서 차우디 마켓까지는 걸어서 30분 정도. 날이 그리 덥지 않아서 걸어 보기로 했다. 소도시에는 정확한 버스터미널이 없고 길가 어느 지점을 알려주면 거기에 모여 버스를 기다린다. 잘 모르는 도시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은 언제나 확신이 들지 않아 떨리기만 한다. 다행히 버스 탑승 포인트인 Krishna 호텔 맞은편으로 갔더니 나와 같은 처지의 여행자들이 오순도순 모여있다. 이럴 때는 서로의 존재가 확신이 된다. 하나둘 짐가방을 멘 여행자가 모이자 흔들리던 눈빛들이 방황을 멈춘다. 


여행한 이래로 가장 움직임이 적었지만, 하루에 대한 절대적 만족도는 가장 높았던 날. 어떨 때는 다양한 것들을 봐서 좋고, 어떨 때는 멈추어서 오래 보는 게 좋기도 하다. 뭐가 더 좋은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상황에 따라 다른 거 같기도 하고.

드디어 약 1주일 묵은 고아를 떠나 사라진 고대 도시 함피로 향하는 밤이다. 역시나 야간 버스에 탑승하는 과정은 엄청나게 혼란스럽고, 그럼에도 짐을 잘 지키며 올라탔음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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