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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과자책 0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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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리대로 산다는 것

호두 초코칩 스콘

 


 올해로 엄마 생활 6년 차를 맞이했지만 임신 테스트기 두 줄을 봤을 때의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 내가 느낀 감정은 설렘과 기쁨이 아닌 당혹스러움과 두려움이었다. 그리고, 당혹스러운 게 당혹스러운 기분.  

   

 임신 테스트기에 소변이 닿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난 선명한 두 줄. 나는 속옷도 올리지 못하고 변기에 앉은 채로 ‘지금은 아닌데 지금은...’이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눈물까지 찔끔 흘렸다. 그 당시 가게를 연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고, 장사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제대로 배우면서 스스로에게 1년이라는 시간을 주고 박차를 가하려던 참이었다. 그런 다음 생활이 안정되면 아기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결혼한 지 두 달밖에 안 됐을 때라 내가 꿈꾸던 신혼생활은 끝이라는 생각까지 들어 무척이나 아쉬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1년 안에 큰 부자가 될 확률은 희박하고, 아기를 가져야겠다고 마음먹는다고 해서 바로 생기는 것도 아닌데 그때는 그랬다.     



 

 그런데, 참 희한하게도 배 속에 아기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는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나는 아직 내가 쓴 문장의 마침표보다 조금 큰 아기에게 많은 사람들에게 두루두루 사랑받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두루’라는 태명을 지어주었고, 배 위에 손을 얹을 때마다 스스로 서슴없이 ‘엄마’라고 부르며 하루아침에 달라진 삶을 어제 있었던 일처럼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 좋아하던 술도 생각나지 않았고, 끼니도 꼬박꼬박 챙겨 먹었으며, 심지어 매일 아침 가게에서 판매할 과자를 구우며 맛보았던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갓 구운 호두 초코칩 스콘에 카페라테가 아닌 무설탕 두유를 마시기까지 했다.    




 

 체온은 정상인데 온몸이 들끓는 것 같은 열감과 초저녁부터 쏟아지는 잠, 밥 짓는 냄새만 맡아도 속이 뒤집히고 구역질이 나서 죽겠다는 딸에게 ‘사람 속에 사람이 들어 있는데 안 힘들 줄 알았냐’는 친정엄마의 말씀도 별로 서운하지 않았다. 그저 태어날 아기가 건강하기만을 바랐다.


 정말 행복한 임신기였다. 일하는 것에 있어서는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이제 모든 것이 곧 시작될 것이라는 희망이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했다. 그렇게 1년이 흘렀고, 두루가 100일이 지났을 무렵 가게 문을 닫았다. 나는 결국 빚까지 지고 내가 생각한 금전적인 생활의 안정 근처에도 가지 못했지만, 내 삶에 소중한 것을 지키는 방법과 함께 ‘순리대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조금 알게 되었다.   

  



 주변에서 가끔 이런 질문을 해온다. ‘자식이 있는 게 더 좋은 거 같아? 아닌 거 같아?’ 그럴 때마다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이제 두루가 없는 삶은 상상할 수가 없어. 그래서도 안 되고. 사실 너무 정신없이 살아서 그런지 엄마가 되기 전에 어땠었는지 기억도 잘 안 난다. 다만, 살면서 큰 걱정거리 하나 줄이고 싶다면 남편이랑 둘이서만 살아.’ 하하.      


 이제는 에스프레소 샷 추가까지 해서 먹는 호두 초코칩 스콘. 육아에는 아, 아니, 스콘에는 카페인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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